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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34일] 별과 달이 빛나는 밤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7.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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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2 3 . 수 | 칠레 라 세레나 Chile La Serena


    라 세레나에 처음 온 날, 숙소 주인 아저씨 판초가
    추천해줘서 간 식당을 오늘 다시 찾았다.

    그 때 음식이 맛있었기 때문에 다시 갔다기 보다는
    밥 해 먹기는 귀찮고 주변에 다른 식당은 마땅한게 없고
    그래도 쇼핑몰의 푸드코드보다는 싸고 만만하고
    또 푸드코트 보다는 더 일반적인 칠레 음식을 맛 볼 수 있으므로 다시 찾았다.


    하지만 너무 점심시간에 맞춰 간 탓인지 빈 자리가 없었다.
    (스페인어)을 못하므로 말도 못하고 입구에서 갈까 말까 서성이고 있는데
    저기 제일 안쪽의 어느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마침 종업원도 목격을 하고 우리를 그 자리로 이끌었다

    홀로 식사중인 할아버지와 합석을 했다.
    생선+샐러드 2인분과 스프 하나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할아버지, 계속 무어라 말씀을 하셨다.
    무슨 말씀인지 통 알아들을 수 없어 그저 미소만으로 답을 할 뿐.

    이럴 때면 후회가 조금 되기도 한다.
    전체 여행일정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스페인, 남미를 비롯해 중미까지
    스페인어 사용 국가에서 보내는데 너무 준비없이 온 게 아닌가 하는 후회.
    한국에서 스페인어 공부를 제대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하고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
    여행하는데야 크게 지장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할아버지와 짧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식사 후 마트 Jumbo에 들러 저녁거리 구입.
    .숙소로 돌아와 라니는 낮잠, 나는 인터넷.
    .마트에서 사온 닭다리 2개로 백숙.



    저녁 7시. 여행사의 버스가 숙소에 왔다.
    스타렉스 보다는 크고 25인승 버스보다는 작은 벤츠의 미니버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인듯 다른 숙소로 향하지 않고 바로 교외로 빠져나갔다.

    남반구도 12월22일이 하지일까?
    아직 해가 지지 않아 늦었다는 생각은 덜 들었지만
    이렇게 저녁 먹고 난 후에 투어를 나가는 것도 처음이고 그래서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버스는 1시간쯤 달려 비쿠냐(비꾸냐 Vicuña)라는 곳에 도착했다.
    별과 달을 보러 가는데 여전히 해가 지지 않아 마을에서 한동안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이 지역은 일년 중 비 오는 날이 극히 적고
    건조한 환경 등으로 인해 천체관측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그래서 큼지막한 망원경들을 보유한 세계 여러 나라의 천문대도 많이 자리를 잡고 있단다.
    이 날도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천문대에 처음 와 본다.
    한국에도 소백산 등에 천문대가 있지만 가 본 적이 없다.
    별에 대해 무심했고 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 본 일도 별로 없다.
    서울에선 별이 거의 보이지 않기도 하고...

    첫 천문대 방문을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그것도 천문대로 유명한 곳에서 하게 될 줄이야...
    지구 밖, 태양계 너머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어디로 어떻게 뻗어가 어떤 일이 생길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지만 천문대 야외에 설치된
    대포만한 망원경에는 별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목성과 그 위성들까지 볼 수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은 화면 한가득 잡혔다.
    이미 여러번 봐 왔던 달이었지만 망원경을 통해 보는 달은 신기하기만 했다.
    열심히 설명해 주던 가이드는 사람들의 카메라를 하나씩 받아 망원경에 대고 달 사진을 정성껏 찍어줬다.
    작은 우리 카메라에 담긴 달, 마치 달에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가 완전히 진 후에는 육안으로 하늘을 보면서 별자리 설명이 이어졌다.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설명을 해 주었다.
    다행이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다 알아들 수가 없으니 문제.
    그래도 레이저 포인터로 별자리를 그려가며 설명해 주니 그나마 눈에 쏙쏙 들어왔다.

    레이저가 원래 멀리까지 나가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통의 것보다 강력한 것인지 하늘이 맑고 건조해서
    그런지 정말 별에 닿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별 설명을 보고 들은 후에 비로소 천문대에 들어갔다.
    드럼통 몇 개를 붙인 것보다 더 지름이 큰 어마어마한 망원경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직접 눈을 갖다대고서는 깜짝 놀랬다.
    은하수보다도 더 촘촘하게 박힌 별들이 눈에 박혀들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작은 망원경으로 태양계 밖 어딘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별사진을 망원경 앞에 붙여 놓은 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별과 블랙홀 등 우주에 관한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투어는 끝이 났다.

    야심한 시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사 버스에 오르니
    카스타드 비슷한 빵과 주스를 나눠줬다.
    이런 샌스쟁이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돌아오는 내내 상큼한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12시 반이 넘어 도착한 숙소에서 다시 하늘을 올려다 봤다.
    늘 보는 하늘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라 보이는 칠레 라 세레나의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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