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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22일] 1박2일 이동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9. 10. 15:40반응형0 9 . 0 9 . 0 2 . 화 | 이탈리아 바리 나폴리 Italy Bari Naples
여행을 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방문국가수, 여행일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숙박업소수, 장거리버스 최대이동거리 등등등...
오늘은 최장 배 탑승시간을 경신했다.
17시간 반.
그리스 파트라(Patra)를 출발한지 17시간반만에
이탈리아 바리(Bari)에 도착했다.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울 기록이 될 것 같다.
이탈리아에 도착.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아테네로 갈 때는 밤새 바닥에서 자서 무척 찌뿌둥한 상태로 내렸었는데,
이번에는 벽에 길게 붙어 있는 쇼파가 있었고 일찍 탄 탓에
그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어 나름 편하게 잤다.
바로 누우면 폭이 어깨 넓이 밖에 되지 않는 좁은 쇼파,
몸부림 잘 못 쳤다가는 낙하해 웃음거리 되기 딱 좋지만
바닥에서 자는 것 보다야 그 높이만큼이나 훨씬 나은 쇼파였다.
그리스부터 이탈리아까지 타고 온 내부에 에스컬레이터도 있는 큰 배.
여객터미널은 보이지 않고 군데군데 컨테이너가 적재되어 있는
까만 아스팔트 길을 다른 사람들을 따라 걸어갔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입국도장 안 찍나?
아~~~아...... EU.....
다시 생각해 보니 그리스에서 배 탈 때도 출국도장을 찍지 않았다.
몰랐다. EU 국가간의 왕래에는 출입국심사가 없다는 것을.
연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름도 다르고 국기도 다르고 말도 다른
'국가'간을 이동하는데 '도시'간을 이동하는 것 같으니 영 어색하다.
그리고, 여행자에게는 여권에 각기 다른 나라의 도장을 찍는 맛도 있는데 영 싱겁다.
이탈리아 바리항.
광활한 부두를 한참을 걸어간 후 인도가 없는 길, 차들이 지나가는 길 한켠에
비켜서서 걸어 나가니 여행안내소가 나타났다.
기차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물어보기 위해 들어가려는 순간
버스가 나타났다. 역으로 가는 버스였다.
그런데,, 이 버스 우리가 힘들게 걸어왔던 길을 거슬러
부두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태우고 되돌아 나왔다.
그래 그냥 거기서 기다리면 되는 거였다.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알 수도 없었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어쨌든 헛고생을 했지만 헤매지 않고
큰 어려움 없이 기차역에 도착했다.
바리역 앞.
바리역 앞.
처음보는 유럽의 기차. 유레일패스는 준비해 오지 않았다.
아테네에서 미리 바리에서 나폴리로 가는 기차편을 확인했었다.
(너무 좋은 세상에서 여행을 하는 것 같다.)
가장 이른 시각인 오후 1시44분 기차는 35.7유로,
조금 더 저렴한 25.4유로 짜리는 한참 늦은 오후 4시25분.
혹시나 인터넷에 나와 있지 않은 기차편이 있나 싶어
기차역의 안내소에 들어가 봤지만 그들은 홈페이지를
아주 정확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버스를 물어보니
기차역 건너편에 버스회사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라니는 기차역에서 큰 배낭 2개와 작은 배낭 2개를 지키고 있고
나는 버스회사를 찾아 나섰다.
지하도로 내려가 여러개의 철로를 가로질러 기차역 건너편으로 올라갔다.
그 길은 또 다른 길과 직각으로 만났다.
버스회사는 왼쪽으로 가야 있을까? 오른쪽으로 가야 있을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순간이다.
밤새 배를 타고 온 지친 몸, 헛걸음은 부둣가에서 한 것으로 충분했다.
그래, 결정했어!
왼쪽으로 열심히 걸었다.
하지만, 역시 고도리 순이 진리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 처음 고민했던 자리의 오른편으로 가서야 버스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고생했던 보람은 있었다.
기차보다 더 이른 시각에 더 싼 가격에 나폴리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기분의 공간에 구름이 끼였다 금방 햇빛이 났다 변덕이 심하다.
해맑은 표정으로 나폴리로 가는 버스표를 손에 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라니가 기다리고 있는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이탈리아에서의 첫 피자.
1박2일 이동의 최종 목적지, 나폴리로 가는 교통편이
확보 되었으니 이제 뭘 좀 드셔야겠다.
곧 버스가 출발하니 멀리는 못 가고 역사 한켠에 있는
슬롯머신 몇 대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그 유명한 이탈리아 피자가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피자의 본고장에서 첫 시식을 하는 벅찬 순간은
의외로 빨리 그리고 소박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늘 접해왔던 화려한 토핑의 피자는 없었다.
기차역에 급하게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먹는 피자들이어서 그런가 봐...
말은 거의 통하지 않고 피자는 결코 싸지 않고 그래서 함부로 시도할 수는 없어
콜라와 묶음으로 주는 가장 간결한 것 한 조각을 주문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간결함 속 신비한 맛의 비밀 같은 것은 없었다.
겉모습 못지 않게 맛도 간결했다.
바리역.
버스터미널이 따로 있지는 않았고 버스표를 산
버스회사 사무실 근처 길가로 버스가 왔다.
터키와는 달리 혼자서 짐도 실고 검표도 하느라 바쁜
운전기사 아저씨를 미안하게 불러야 했다.
당황스럽게도 버스표에 찍힌 좌석번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버스표의 좌석번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고
눈을 좌에서 우로 약 145도 정도 굴린 후
손바닥을 편 채 양팔을 좌우로 벌리고
어깨를 한번 들썩 함으로서 의사를 전달했다.
버스표와 좌석 몇 개를 번갈아 본 기사 아저씨는 빈자리 2개를 가리켰다.
버스표의 좌석번호와는 다른 자리였지만 앉으라 했다.
이 자리 표를 가진 사람이 탈까 염려했지만 오지 않은 채 버스는 출발했다.
중간에 서는 터미널에서 이 자리 표를 가진 사람이 탈까 신경이 쓰였지만,
아무 문제 없이 잘 졸면서 나폴리까지 갔다.
나폴리행 버스.
바리에서 나폴리까지 타고 온 2층 버스.
12시50분에 바리를 떠난 버스는 표에 적힌 오후 4시30분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나폴리에 도착했다.
다행히, 가려고 하는 한인민박집에서 가까운 곳에 버스가 섰다.
참 오래 멀리 왔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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