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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죽음제주/생활 2019. 4. 23. 00:20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났다. 2차선 도로에 접한 이 집에 살기 시작한 후 6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번도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하며 살았는데 결국은 마주하고 말았다.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의 속도를 줄이는데 집 앞 가로수 아래에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렇게 누워 있을리 만무하므로 순간 직감해 버렸다. 마음이 내려 앉았다. 거리가 가까워지며 또 한번 출렁거리는 마음을 다 잡아야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집 마당에서 사료와 물을 먹었던 고양이 중 한마리였다. 현관문을 나서면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쳐들고 앙앙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허망하게 숨을 거둔 채 쓰러져 있었다. 왜 거기에 죽은 채로 있는거니... 어떻게 된 거니? 별다른 외상이 없어 단정짓기가 어렵지만 로드킬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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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직항제주/생활 2017. 10. 12. 10:30
무려 2개월여 만에 글을 남기게 되었다.마음은 안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이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반가운 마음에 일단 기록이라도 해둔다. .드디어 에어아시아가 제주공항에 비행기를 띄운다.사드 때문에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국제선 다각화를 위해 제주도청에서 노력한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티웨이가 제주공항에서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고 있고타이거항공이 취항해 제주공항에서 타이페이도바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에어아시아를 타고 쿠알라룸푸르에도곧장 갈 수 있게 되었으니 감개무량하기 이를 때 없다. 프로모션 중인 모양이다. 오늘 대강 조회해 본 결과로는 내년 1월에 왕복을 25만원 정도에 다녀올 수 있는 날이 있었다. 제주에서 숙박업을 하면서부터는 겨울에 동남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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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독나방 애벌레제주/생활 2017. 6. 16. 10:30
마당 있는 주택에 사니 신경 쓸 일이 많다.아파트 살 때는 관리사무소에서 알아하던 일을 직접 해야 하니 그렇다.올해는 다시 차독나방 애벌레가 기승을 부려일거리를 하나 더 던져주었다. 2년전이었던가?...찾아보니 벌써 3년전이구나.2014년 8월18일에 농약을 샀네. 여름 어느 날, 전주인이 마당에 심어 놓은 오래된 동백나무 잎에 애벌레가 잔뜩 달라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마리가 나란히 줄을 지어 뒤로 물러나며 잎을 갉아 먹고 있었다. iiiiiiiiiii 이런 느낌인데 징그럽고도 신기했다.아주 작은 힘에도 으스러져 버릴 미물 같은 생명체가꾸물거리며 모여들어 빈틈없이 몸을 맞대고 같이밥을 먹는다는 것이 놀라웠다.이제껏 봐왔던 각자도생하는 애벌래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동심의 눈빛으로 쳐다보고만 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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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제주/생활 2017. 5. 18. 10:00
물영아리 오름 사월이 지나면서 제주도에서 살기 시작한지 육년이 지났다.어느새 일곱번째 해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 곳곳을 다녔지만아직도 가 보지 못한 곳이 많다. 하지만 시간이 나 어디로 가려고 하면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제주도는 크고 넓다.게다가 사는 곳은 하필 정서쪽.섬이 가로로 길다보니 남북 지역 중 중간쯤에 살면섬 어디든 다니기가 편할텐데 서쪽의 가장자리에 있으니 제주도의 동쪽에 다녀오려면적잖은 시간을 써야한다. 목적지 한 곳만 찍고 와도 이동에만두세시간은 잡아야하니 섬의 동쪽으로가는 경우는 아무래도 적다. 박물관이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 박물관도 제하고오로지 관광객만 바라보며 만들어진 곳도 제외.거기다 이미 다녀온 곳을 빼면 길 잃은 사람 같이지도만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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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레제주/생활 2017. 3. 15. 10:00
정말 오랜만에 '제주올레'를 걸었다.제주도로 이사 오고 초기에는 시작점에서부터 끝점까지 완주도 하고 했었다.집 근처 12코스, 멀리 5코스, 놀러온 친구와 함께 7-1코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올레 걷기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렌탈하우스 일을 시작하고 나면서부터 바빠지기도 했다.여행자와 생활자의 경계에서 생활자로 완전히 넘어간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나섰으나 올레가 지나는 코스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면서 '굳이'라는 생각도 무의식 중에 들지 않았을까? 제주도에 익숙해지면서 올레 걷기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 같다. 그런데 제법 살다 보니 오히려 다시 관심을 갖게 된다. 어딘가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걷는 것 만한 것도 없을 것인데 뭔가 마뜩잖을 때 신경써서 만들어 놓은 길을 걷는 것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