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섬고냉이] 미안고양이/그리고 2011. 6. 10. 23:29
올레 5코스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어느 마을의 골목길에 접어 들었는데 돌담 위 나무 덤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악이 담긴 소리. 잦아들지도 않았다. 무슨 일인지 어디에 있는지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 사이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순간 시커먼 것이 나뭇가지로부터 벽을 타고 떨어졌다. 하얀색 점 하나 없는 완전 까만 새끼 고양이. 이제 막 젖을 땠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어미를 잃은 것일까? 우리를 쳐다보며 여전히 울어대는 작은 고양이는 겁도 없이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외면할 수 없어, 아니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만 걸음을 옮겨도 그 작고 짧은 다리로 총총거리며 쫓아왔다. 이 험한 길바닥에 홀로 남겨진 이 작은 아이를..
-
고생했어고양이/쿠키와지니 2011. 4. 25. 22:53
1박2일이 걸린다는 제주도로의 이사. 이사하는 동안 사용하려고 종이상자로 임시화장실을 만들었다. 이사트럭도 우리차도 배편으로 먼저 제주도로 보내야해 쓰던 화장실을 놔둘수가 없었다. 미리 만들어 놨는데 둘이서 번갈아가며 들어앉기를 했다. 상자 좋아하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새삼 다시 한 번 냥이씨들의 취향을 느꼈다. 1 1 . 0 4 . 2 1 . 목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 마냥 평온한 나날을 이어온 쿠키와 지니. 어제 이사 하는 동안 좁은 공간에서 산만한 바깥 소리를 들으며 안절부절해 하고 짐이 모두 빠진 텅 빈 낯선 공간에서 밤을 보내는 통에 혼을 쪽 뺐다. 오늘은 오랜만의 외출, 그것도 장거리 여행에 나서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긴장을 해야했다. 태어나서 두번째 타는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