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따라 세계여행::159일] 따진버거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2. 17. 09:00
    반응형

    0 9 . 1 0 . 0 9 . 금 | 모로코 페스 Morocco Fes


    모로코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둥근 모양의 얕은 우물 혹은 목욕탕의 작은 탕 같은 것이
    여러개 붙어 있고
    거기에 갖가지 염료를 풀어놓은 가죽염색공장이다.

    아침에 일찍 가야 다양한 색의 염료가 풀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른 시각으로 시계를 맞춰 놓고 잤지만 둘 다 그냥 무시하고 자 버렸다.

    금요일 오후에는 사람들이 모스크에 많이 가
    메디나에 문을 닫는 상점들이 많다는 인터넷 정보를 입수했던데다가
    내일 하루 더 시간이 있다는 것 때문에 게으름이 한없이 커져 버렸다.





    기차역 앞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해서 확인 차 찾아갔다.
    내일 모레 비행기를 타고 에스파냐 세비야(Sevilla)로 가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에 안내되어 있던 공항으로 가는 16번 버스가 마침 거기 딱 서 있었다.
    기사 아저씨도 운적석에 앉아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아저씨와는 의사소통 완전 불가능했다.
    몸짓언어로도 쉽지 않았다.
    난감해 하고 있는데 어떤 젊은 청년이 와서는 통역을 해 주었다.

    그 청년 얘기로는 하루에 1번 밖에 안 간단다.
    우리가 공항에 가야하는 일요일만 그렇다는 것인지
    아니면 매일 그렇다는 것인지...
    더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결국 하루에 1번만 간다는 것은 얻으나마나 한 쓸모없는 정보가 되었다.
    어제 갔던 관광안내소에 가서 알아봐야겠다 하고 물러났다.

    . . . . .

    어제 론리플래닛을 보면서 연구한 바로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사이에
    구경할 것들이 있는 것 같아 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햇빛은 따갑고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의지박약이 아니라 아무래도 걸어가는 건 무리인 듯 싶었다.
    어짜피 내일 메디나에 갈 때 지나갈 것이라는 것 때문에 또 게으름이 작동했다.

    다시 시내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맥도날드를 만났다.

    삼성이나 엘지 같은 우리나라 기업도 아닌데 보면 괜히 반갑다.
    먹을 것이 변변찮거나 새로운 도시에 적응이 덜 됐을 때 만나면
    불편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도 하는 맥도날드, 버거킹, 피자헛, 케이에프씨.





    모로코 고유의 녹색 기와와 타일로 치장한 멋드러진 매장이었다.
    모로코 고유의 메뉴도 있었다. 따진버거인 맥아라비아(McArabia).
    다른 버거에 비해 가격이 높았지만 이미 아라비안 주문이 우리 마음에 걸려 있었다.

    이름만큼이나 포장도 독특했다.
    맥도날드에서 이다지도 이국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다니...
    같은 현지화 메뉴지만 불고기버거와는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맛은... 카사블랑카 메디나에서 먹었던 진짜 따진보다는 많이 못했다.
    그래도 여행의 사소한 즐거움이 가득 담겨 있어 즐겁게 먹었다.

    문득 우리나라에는 한옥의 미를 살린 맥도날드 매장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똑같은 버거에 고기와 양념만 살짝 바꾼 것이 아니라 좀 더 한국화 된 버거의 출현을 기대해 봤다.









    모스크.


    전화방, 텔레부띠끄. 성인용이 아니고 순수하게 본래 용도로 전화만 하는 곳.


    어제 지도 구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던 그 관광안내소에 다시 갔다.
    공항 가는 버스의 정확한 시간표를 알아보러 갔는데 이런 젠장...
    오늘은 금요일인데.., 평일 낮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이틀 연속 관광객의 기대를 저버린 관광안내소에 투덜거림을 뱉어내고 관광객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슬람국가에서 금요일은 교회의 일요일과 같단다.)
    (금요일 오후 메디나의 상점이 문을 많이 닫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 . . . .

    이 머나먼 모로코에 와서 너무 시간을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어떻게 손을 못 쓰고 있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이번 모로코여행은 이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숙소에서 황금어장과 개그콘서트를 연달아 보고
    뒹굴거리다가 출출해진 후에야 다시 밖으로 나갔다.

    론리플래닛이 추천한 곳들을 몇 곳 둘러봤지만 쉽게 발이 들어가질 않았다.
    어둠이 내려 앉는 페스 시내를 배회하다 어제 오렌지주스를 마신 가게에 닿았다.
    또 오렌지주스를 주문했다. 빨대 속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자 오렌지 알갱이와 함께 과즙이 빨려 들어왔다.

    어디서 저녁을 먹지...?

    과일 가게 옆 식당에서 퍼져나오는, 고기가 굽히면서 일어나는 연기가 우리를 불렀다.








    작은 식당이었지만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만큼이나 활력 있는 곳이었다.
    먼저 나온 스프는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아 거의 입을 대지 못했지만
    라니는 맛있다며 움푹움푹 퍼 먹었다.

    연이어 나온 닭고기와 고기 꼬치 구이, 프렌치후라이, 빵이 갱지 위에 저녁식사로 차려졌다.
    열심히 먹었지만 두둑한 겉배와는 달리 속배는 뭔가 허한,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었다.
    포만감 완성을 위해 이쁘게 진열되어 있는 케이크 몇 개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모양은 맛깔스러웠지만 맛은 그에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마저도 추억의 한 단편이 될테니...

    모로코에서의 7번째 밤이 무덤덤하게 깊어간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