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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리기 3
    여러가지 2017. 1. 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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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부터 쓰기 시작한 3단 책상 서랍.

    서랍이라기 보다는 거의 창고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들락날락거리는 물건 보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물건이 훨씬 더 많았다.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마음먹기만 수차례 반복하다 드디어 손을 댔다.


    완전히 다 털어내지는 못하고 '1차' 정리를 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과감하게 버려냈다.

    그리고 마침내 서랍 하나를 말끔하게 비워냈다.

    버려진 수많은 것들 중에 눈길과 마음이 많이 가는 

    이 물건들은 사진에 담았다.





    대학교에 가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스스로 일어나야 하므로 자명종 시계가 필요했다.

    지랄 맞은 예민한 성격 탓에 바늘 시계와는 

    함께 잘 수가 없어 마련한 전자시계.

    전자시계이나 알람은 전자음이 아니고 

    정말 종(금속재질)이 경박스럽게 울리는 시계.


    모발 건조기도 아마 독립할 때 시계와 함께 

    구입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혹시나 하고 전원에 꽂아보니 작동을 한다. 

    하지만 서랍 속에서 너무 오랜 세월동안 

    묵혔던 탓에 냄새가 많이 난다.

    쉽게 빠질 것 같지도 않을 뿐더러 

    더 좋은 드라이어가 있으므로 과감히 포기했다.

    (호기심에 찾아보니 아직 Kaiser라는 브랜드의 

    드라이어가 계속 판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라운 면도기는 

    고모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

    고모는 70년대 간호사로 독일로 건너가 정착했다.

    몹쓸 기억력이 참 한탄스러운데, 아마 고모가 독일로 

    건너간 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왔을 때였을 것이다.


    나는 '독일고모'로 불리우던 고모와 그녀의 가족을 

    생전 처음으로 만났고 선물로 독일제 

    브라운 면도기를 받았다.


    피부에 닫는 금속망 부분이 뜯겨졌는데

    -나의 부주의로 파손된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고칠 엄두를 못내고 

    한쪽 부분으로만 한동안 사용했다. 

    끝내 고치지 못하고 저렴한 필립스 면도기를 

    들이면서 서랍속에서 잠들게 되었다. 


    버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고쳐 쓰는 것도 무리고 그렇다고 다시 

    서랍 깊숙한 곳에 처박아 두는 것도 

    무의미하니 버리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묻어 있는 사연 때문에 버리지 못하면

    영영 버리지 못할 것 같다.

    하늘나라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 가열차게 정리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2 0 1 7 . 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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