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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게 될 줄도 몰랐다.
12월에 연습용으로 들인 시마 X5와 나란히 두고
구입 기념 사진부터 천천히 차례대로 기록하려 했는데
계획했던 일들은 늦추어졌고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일은 너무 빨리 일어났다.
DJI Phantom3 Advanced 팬텀3 어드밴스드.
구입 전 제품을 살펴보고 구입 후 사용법에 대해
찾아볼 때 간간히 등장했던 '추락'이란 단어.
고가의 장비를 하늘에 띄우는 것이니
매번 조심스러웠고 그렇게 신경쓰는 자세로 임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일거라고 은근중에 여겼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무의식중에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레 불은 돌풍이라든지, 소프트웨어의 오류라든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오로지 스스로의
부주의로 첫 '추락'이라는 끔찍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구입 후 몇번의 비행을 거치며 더 높이 더 멀리
날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발생한 자신감은 방심을
이끌었고 조급한 마음이 곁들여지며 10회의 비행을
채우기도 전에 추락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날개 3개가 부러졌고 본체 일부분이
조금 쪼개지고 벌어졌다.
그리고 짐벌 지지대 마운트의 한 부분이 부러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집어진 채 떨어져
짐벌과 카메라는 무사하다는 것.
그리고 자이로스코프, 컴파스 등의
센서에는 이상이 없는 것.
일단 부러진 짐벌 마운트만 다시 고정할 수 있다면
다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혼돈의 시간 후에 가졌다.
어렵사리 마운트를 분리해 강력접착제로 붙이고
그것도 못미더워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그러는 사이 밤이 되었고 시험 비행은 하지 못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날도 바람이 제법 분다.
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시간이 있길,
제발 기체에 문제가 없길 바라면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잘도 빗나가던 일기예보는 딱 맞아 떨어져 하루종일
바람이 많이 불었다. 겨울 제주의 바람이란...
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리는 길다란 동네 야자수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기체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붙여놓은 마운트는
진동에 잘 견디는지...
조금만 띄워보자며 마당에 나갔고 비행을 시도했다.
키 높이 만큼 띄웠는데 호버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바람이 세게 불어 영향을 받는 듯 했지만
기체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일을 다시 기약하며 급히 착륙을 시켰다.
일기예보에는 밤을 지나며 바람이 조금 잦아든다고
나오는데 내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비행이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몇번 쓰지 못했음에도 이미 온갖 상처에
헌 드론이 되었지만 이상없이 그저 처음처럼
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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