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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제주/생활 2011. 6. 12. 00:08
제주도에 이사온지 어느새 한달을 훌쩍 넘었다. 궁극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시골집을 무수히 보고 다녔지만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결정적 집은 없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와는 달리 다양한 모습과 환경, 조건의 집들 중에서 선택하는데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거기다 부동산 투자의 도구가 아닌 평생 우리집이 될 곳을 선택하는 일이기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주, 드디어 '그래, 결정했어'를 외칠 수 있는 집이 나왔다. 지붕보다 더 높게 자란 커다란 하귤나무가 매력적이었던 집. 100% 완벽히 마음에 드는 집은 있을 수 없고 이 집 또한 몇가지 단점이 있었지만 다 감수할 수 있을만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 발 늦었고 우리집이었으면 했던 집은 남의집이 되었다. 우리집이 되어줄 집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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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고냉이] 미안고양이/그리고 2011. 6. 10. 23:29
올레 5코스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어느 마을의 골목길에 접어 들었는데 돌담 위 나무 덤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악이 담긴 소리. 잦아들지도 않았다. 무슨 일인지 어디에 있는지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 사이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순간 시커먼 것이 나뭇가지로부터 벽을 타고 떨어졌다. 하얀색 점 하나 없는 완전 까만 새끼 고양이. 이제 막 젖을 땠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어미를 잃은 것일까? 우리를 쳐다보며 여전히 울어대는 작은 고양이는 겁도 없이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외면할 수 없어, 아니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만 걸음을 옮겨도 그 작고 짧은 다리로 총총거리며 쫓아왔다. 이 험한 길바닥에 홀로 남겨진 이 작은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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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코스제주/생활 2011. 6. 4. 10:00
제주에 이사오고 제일 많이 걸은 날. 집에서 가까운 12코스는 세번에 나눠서 걸었는데 집에서 먼 5코스는 작정하고 나서서 한번에 끝냈다. 힘들었지만, 흐려서 아쉬웠지만 아름다웠던 시간이었다. 1 1 . 0 5 . 2 8 . 토 위험하데요, 아저씨. 용암과 바다가 만났을 때를 상상하면 더 재미난 풍경. 자연이 만든 하나일 수 밖에 없는 작품. 그 땐 올림픽이 한창이었지. 지금까지 본 동백나무 중에 가장 큰 초대형 동백나무. 흑사장. 철썩. 귤밭과 구름 속에 감춰진 한라산. 쇠소깍. 집에서 바라본 당산봉 너머의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