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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소나무제주/생활 2025. 1. 22. 02:48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오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크고 작은 다양한 나무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사와 보니 큰 나무들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늘이 많이 졌다. 정원에 하루 종일 해가 드는 구역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정원 안쪽의 아주 굵고 크게 자란 소나무 4그루를 제외하고 정원에 그늘을 만드는 소나무들을 이사 오고 처음 맞은 봄에 베어버렸다.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자란 소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유쾌한 일도 아니었고 난생처음 체인톱을 사용하는 것이 겁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후 첫 사계절을 보내며 단점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 낙엽이었다. 특히 솔잎. 늘푸른 나무로만 생각했던 탓인지 소나무에서 그렇게 낙엽이 많이 지는 건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활엽수의 낙엽은 바람에 잘 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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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묘일기] 할머니 고양이의 새해고양이/쿠키와지니 2025. 1. 15. 03:23
1년 1개월만의 기록이다. 23년 12월 11일, 그 때 지니의 나이는 20년 7개월. 이미 정말 나이 많은 할머니 고양이었다. 비록 나이는 만20살을 넘긴 노령묘였지만 매우 건강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언제 위기가 닥쳐와도 이상하지 않을 때였다. 24년을 함께 맞으며 혹시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25년이 되어서도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걱정과는 달리 24년에도 우리 할머니 고양이 지니는 건강하게 살았고 다시 다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단순히 한 해를 더 산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한 해를 보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병원 한 번 찾지 않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며 잘 지냈다. 목소리도 여전히 우렁차다. 넉 달 후 5월 13일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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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주 날씨제주/생활 2025. 1. 11. 18:58
1월 9일 금요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눈이 가로로 날아다녔다. 눈이 쌓일 정도로 오려나 금세 그치려나 궁금해하던 때에 갑자기 멀리 제주 시내에 다녀올 일이 갑자기 생겼다. 출발하고 애월읍 지나 제주 시내 진입할 때까지는 그럭저럭 갈 만했는데 노형동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싸락눈이 휘몰아치면서 급격히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새해 들어 거의 칩거하다시피 했는데 하필 오랜만에 장거리 나온 날 날씨가 이 모양인가? 한탄도 하고,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변덕을 거듭했고 무탈히 복귀할 수 있었다. 격한 날씨 때문에 무더기 결항이 발생한 다음 날, 1월10일 금요일에도 눈은 이어졌다. 그래도 오늘은 바람이 적어 차분히 내리는 눈을 거실에 앉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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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여러가지 2025. 1. 9. 08:58
오랜만에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마지막 글을 올린 게 23년 12월 12일이니 1년도 더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다시 글쓰기를 해 보겠다는 마음은 늘 머릿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려고 누운 자리에서 뒤척이며 머릿속에서 글을 긁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기만 했다. '글을 써서 무얼하나'라는 회의론이 발목, 아니 손목을 잡고, 알 수 없는 무기력이 스며든 것도 한몫했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남겨놓은 글을 다시 읽어 보는 일은 지난 시절 인화한 사진을 가득 꽂아놓은 앨범을 들추는 일만큼 드물었다. 그나마 가볍게 하던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몇 달 동안 손을 놓기도 했다. 그러다 구체적인 것과 그렇지 못한 몇몇이 이를 맞추며 동기부여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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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묘일기] 오랜만에 병원고양이/쿠키와지니 2023. 12. 12. 17:39
일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 띄엄띄엄 남기는 기록. 마지막 글이 올해 1월에 쓴 것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그 사이 드디어 스무 살이 된 것 외에는 별다른 일 없이 평온한 일상이었다. 그러다 다시 병원을 찾는 일이 생겼다. 20세 7개월이 되어갈 무렵이다. 2023년 12월 7일 목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오후, 여느 때처럼 궁디팡팡을 해 주다 엉덩이를 보게 되었는데, 항문 주변 털 끝에 옅은 선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털을 헤집고 살펴보니 항문 왼편에 조그맣게 털 없이 피부가 상한 부분이 있었다. 놀란 마음 다잡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늙으면서 살이 많이 빠지다 보니 뼈(치골)가 바닥에 닿을 때 잘 긁혀서 피부가 헌 것 같다는 거였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