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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226일] 안 왔으면 후회할 뻔세계여행/남미 2009 2011. 6. 29. 09:00반응형
0 9 . 1 2 . 1 5 . 화 | 볼리비아
2박3일 우유니 투어의 이튿날이 밝았다.
소금으로 만든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소금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소금으로 만든 테이블에 차려진 아침을 먹었다.
이것으로 어제 소금사막으로 시작된 소금들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준비를 하면서 사진으로 그 새하얀 소금사막을 제법 접했다.
하지만 오늘과 내일 만나게 될 풍경은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다.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숙소를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마을. 정말 오지라는 말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SUV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는 곳.
구름 아래 산은 살아있는 화산.
산꼭대기 조금 위에 진한 회색은 화산에서 나온 연기.
각자의 방식으로 감상.
다시 달린다..
그림 같은 풍경.
홍학.
같은 팀의 안드레아를 찍고 있는 요세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
클릭하면 큰 사진.
또 다른 호수.
두 번째 호수 곁에서 점심 식사.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의 특별한 점심.
음식 냄새를 맡고 나타난 이름 모를 짐승. 다리도 절고 무척 힘들어 보였다.
클릭하면 큰 사진.
점심 먹고 또 질주.
다 바짝바짝 말라버릴 것 같은 메마른 곳에서 단연 돋보이던 푸른 색.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식물.
숨은 토끼 찾기 1.
숨은 토끼 찾기 2. 사실 토끼는 아니고, 토끼의 머리+여우의 꼬리, 바위 틈의 식물만큼이나 희한했던 동물.
자연의 작품.
또 다른 호수. Laguna Colorada. 붉은 호수.
독특한 색을 가진 호수.
가이드가 스페인어로 설명해 준 것을 안드레아가 다시 영어로 얘기를 해 줬지만 다 알아 듣지 못했다.
알아 들은 것도 넋을 잃고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금새 머리에서 지워졌다.
저기 멀리서도 화산이 연기를 내뿜고 있다.
우유니에서의 일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1일투어로 소금사막만 둘러보고 다시 우유니로 돌아와 아르헨티나로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2박3일 투어로 소금사막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둘러보면서 자연스레 칠레로 넘어갈 것인가.
아르헨티나로 갈 것인지 칠레로 갈 것인지도 고민사항이었지만
소금사막만 볼 것이냐 말 것이냐도 고민거리였다.
하룻동안 소금사막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2박3일동안 힘들게 차 타고 다녀봐야 별로 볼 것도 없다라는 얘기도 있었고
소금사막 이후에 다니는 곳들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어 갈등이 일었다.
고민 끝에 칠레로 가기로 했다.
우유니에서 대중교통편으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것은 불편한 듯 했다.
돈이 조금 더 들지언정 식사와 숙소를 제공받으며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도 여행하면서
칠레로 넘어가는 것이 더 나을 듯 했다.
그리고 투어의 이틀째가 끝났다.
아직 내일의 짧은 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 둘러본 것만으로도 우리의 선택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싶다.
다른 사람은 어땠을지도 몰라도
우리는 오늘 본 풍경들이 소금사막만큼이나 신기했고 아름다웠고 특별했다.
안 와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
사실 고생스러우면 아무리 멋진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린 어쩌면 겪을지도 모를 고생 3가지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여행에 더 열광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차나 마찬가지지만 원래 정원대로 다 타면 아무래도 불편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는 8명 정원. 거기에 8명이 탄다. 가이드 겸 운저사, 요리사, 그리고 손님 6명.
하지만 우리 팀은 손님 2명이 끝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6명이 타고 다녔다.
엄청난 거리를 따닥따닥 붙어서 특히 불편한 맨 뒷자리에 타고 다녔으면 고생스러웠을텐데 그 2분 덕분에 편했다.
소금사막도 그렇지만 오늘 다닌 곳도 해발 3천미터가 넘는 고산지역.
두통, 구토, 발열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고산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 둘은 어제 오늘 건강하게 다녔다.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어 몸집을 불려 잇몸에 끼운 후 쪽쪽 빨아먹은
코카잎 덕분인지 고산병의 '고'자도 느끼지 못했다.
2박3일동안 함께 하는 팀원들도 즐거운 여행의 중요한 요소.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지만 가끔 꼬이는 진상들이 있으므로..
선택할 수 없으니 운이 따라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온 안드레아는 스페인어만 가능한 가이드와 영어만 가능한 우리 사이에서 통역을 맡아줬다.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가이드의 설명과 지시사항을 잘 전달해줘 고마웠다.
차분하고 귀여운, 머리카락이 있었으면 더 귀여웠을지도 모를, 스페인 민머리 청년, 요세바도 함께 해 반가웠다.
그런 다행 속에 잊지 못할 추억이 또 깊게 새겨졌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는데 오늘의 숙소에 도착해 버렸다.
여기서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외진 곳의 숙소,
바다로 치자면 망망대해의 아주 작은 섬 같은 곳.
마땅히 할 것이 없으므로 미리 내놓은 커피와 과자를 먹으며
안드레아, 요세바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가이드북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7시15분에 저녁식사를 내어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가이드는 사라졌다.
7시면 7시고 7시 반이면 반이지 7시15분은 또 뭐람.
어쨌든 시간에 맞춰 나왔으면 다행인 것이었다.
약속시간이 지나도 식사는 나오지 않았다.
이미 어제 저녁식사 때도 그랬고 오늘 아침에 출발할 때도 늑장을 부렸던
그였기에 우리의 불만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영어를 술술 잘도 쓰는 안드레아가 불만을 쏟아내면
영어가 짧은 요세바와 우리는 맞장구를 쳐 주는 모양새로
가이드와 요리사의 뒷담화를 엮어냈다.
옆 테이블의 다른 팀은 테이블 세팅이 끝나고 스프까지 나오는데 우리는 감감 무소식.
옆 테이블에는 음식이 나오는데 우리는 겨우 테이블 세팅.
결국은 약속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밥이 나왔다.
어제처럼 식사가 맛있으면 그나마 용서가 되었을텐데 그렇지도 않았다.
스프는 어제 저녁에 나왔던 것과 같았다. 다시 데워서 그런지 무척 짰다.
본 음식으로 나온 라자냐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하게 짰다.
나는 억지로 먹었지만 라니는 결국 남겼다.
어제 저녁도 오늘 점심도 본음식 외에 곁음식이 있었는데
오늘 저녁은 그냥 달랑 라자냐만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불만은 소금사막의 소금처럼 겹겹이 쌓여갔다.
불만으로 허한 배를 채우고 일찍 잠들었다.
10시면 불이 꺼지므로,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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