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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80일] 이집션의 농락 1편, 2편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6.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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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0 7 2 2 수 | 이집트 룩소르 Egypt Luxor


    이집션 Egyptian 1.이집트(사람, 말)의 2.이집트 사람


    어느 나라나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기는 있기 마련이지만
    이집트는 유달리 심한 편이고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오늘은 그 유명한 이집션에게서 바가지는 아니지만 농락을 연달아 두번 당했다.


    1편.

    어제 투숙중인 호텔에서 룩소르 서안투어를 예약할 때는 분명
    투어비(가이드+교통편)가 80파운드고, 입장료가 120파운드라고 했다.
    합이 200파운드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어서 예약을 했고,
    입장료는 가이드에게 한번에 120파운드를 주면 알아서 표를 사 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유적지에 갈 때마다 개인적으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했고,
    입장료로 총 140파운드를 써야했다.
    거기다 2곳에서는 입구에서 유적지까지의 왕복셔틀이용료로 6파운드 지불.
    거기다 간다던 여왕의 계곡은 가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을까봐 방문하는 유적지와 입장료를 또박또박 확인했었다.
    투어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와서 바로 따졌다.

    마침 리셉션에는 어제 예약을 받았던 청년이 있었다.
    아직 물이 덜 든듯한 청년은 조목조목 따지자 오해가 있었느니 어쩌니 하면서 쭈삣거렸다.
    그 때, 어제 나일강크루즈 상담을 했던 능글아저씨가 왔다.

    여왕의 계곡은 가지 않았지만, 멤논의 거상에 갔었고 결국 4군데 가지 않았느냐
    입장료는 착오가 있었다, 우리는 입장료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느니 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같이 간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 없는데 너희만 왜 그러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인 4명, 스위스인2명과 함께 갔었다.)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이 확 줄어든다.
    사실 예약 받은 청년이 어리버리해서 표값을 잘못 얘기해 줬을 수도 있고,
    20파운드, 우리 돈으로 따지면 이리 더운 날 이렇게 열 내야 할만한 큰 돈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우리는 전후좌우 어떻게 되었던
    예약할 때 들었던 내용과 다르게 투어를 다녀와 기분이 상한거다.

    안 좋은 얼굴로 앉아 있으니 그럼 20파운드 돌려줄까 한다.
    그렇게까지 하는 건 또 너무 치졸해지는 것 같아 쿨한 척 됐다 해 버렸다.

    그리고 배낭 메고 나서는데 뒤에서
    어떻게 해 주면 너희들이 기분 좋게 떠날 수 있겠니 그런다.
    얼음 띄운 냉수라도 내 오면서 미안하다 그러면 밉지나 않지..



    맥도날드 큰 수건 아래 우리의 배낭.


    입맛도 없고 그래서 우리끼리는 오아시스라 부르는 맥도날드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는 간혹 맥도날드에 가면 콜라에 얼음을 빼고 달라고 했었다.

    얼음이 녹으면 콜라가 묽어지니까.

    하지만,
    이집트에서 맥도날드 콜라에 잔뜩 들어가는 얼음의 소중함을 몸소 깨달았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타 들어가는 길을 힘들게 걸어 가다 마신 얼음 들어간 콜라의 시원함이란...

    햇빛과 이집션에게서 받은 열이 다 식어 갈 때 쯤 룩소르의 두번째 숙소, 오아시스호텔로 향했다.

    12인승 미니밴이 시내버스를 대신 하는 룩소르.
    문을 연 채로 달리며 빨리 타고 내리는 그 버스에 배낭을 가지고 타기는 힘들어 또 걸었다.  




    시장 입구.


    2편.

    어제 오아시스호텔에서 나일강 크루즈를 예약했다.
    다른 곳 보다 조금 비쌌지만 우리가 원하는 목요일 출발편이 있어서 100파운드 선금을 내고 예약을 했다.

    방을 배정 받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더워서 꼼짝하기 싫다는 라니에게
    카르낙신전은 이집트를 통틀어서 모스트 인크레더블 사이트라는 론리플래닛의 글귀를 보여주며
    겨우 꼬셔서 나섰는데 입구에서 아저씨가 불러세웠다.

    그리고는 주인 핫산과 전화 연결을 했다.
    미간이 점점 좁아지며 주름이 잡혔다.
    목요일 출발하는 크루즈가 없으니 금요일날 떠나는 배를 타면 어떻겠느냐 한다.

    홍반장이라는 한국 이름을 내세워 친근감을 내던지며
    목요일 출발하는 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쳤던 그였다.
    다시 열이 차 올랐다. 취소 시켜버릴까도 했지만 이 더운데 또 돌아다녀 예약을 할려니 앞이 캄캄했다.
    금요일에 떠나는 배를 타겠노라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예정에 없던 룩소르에서의 하루가 생겼다.
    카르낙신전에 갈려던 발걸음을 거둬들였다.
    5시쯤에 돌아온 핫산이 방문을 두르렸다.

    선풍기도 없는 복도의자에 앉아 그와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차근차근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애 썼지만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핫산, 친구에게 전화.
    친구, 보통 목요일에 출발하는 배가 있으므로 예약하겠다고 핫산에게 얘기.
    핫산, 우리에게 목요일 출발 배편 예약하겠다 함, 선금 수납.
    친구, 모든 크루즈를 다 찾아봤지만 목요일 출발편 없음.

    어떻게 배가 있는지 자리가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도 해 보지 않고 예약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나에게 그는 비행기나 기차도 예약하고 나서 그 다음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미안하지만 예약은 자기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는지 물어왔다.
    이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받고 싶은 보상은 금전적인 보상 밖에 더 있겠나.
    하지만 내 입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 '당신이 말해보세요'라고 했다.

    내일 숙박비에서 5파운드를 까 주겠단다.
    10파운드를 빼달라 요구했다.
    우리 돈으로 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숙박비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여기서 잠깐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금전적인 보상 때문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책임지려 드는 그의 모습에
    정말 본의 아니게 일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면서..

    하지만, 밤에 표를 가지고 온 여행사 직원을 만나고 나서
    그의 순진한 얼굴 뒤에 숨어 있었던 본 모습을 알게 되었다.



    룩소르신전 앞 광장. 더워서 해가 져야 생기가 돌았다.


    룩소르 역.


    여행사 직원은 약속했던 9시에 정확하게 호텔로 왔다. 의외였다.

    다른 방향으로 털어져 있던 선풍기 때문에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크루즈표를 건네주고 설명을 이어갔다.
    목요일 배편 대해서 말을 꺼내니 목요일에 아스완에서 출발하는 배는 있어도
    룩소르에서 출발하는 배는 원래 없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크루즈를 알아본 다른 곳에서도 목요일 출발은 없었다.
    그랬다. 핫산은 우리를 잡기 위해 처음부터 작정을 한 것이었다.


    우리, 오늘 착오를 너무 많이 겪어서 그러는데, 이거 정말 5성급 크루즈 맞나요?
    직원, 그럼요~
    우리, 그걸 어떻게 확인하나요?
    직원, 크루즈선 리셉션에 별다섯개 붙어 있어요, 원한다면 지금 가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그의 차를 타고 배가 정박해 있는 나일강으로 향했다.
    배안에서는 수피댄스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둘러본 방도 좋았다.
    하지만, 리셉션에 있다는 오성마크는 찾을 수 없었다.

    또 말이 다르다.
    후진 건 아니지만, 이게 4성 크루지인지 5성 크루지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또 꼬치꼬치 물어보기 귀찮아 그냥 넘어갔다.
     

    계속 의심병만 도져 가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계를 품으러 나왔는데, 대인배가 되어서 돌아가야 되지 않겠느냐 마음으로 말이다.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크루즈선.


    배 안에서 한창 공연중이었던 수피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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