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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조트와 시내
    여행/방콕&코사무이 2012 2015. 11. 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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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 맞다면 여행에서 이런 단독형 숙소는 처음이다.

    주변에 비슷한 형태의 건물들이 몇 개 더 있는 

    단지형 숙소이긴 하지만 울타리가 쳐져 있고 작지만 

    별개의 정원에 개인 수영장이 있다.


    현관문 같은 느낌이지만 육중한 대문에 초인종도 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나서는 길, 호텔 방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서는 것 같았다.











    잘 가꿔진 정원을 지나면 바다가 펼쳐진 곳에 

    식당이 있었다. 주방쪽으로만 벽이 있었고 

    테이블이 있는 곳에는 벽이 없이 기둥만 있을 뿐이었다.

    지붕이 있고 없고의 차이만 있을 뿐 

    안과 밖이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었다.


    12월의 사무이 섬. 

    에어컨 바람 없이도 아침식사를 잘 즐겼다.

    바다 바로 앞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파도소리 들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갖는 아침식사.

    당시에는 당연한 듯 누렸지만 

    돌이켜보면 천국이 따로 있을까 싶다.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물놀이가 이어졌다.

    한번쯤 상상해 봤던 집에 딸린 수영장.

    상상이 어느정도 현실이 되었다. 마음껏 누렸다.

    다른 누구 하나 신경 쓸 필요도 없이 뛰어들었다.

    마음대로 물장구를 쳤다. 

    지겨우면 수영장 옆에 마련된 욕조에 몸을 담그고 

    공기방울의 간지럼을 탔다. 

    몸이 불은 것 같으면 썬베드에 누워 건조시켰다.


    천국에도 시간은 흐렀고 몸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가득 채웠던 것은 사라졌고 다시 음식을

    마주해야할 시간이 왔다. 

    점심은 시내에서 먹기로 했다.


















    리조트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시내로 나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비록 나갈 때만 태워주고 돌아올 때는 알아서 

    돌아와야하는 방식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족할 만큼

    시내는 가까이에 있었다. 시내에 근접한 것이 

    이 리조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는데 셔틀버스를 

    타고 나가는 동안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동네 구경하며 산책하듯 

    쉬엄쉬엄 가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을 듯 싶었다.

    물론 더위가 심술을 부리지 않는 

    12월초의 날씨에는 말이다.














    시내에는 편안하게 잘 도착했는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식당 정보 전무. 어느 식당으로 가야할 것인가?

    손님 많은 식당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때이라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것은 마치 답을 전혀 알 수 없는 객관식 시험문제를

    앞에 두고 볼펜을 굴리는 심정이다. 가장 정답처럼 

    생긴 정답의 기운이 흐르는 곳을 찍어야했다.







    메뉴판을 차근차근 살펴봤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똠양꿍, 팟타이, 카오팟을 주문했다.


    함께 주문한 콜라가 먼저 나왔다.

    차가운 콜라병에는 금새 이슬이 맺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방울이 하나 둘 뭉쳐 

    또르륵 흘러내렸다.

    그것은 마치 이 식당을 선택한 것이 성공적일지 

    긴장을 타는 마음을 대변하는 식은땀 같았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빈그릇을 돌려줄 정도는 되었다.

    얼마되지 않지만 팁을 남겨두고 왔다.

    시내에 나온 한가지 목적을 무난하게 달성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걸었다.

















    한산한 거리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마트에 닿았다.

    평소에는 거의 먹지 않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다보니 

    점심은 늦었고 저녁이 애매하게 되었다.

    다시 시내로 나오기도 리조트에서 거하게 먹기도 

    애매해 컵라면을 샀다. 

    글을 읽어낼 수는 없으니 그림을 보고 

    대강 어떤 맛인지 감을 잡았다.

    후식으로 먹을 망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흰색 비닐봉지를 덜렁거리며 리조트를 향해 걸었다.

    걷기에 썩 좋은 길은 아니지만 

    어쩌면 일생 마지막일지도 모를 사무이라는 섬의 

    어떤 부분들을 담으면서 걸었다.


    그리고 두번째 밤이 되었다. 

    집안의 불빛이 수영장에 반영되는 모습이 

    집을 떠나와 있음을 반영하는 듯 했다.

    물방울 하나에도 흐트러지는 

    얇은 꿈 같은 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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