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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27일] 볼리비아의 양치기 이삭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7.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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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1 6 . 수 | 볼리비아 ->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
    0 9 . 1 2 . 1 6 . 수 | Bolivia -> Chile San Pedro de atacama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씻지도 않고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다.
    하늘엔 아직 별들이 초롱초롱하게 떠 있다.

    4시15분에 떠날 것이라 했다.
    가이드 이삭은 왜 15분을 좋아하는 것일까?
    어제 저녁식사도 7시15분에 내어 오겠다고 했었다.

    가이드 이삭은 늑장 부리는 것도 즐겨했다.
    어제 아침에 출발할 때도 그랬고 어제 저녁을 줄 때도 그랬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이 없었다.

    차 시동만 켜 놓고 떠날 채비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약속시간에 맞춰 배낭을 내어놓고 기다리는 안드레아, 요세바 그리고 우리만 또 바보가 되었다.
    일사분란하게 조리기구 등의 짐과 손님들의 배낭을 차 지붕 위에 싣고 떠나가는 다른 팀들을
    추위에 발발 떨면서 지켜보아야 했다.

    가이드 이삭의 시계는 고장난 것일까?
    아니면 그에겐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해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1,20분 늦으면 좀 참아보기라도 하겠다.
    35분이 지난 4시50분에야 떠날 수 있었다.
    추워서 발발 떨리던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새벽 4시, 숙소 앞. 출발 준비중.


    어둠을 헤치고 길도 나 있지 않은 길을 달렸다.
    제대로 자지 못하고 꼭두새벽에 일어났지만 추위에 잠은 다 달아났다.
    12월. 한여름인 남반구지만 해발 4천미터가 넘는 곳이라 새벽 공기는 차디 차다.
    있는 옷 다 껴입고 허벅지 사이에 손을 끼운 채 잔뜩 웅크렸다.
    어디론가 정신없이 끌려가는 느낌이 몸과 마음을 둘러쌌다.

    까만 하늘이 조금씩 푸르게 바뀌면서야 조금씩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도 생겨났다.
    한 40분 정도를 달린 후 지구의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위험. 화산지역.


    유황냄새 진동.


    뜨겁지만 음산해 보이는 구멍.


    여기도 부글부글.


    저기도 부글부글.













    구경하고 차로 돌아오니 타이어를 갈아끼우고 있었다. 하지만 교체한 타이어도 교체의 의미가 없는 것.


    노천온천.


    큰 수건으로 대충 가린 채 옷 갈아입고 뛰어드는 사람, 발만 담그는 사람, 구경만 하는 사람.






    여기서 모두 아침식사.


    식사는 투어팀별로 준비. 다른 팀의 요리담당 아주머니.


    팀별로 차에 싣고 다닌다.


    간단하게 아침식사 후 다시 질주. 지금까지 본 사막과는 다른 사막. 무척 굵은 모래.



    살바도르 달리 사막. 달리가 이 곳을 여행하고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인터넷에 있더라..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 녹색호수. 구리를 비롯한 몇몇 성분들로 인해 녹색을 띈다고...



    아침식사를 한 후에도 가이드 이삭은 약속을 버릇처럼 어겼다.
    7시 반에 출발하겠다고 해 놓고선 이해할 수 없는 세차작업에 돌입하더니 결국 20분을 더 보냈다.

    달리사막, 라구나 블랑카에 이어
    2박3일간의 우유니 투어의 마지막 지점, 라구나 베르데에 도착했다.
    소금사막보다는 덜 하지만 어제, 오늘, 마지막까지 지구 같지 않은 풍경이 이어진다.
    머리의 세배만한 유리 헬맷과 하얀색 우주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외계행성이라 해도 쉽게 믿을 풍경들의 연속이었다.

    소금사막만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본책만큼이나 알찬 별책부록을 받은 듯 하다. 


    그런 행복한 여운 속에 작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는 칠레로 가고 안드레아와 요세바는 우유니로 돌아간다.

    짧은 시간동안의 짧은 인연.
    그래도 그 많고 많은 사람들중에서 만나 한 팀이 되어
    2박3일을 함께한 남다른 인연인 그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계속 4명이서 타던 차에 우리 둘만 탄 채 국경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초라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가 국경사무소였다. 그 뿐이었다.
    칠레쪽 건물은 보이지 않고 철책이나 담장 같은 것도 없었다.
    무의미하게 보이는 개폐식 문은 왜 만들어 놓은 것인지 궁금했다.

    이 곳의 관리들은 저 건물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일까?
    주변에는 출퇴근 할만한 마을도 보이지 않는데.
    유배지나 다름없이 보였다.



    두번째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2박3일간 운전과 안내를 맡았던 이삭, 그리고 요리사 아가씨와의 작별.
    수줍음 많은 아가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이삭은 차 지붕에 묶어놓은 짐 중에서 우리 배낭을 내려주고
    다시 정리를 한 후에도 떠나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나 가이드의 팁이 단체관광경비에 애시당초 포함되어 있지
    이번 세계여행에서 참여한 투어중에 그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투어가 끝난 후 손님들이 알아서 줬다. 그게 또 진정한 팁이기도 하고.
    가이드는 팁을 더 받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고
    손님은 열심히 하는 가이드가 고마워 팁을 더 주고.


    이삭은 팁을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우린 그에게 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첫날에는 차에 문제가 있어 출발했다가 마을로 되돌아가질 않았나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도 계속 약속시간을 어기질 않았나.
    그리고 비록 말이 안 통한다해도 얼마든지 사근사근하게 대하며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것을, 그는 늘 점잔만 뺐다.

    그래서 라니만 처음 생각했던 팁의 절반만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칠레행 버스에 배낭을 싣는 동안에도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
    내 몫을 기다리는 듯 했다. 그래, 그래도 2박3일 동안 운전하고 짐 내리고 올리느라 고생했는데...
    손바닥에 지폐를 쥔 채 그와 악수를 나눴다.
    챠오~ (Chao. 잘 가요.)








    볼리비아 국경에서 타고 칠레로 온 흰색 미니버스.


    투어를 시작하기 전 우유니에서 출국도장을 미리 받았고
    칠레행 버스비도 이미 우유니에서 지불했으므로 버스에 타기만 하면 되었다.
    흙먼지가 잔뜩 묻은 바지와 신발로 타기에는 미안할만큼 깔끔한 버스에 탔다.

    소독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먼지가 이는 비포장길도 잠시,
    버스는 곧 아스팔트 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계속 내리막이었다.
    한시간 쯤 달려 칠레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몇시간 전만 해도 4천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몇 안되는 긴팔옷을 겹쳐 입고
    햇빛을 쬐어야 겨우 온기가 돌았는데 이제는 그 옷들이 거추장스럽다.
    여기도 2천미터 넘는 높은 곳인데 그럼에도 덥다.

    그렇게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라가 바뀌었고 날씨도 환경도 분위기도 달라졌고 그리고 물가도 확 뛰었다.
    그래도 두 달 전에 몇일 지냈던 나라라고 조금은 덜 낯설고 편한 느낌이다.

    한달하고 이십일만에 다시 온 칠레.
    수도와 이스터섬만 보고 떠났던 칠레.
    반갑다.

    올라.
    Hola.


    .검역이 꼼꼼한 칠레, 배낭 엑스레이검사, 라니의 작은 배낭 확인 요청, 확인 후 별 문제 없어 통과.
    .숙소 잡은 후 볼리비아 라 파스(라 빠스 La Paz)의 한국슈퍼에서 산 해물탕면 끓여 점식식사.
    .즐거웠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2박3일간의 투어였기에 무척 피곤.
    .점심 먹고 바로 숙면, 7시에 일어나 외출, 저녁식사.
    .숙소 근처 피씨방에서 인터넷 1시간 사용, 무선인터넷 1시간에 900페소(약 1,900원), 너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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