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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39일] 2가지의 목적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7.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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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2 8 . 월 | 칠레 발파라이소(발빠라이소) -> 산티아고(산띠아고), Chile Valparaiso -> Santiago


    한식을 먹은지 또 다시 꽤 시간이 흘렀다.
    칠레에 들어오고 나서는 큰 마트도 숙소 근처에 있고 숙소에서 주방을 쓸 수 있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종종 해 먹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은 것은
    12월 10일, 볼리비아 라 파스(라 빠스 La Paz)에 있는 '한국식당'이라는 이름의 한국식당에서였다.
    오늘이 12월 28일이니 벌써 보름이 훌쩍 넘었다.

    그것이 발파라이소를 떠나 산티아고로 가는 첫번째 이유다.
    산티아고는 두 달전 남미여행의 출발지였고 그래서 이번에는 산티아고를
    거치지 않고 바로 칠레의 남쪽에 있는 발디비아(Valdivia)라는 곳으로 내려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발디비아행이 아닌 산티아고행 버스를 탔다.
    한식을 먹기 위해.




    남미여행은 콜롬비아나 브라질에서 시작해 한방향으로 돌면 되는데
    우리는 어중한간 위치에 자리한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칠레의 산티아고로 들어와 이스터섬을 다녀오고
    다시 콜롬비아의 보고타로 날아가 육로로 여행을 하며 남진해 왔다.
    그게 다 원월드 세계일주항공권의 까탈스런 규정 덕분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이미 다녀갔던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는,
    이번 여행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한다. (케냐의 나이로비, 프랑스의 마르세유에 이어 세번째.)
    그래도 몇일 머물면서 발발거렸던 곳이라고 많은 것이 익숙하다.

    노란색 지하철표를 개찰구에 넣으면 다시 튀어나오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넣으면 바로 삼켜버리는 산티아고의 지하철.
    처음에는 왜 표가 다시 나오지 않는지 살짝 당황했지만
    이제는 한 일년은 출퇴근하면서 지하철 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개찰구를 통과한다.
    능수능란하게 길을 찾고 이건 두 달 사이에 바꼈네 하면서 달라진 걸 찾아낸다.

    불과 두 달전에는 낯설기만한 남미의 칠레의 첫 도시였는데
    겨우 몇일 머물렀다고 이제는 익숙한 느낌 속에 걷는다.
    여전히 낯선 곳임이 분명한데 그 속에서 순간 순간 느끼는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요상한 감정이다.



    산티아고에 도착해 일단 밤에 출발하는 발디비아행 버스를 예매했다.
    그리고 배낭을 맡겼다. 동전 넣고 잠그는 사물함이 아니라 창고에서 사람이 관리하는 물품보관소에 맡겼다.
    우리 배낭은 들어가지 않을 작은 사물함만 있었다면 대략 난감했을텐데 마침 물품보관소가 있었다.

    겨우 몇시간 맡기는 것에 비하면 보관료가 조금 비싸게 느껴지긴 했지만 있음에 감사해했다.
    보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터미널을 나섰다.
    한식을 먹으러 가는 발걸음 또한 가벼웠다.

    자칭 '인심 좋은' 숙이네에서 된장찌개와 비빔밥을 주문했다.
    매운 우리 음식을 잘도 먹는 칠레 사람들을 신기하게 보면서 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 멀고 먼 타지에서 한식당을 하시는 사장님 이하 관계자분들께 고마운 마음 전하며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바로 옆 한국슈퍼 아씨마켓에서 너구리를 비롯한 라면을 쓸어담고
    입가심으로 냉장고에서 죠스바를 꺼내들었다.
    이 얼마만의 한국 아이스크림이란 말인가.
    나무 막대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단물까지 다 쪽쪽 빨아먹었다.





    한식 먹으러 산티아고에 온 김에 한가지 미션을 더 해결하기로 했다.

    한참 전부터 외장하드와 노트북을 연결하는 USB선이 말썽을 부렸다.
    처음에는 조금만 비틀면 인식하던 것이 날이 갈수록 난이도를 높여갔다.
    급기야 외장하드와 선을 함께 붙잡고 있어야만 인식이 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진작에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게 또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짜증유발을 하긴 했지만 버틸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

    숙이네에서 컴퓨터부품을 살 수 있는 곳을 여쭤보고 찾아갔다.
    센트로에 Casa Royal이라는 이름의 컴퓨터부품점이 제법 있다고 했지만
    우리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방과 함께 라니를 광장에 앉혀 놓고
    조금 더 날렵해진 몸으로 방황을 좀 하고서야 발견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말은 별로 필요 없었다.
    그저 똑같은 모양의 선만 찾으면 되므로.
    금방 찾아내왔다.



    혹시 모르니 확인이 필요했다.
    혹시 인식에 실패하면 당장 바꿔야한다.
    우리는 오늘 밤 산티아고를 떠나므로.

    사람 많은 곳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일은 가능하면 삼가하고 있는 우리,
    안전한 곳으로 KFC 2층을 선택했다.
    한 쪽 구석자리, 벽쪽으로 바라보고 앉았다.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노트북과 USB선과 외장하드를 연결했다.
    외장하드에 녹색 불이 깜박거리고 노트북에서도 신호를 받아내는 듯 했다.
    평소 같은면 잠깐인 시간이 길게 느껴지며 탐색기에 외장하드가 떴다.

    이제 사진 백업할 때 외장하드와의 연결을 위해 진땀 안 흘려도 된다.
    황금어장, 1박2일 볼 때 외장하드에 꽂은 선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지 않아도 된다.
    그냥 꽂고 편하게 쓰면 된다.

    작은 것에 너무 큰 희열을 느끼며 산티아고에서의 짧은 시간이 흘러간다.



    모테 콘 우에시요(모떼 꼰 우에시요 Mote con huesillo).
    mote(wheat) con(with) huesillo(peach).
    껍질 벗긴 밀 + 말린 복숭아 + 물 + 설탕 + 시나몬. 칠레 전통 여름 음료.


    발디비아까지 10시간 동안 타고 갈 버스.


    버스의 2층 제일 끝에 있는 화장실. 새 버스여서 그런지 화장실도 반짝반짝.


    .산티아고 시내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버거킹에서 세트 하나만 주문해서 먹고 시간 죽이기.
    .지하철 타고 터미널로 돌아와 맥도날드에서 세트 하나만 주문.
    .푸드코트에 있는 맥도날드, 거기다 터미널이라 사람 많아 자리 겨우 확보.
    .패티에 소금 과다 투여로 너무 짜서 반만 먹고 폐기.
    .앉아서 시간 보내다 배낭 찾고 승강장으로 나감.
    .밤 9시 40분 버스 출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렌지주스와 과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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