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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라인더 체인톱, 소나무 베기, 가성비
    제주/생활 2020. 7.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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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세번째 집

    이사온 지 어느새 5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했다. 하지만 완결되지 못하고 진행만 되고 있으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듯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5월이면 어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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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으로 이사 오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나무 때문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살면서 살펴보니 정리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소나무. 소나무가 가장 많이 있는데 대부분 너무 웅장하게 자라나 있는 상태였다. 많이 좋아하는 수종도 아니고 너무 강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고 빛이 필요한 곳에 그늘을 만들고 있기도 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라 낙엽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겨울에 꽤 많은 솔잎이 잔디 위로 떨어졌다. 

     

    오랜 세월이 쌓인 나무인데, 이만한 소나무를 사려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할텐데, 잘라버리려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다. 필요한 곳에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거하려는 소나무들은 죄다 돌담에 가까이 붙어 있어 뿌리째 뽑는 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결국 자르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에 구입했던 전기톱이 있었다. 블랙앤데커에서 나온 톱인데 손으로 쓰는 톱을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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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걸로 가지를 자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넘어지면서 다른 나무나 물건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넘어질 때의 무게도 줄이기 위해서... 하지만 톱이 오래되어서인지 이 톱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을 해서인지 얼마 가지 않아 고장이 나버렸다. 수리하려면 시내까지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고 바로 고쳐지지도 않을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좀 더 강력한 것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티비에서 봤던, 벌목할 때 쓰는 체인톱은 너무 크고 무겁고 무섭고 무엇보다 가격도 어마어마할 텐데, 뭔가 다른 신박한 장비는 없을까 하고 검색을 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체인톱을 하나 발견했다.

     

    그라인더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작은 체인톱. 1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다 집에 그라인더도 있겠다, 이거다 싶었다. 후기를 보니 좋다, 별로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부담 없는 가격이므로 일단 주문을 했다. 내구성이나 성능이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소나무 대여섯 그루는 자를 수 있겠지.

     

     

    거의 비슷하면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제품들이 몇 있었는데 그중에 체인의 텐션이 자동으로 조절된다는 제품을 선택했다. 상자를 열어 부품을 확인하는데 뭔가 조악한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쇼핑몰의 동영상 후기를 보았음에도 이게 정말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해하며 설명서를 보고 하나씩 조립했다. 희한하게도 다 조립하고 나니 그럴싸해 보였다.

     

     

     

    그라인더와 체인톱이 맞닿는 동그란 부분에 원래는 고무링을 장착하게 되어 있었지만 고무링을 끼운 채로는 도저히 체인톱을 체결할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아무리 용을 써보아도 불가능했다. 가지고 있는 스킬skil 그라인더가 문제일까? 방법이 없어 고무링 없이 조립을 해 버렸다. 체인이 이탈해서 튀어나와 날아가는 과대망상을 하면서...

     

    따로 주문해 놓은 엔진오일을 넣고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조심스레 스위치를 올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체인이 무섭게 돌아갔다. 다행히 고무링의 부재는 영향이 없는 듯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소나무에 가져다 댔다. -체인톱이 원래 그런 것이겠지만- 자른다기보다 나무를 갉아먹는 듯한 느낌으로 나무 파편들이 쏟아져 나왔고 블랙앤데커 전기톱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나무속으로 파고들었다. 성공적으로 첫번째 소나무를 넘어뜨렸다. 

     

     

     

    이렇게 큰 나무는 잘라본 적이 없어서 혹시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가지 않아 다른 나무를 내리치거나 집을 상하게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 큰 긴장 속에 첫번째 나무를 성공적으로 베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치지 않고 조심스레 작업을 이어나갔다.

     

     

     

    네 그루의 소나무를 베고 굵은 가지 정리하고 몸통 토막을 내는 것까지 마쳤다. 다행히 톱은 끝까지 이상 없이 잘 작동했다. 순간 잘못 움직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다치는 일 없이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도구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집에 있는 그라인더에 부착해서 쓰는 체인톱이라니. 저렴하기까지 하니 발명하신 분을 찾아 감사의 편지라도 보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불편했던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일 급유 부분이 문제였는데, 원래 문제가 되는 부분인지 아니면 내 것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체인에 오일을 공급하는 방식이 어떤 기계적 장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일 통 옆에 나 있는 아주 작은 구멍으로 새어 나오게 되어 있다. 구멍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것도 아니고 작동하지 않을 때 체인이 이 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 오일을 가득 채우고 톱을 들었는데 오일이 뚝뚝 떨어져 당황스러웠다. 몇 번의 작업을 통해 나름 요령이 생겼고 불편은 하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집이 훨씬 시원해졌다. 솔잎과 솔방울 치우는 일은 이제 좀 덜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이 공존하며 송진이 뿜어져 나왔다 굳어버린 소나무 밑동을 바라본다. 별일을 다 해보는구나. 체인톱을 손에 쥐고 직경이 30cm 가까이 되는 소나무를 베는 일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새로운 경험치가 쌓였다. 또 어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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