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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5 - 전기온풍기여러가지 2025. 1. 28. 08:55
오랜만에 기록하는 버리기.
현재 나의 인생 최대 과제는 짐 정리이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간소한 삶을 생각했었다. 그때는 간소하게 꾸려 사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현재는 생각이 다소 달라졌다. 구체적이거나 특별한 계획이 없는 현 상황에서,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유연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삶의 환경을 가볍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다. 먼지 쌓인 지저분한 채로 판매나 나눔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으니 간단하게라도 닦고 단장하는 시간을 써야 하고 사진을 찍고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플랫폼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만나서 건네거나 택배 포장을 해서 보내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나태해질 대로 나태해진 몸과 마음에 참으로 반하는 일이다 보니 짐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 올해 처음으로 물건 하나를 처분했다. 2013년 1월에 구입한 신일 전기 온풍기. 제주에 이사 온 이후부터는 계속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살게 된 집들이 모두 단열에 취약한 집들이라 그동안 참 다양한 난방기구를 구입했다. 전기, 석유, 가스, 목재 펠릿 등 연료별로 다 사용해 봤고, 전기의 경우 다양한 방식의 난방기를 구입했다. 이것만 정리해도 하나의 글을 쓸 수 있을 정도. 전기 온풍기는 제주에 온 후 두 번째로 구매한 난방기기였다. 벽걸이형이었는데 우리는 주로 바닥에 두고 사용했다.
2019년,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올 때 냉난방 겸용 에어컨을 구매하면서 사용빈도가 많이 줄었다. 이 집에서의 생활방식에 더 적합한 난방기를 추가로 구매한 후에는 아예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다용도실에서 먼지가 쌓여가던 중 이번 겨울에는 기필코 처분하리라 마음 먹었다. 오래되고 많이 낡아서인지 어렵게 임자를 만나 떠나보냈다.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했는데, 거래하기로 한 사람과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 그리고 만남이 성사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다시 한번 중고거래의 고충을 절감했다. 하지만 그냥 버려져 폐기물이 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생명 연장을 하며 쓸모를 이어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이겨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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