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에어부산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날아간 날 밤, 김해공항발 홍콩행 에어부산 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평화롭기만 했던 설 전날 밤에 갑자기 뜬 뉴스 속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주항공 사고 후 한 달 만에 또 비행기 사고라니... 다행히 큰 인명 피해 없이 모두 탈출해서 다행이었지만 내 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고 발생한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같은 공항, 같은 항공사, 기종은 다르지만 같은 에어버스의 비행기. 사실 이런 이유들로 불안감을 느끼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하니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공항은 평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모두가 각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분위기가 다를 이유도 없고 다르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셀프 체크인 기기에서 1C 좌석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특별하게 여겨졌다.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1C 좌석은 이착륙 때 착석하는 두 명의 승무원과 마주 보는 자리였는데 그들은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나란히 앉아 웃으며 도란도란 담소를 나눴다. 하긴 그런 사고를 매번의 비행 때마다 머리에 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일을 해 낼 수 없을 것이다. 큰 일이 있었음에도 아무 일 없었던 듯 태연히 공항으로 가고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추가 비용 없이 1열 좌석에 앉았고 지각한 승객도 없었고 지연도 없이 제 때 출발했고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비행도 순탄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리고, 탈 수 있으면 좋겠다 했던, 제주공항에서 동광육거리까지 급행으로 가는 -급행버스 아닌- 간선버스 251-1번도 탔다. 보통의 것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질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보통의 날이었으면 좋았을 1월 28일, 특히 12월 29일이 더욱 안타깝게 여겨졌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