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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21일] 그리스에서 배타고 이탈리아로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9. 7. 09:00반응형
0 9 . 0 9 . 0 1 . 화 | 그리스 아테네 파트라 Greece Athens(Αθήνα) Patra(Πάτρα)
어제 발견한 숙소 근처의 씨티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좀 찾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신타그마(Syntagma)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도착해 무거운 배낭을 내리며 좀 쉬었다 가자고 앉았는데
민박집 냉장고에 음료수와 생수를 놔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가깝다고만은 할 수 없는 거리를 다시 돌아가서 챙겨왔다.
여긴 물가 높은 유럽이니까.
지하철 라리사(Larissa)역에 내려 기차역으로 갔다.
우리의 목적지 파트라(Patra)로 가는 기차가 불과 10여분 후에 출발한단다.
냉큼 표를 사서 얼른 기차에 올랐는데 우리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탄 서양인들이
갑자기 기차 밖으로 뛰어나갔다.
순간 기차를 잘못 탔나? 했다.
아직 닫히지 않는 문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그들을 쫓아보니
개찰기에 표를 넣어 개찰을 하고 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입구에서 표검사를 하든지 아님 표을 안 넣으면 문이 안 열리는
타율개찰시스템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자율개찰시스템에 아직 적응이 덜 됐다.
나도 뒤쫓아 나가서 개찰을 하려고 하는데 기차가 곧 출발한다면서
옆에 있던 차장 비슷한 여자분이 제지를 했다.
그리고 그리스말로 뭐라뭐라 하면서 우리 표를 약간 찢어서 표시를 했다.
아마도 이번에는 봐 주는데 다음부턴 꼭 타기 전에 개찰하라는 뜻인 듯 했다.
죄송하지만 다음은 없어요, 저흰 오늘 그리스를 떠나거든요.
오리엔탈적 미소로 화답을 했다.
1시간20분 후에 키아토(Kiato)라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특히 배낭 멘 이들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뒤따라 가는 게 아니라 좀 나서야 한다.
빈자리가 없어지기 전에 짐도 실어야 하고 앉을 자리도 확보해야 하니까.
다시 2시간 반쯤 지나서 드디어 최종 목적지 파트라에 닿았다.
벌써 3시. 간단하고 싸게 점심을 해치울 수 있는 곳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보였다. 배가 고파서 더 많이 둘러보기도 힘들다.
조금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항구 바로 앞 식당에 들어갔다.
에어컨도 나오고 무선인터넷도 된다고 하니 여유 있게 밥 먹고 시간 보내고 배를 타면 되겠다.
창 밖 부두에 정박해 있는, 코스에서 산토리니로 갈 때 탔던 블루스타페리사의 큰 배를 보면서
늦은 점심시간을 보냈다.
배 안의 전동계단. 이 정도는 있어야 '배'잖아요...
불러진 배를 토닥거리며 다시 창 밖을 내다보니 배 앞에 배낭 멘 이들이 서성거렸다.
아직 출항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승선이 가능한걸까?
만약 그렇담 여기서 시간 죽이고 있을 일이 아니다.
빨리 배에 올라서 전기가 들어오는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
확인해 보니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도 탈 수 있다 해서 서둘러 배낭 챙겨 메고 식당을 나섰다.
의기양양하게 배표 보여주고 입장하려는데 태클이 들어왔다.
‘항만세 5유로 내셔야 합니다.’
‘항만세요? 세금은 모두 표값에 포함되어 있다고 그랬는데요.’
‘아닙니다. 이 표는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표입니다.’
‘표 살 때 여행사 직원한테 확인했었다구요.’
그 때 다른 사람들이 왔다.
그들은 돈을 내지 않았다.
항만세 영수증을 표와 함께 가지고 있었다.
‘여기 5유로씩 10유로요~’
더 이상 따지지 못하고 이만원에 가까운 돈을 더 냈다.
그리스를 떠나는 뒷맛이 상쾌하지 못하다.
승무원은 우리 표를 보고 데크로 안내를 했지만,
다시 선실로 배낭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제지는 없었다.
한바퀴 쑤욱 둘러봤는데 전원이 별로 없었다.
전원을 욕심 내다 보니 텔레비전 바로 옆에 앉아야 했다.
시간이 늦으면 알아서 꺼 줄지 모르겠지만 안 그러면 숙면에 지대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전원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늘 오후 다섯시 반부터 내일 오전 아홉시경까지 이 배에서 지지고 볶고 해야 한다.
노트북 없는 긴 시간들, 상상하고 싶지 않다.
화투패 맞추는 것도 한두시간이지...
대형 벽걸이 텔레비젼은 늦은 시각까지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한 쪽 귀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귀로 들어오고 다른 한 쪽 귀로는 한국말이 쏙쏙 들어왔다.
7인치 작은 모니터 속의
강호동, 유세윤, 올밴, 하정우,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유상무, 장동민,
김씨, 이수근, 은지원, 엠씨몽, 이승기 등의 분들 덕에 자칫 지루함에 몸서리 쳐야 했을지도 모를
두둥실 지중해 위에서의 밤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제 푹 자고 일어나면 이탈리아일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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