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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44일] 당일치기 여행과 초밥 파티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8.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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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0 2 . 토 | 칠레 푸콘(뿌꼰) Chile Pucon


    어제, 1월1일은 우리 나름의 공휴일로 보냈으니
    오늘은 다시 여행 모드로 돌입한다. 
     
    화산과 호수가 산재해 있는 이 쪽 지역을 보다 더 잘 느끼기 위해
    푸콘이라는 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서둘러 열심히 챙겨먹고
    어제 예매해 놓은 푸콘행 첫 차를 탔다.



    발디비아 버스터미널.


    푸콘의 JAC버스회사 터미널.




    비야리카 화산(Volcan Villarrica).



    푸콘에는 살아있는 눈 덮힌 화산이 배경을 이루고 있었고
    바다처럼 넓어보이는 호수가 있었고 
    호수를 바다처럼 느끼게 하는 모래사장이 있었고
    아마도 화산 때문일것으로 추측되는 검은 모래는 이색적이었고
    유럽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세워졌을 뾰족한 지붕의 목재집들은
    칠레의 자연과 어우려저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상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렸다.
    다양한 레포츠가 마련되어 있는 이 곳에서 그것을 뺀 가벼운 나들이용으로 6시간은 좀 과했다.
    다른 야외활동을 하기엔 오히려 또 부족한 시간이기도 한 듯 하고...
    이렇게 모래사장이 있는 호수인줄은 몰라 일광욕 준비도 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고 공원의 그늘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마음 편하게 쉬었다.
    조금 더 빨리 출발하는 버스편으로 변경이 가능한지 알아볼까도 했지만 관두었다.
    일찍 발디비아로 돌아가봐야 특별히 할 것도 없으므로 조금 부족한 듯 해도 푸콘을 더 느끼기로 했다.



    비야리카 호수와 검은 모래 해변 호변.





    푸콘의 어디에서나 보이는 비야리카 화산(2,840m).




    정상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깨끗하게 걷혀서 다시 찰칵.


    비야리카 화산은 활화산, 화산 폭발시의 경보 시스템 안내.





    지금까지 본 소방서 중 가장 이쁜 소방서, 그리고 예술적 소방서 간판.


    저녁 6시25분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발디비아로 돌아가는 길.
    한참 잘 달려 거의 발디비아에 닿아갈 무렵 갑자기 버스 뒷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버스를 세우고 운전사와 차장이 내렸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우리가 앉은 자리의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라 확인도 못해보고 궁금증만 키웠다.
    잠시 후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차장이 뭐라고 한참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스페인어를 모르므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래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은 아니었다.
    같이 타고 있는 다른 손님들이 차장의 말을 듣고도 아무 동요가 없어 일단 안심했다.
    그리고 버스가 무척 천천히 달렸다. 중앙선쪽으로 앉은 우리 옆으로 많은 차들이 추월해 갔다.

    타이어쪽을 의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소리가 났던 오른쪽 뒷편에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타이어 문제, 거의 확정적이다.

    발디비아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버스 뒷바퀴가 처참하게 찢어져 있었다.
    그나마 뒷바퀴는 2개가 한 짝을 이뤄 꽂혀 있었고 다행히 그 중 하나만 터져 천천히라도 올 수 있었던 거였다.

    하마터면 신문에 실린 뻔 했다.
    '칠레 고속버스 타이어 펑크로 전복, 대사관 한국인 탑승 확인 중...'



    밤 9시 반이지만 이제야 해가 져 조금씩 어두워지는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삼양라면을 뽀글뽀글 끓는 물에 넣었다. 어쩌면 그 놈의 버스 타이어 때문에
    오늘 밤 맛 보지 못했을 삼양라면이다. 흡입하듯 먹었다.
    그리고 나서야 뒷마당에서의 소란스러움에 관심을 가졌다.

    큰 상이 펼쳐져 있었다. 
    상 앞에서는 아직 국적을 파악하지 못한 남자분이 섬세한 손놀림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의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김과 쌀밥, 나무로 된 김밥말이, 젓가락 등이 상 위에서 놀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캘리포니아롤을 말고 있었다.

    신기함에 다가서서 그의 손놀림을 살폈다.
    "일식 요리사세요?"
    "아닙니다."
    "그럼 어디서 배웠어요?"
    "책에서도 보고 텔레비젼의 요리프로그램에서도 보고, 그러면서 배웠어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산띠아고 Santiago)에 산다는 그의 솜씨는
    그렇게 독학으로 배워서 한 것 치고는 훌륭했다.
    기꺼이 맛 보라며 먼저 권하는 인심도...

    다만 우리 입맛에는 밥이 너무 질었다. 그리고 그 진 밥을 너무 꾹꾹 눌러서 말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여행와서까지 롤을 마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즐겁게 롤을 음미하는 우리를 보고 평가를 해 달라고 했다.
    이미 젓가락질을 많이 한 숙소의 젊은 주인장은 우리에게 조언해 줄 것이 없는지 물었다.

    밥이 질다, 좀 꼬들꼬들하게 지어야한다는 말은 영어로 설명하기 참 애매하고
    또 그것은 그의 스타일일 수 있으니 그냥 삼켰다. 대신 라니가 얘기했다.

    "와사비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와사비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우리, 와사비 가지고 있어요."

    라 세레나(La Serena)의 마트에서 산 분말 와사비를 물에 적셔 내주었다.
    간장에 풀어 롤을 찍어먹고는 다들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설픈 젓가락질로 와사비를 푼 간장에 롤을 찍어먹는 그들을 보고 흐뭇했다.
    그 흐뭇한 마음에 라니는 몇일째 해 먹고도 남은 연어를 꺼내왔다.
    마침 남은 밥도 있어 양념을 해 연어초밥을 금새 만들었다.

    밥에 와사비를 듬뿍 바르고 연어를 덮어 주었지만
    다들 일식애호가들인지 맛있다며 잘도 먹었다.

    칠레 아저씨가 벌인 상인데 우리가 오바한 것 아닐까 잠시 염려하기도 했지만
    그도 라니가 만든 연어초밥을 맛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롤과 초밥이 어우러지는 밤이 깊어 어느새 자정을 넘겼고 접시도 비워져갔다.
    칠레 아저씨와 라니가 나란히 서서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조촐한 파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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