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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31일] 라 세레나에서의 소소한 하루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7. 8. 09:00


    0 9 . 1 2 . 2 0 . 일 | 칠레 라 세레나 Chile La Serena


    어제 장거리 야간버스를 타고 옴으로 인해 쌓인 피로를 제거하겠다며 
    온갖 게으름을 다 부리다 10시를 넘기고서야 침대를 벗어났다.

    작지만 잘 가꿔놓은 숙소의 아담한 정원에서 따땃한 햇빛을 쬐며 정신을 차렸다.

    방 건너편에 있는 공동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볼리비아 라 파스(라 빠스 La Paz)의 한국슈퍼에서 구입 후
    무려 열흘동안 조금이라도 부서질까 고이 들고온 너구리 순한 맛을 끓여 점심으로 먹었다.

    그 이름도 고운 '라 세레나'에서의 차분한 일상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양말, 속옷, 반팔 티셔츠 같은 것은 그 때 그 때 손빨래를 하지만,
    긴 옷, 특히 바지는 버거워 모아서 세탁을 맡기는 편이다.

    대개의 경우 -호텔이 아니더라도- 돈을 주고 빨래를 맡기면
    세탁을 한 후 건조해서 돌려주는데 여기 숙소는 세탁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초, 그럼 빨래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맡길 곳이 있나요?"
    "쇼핑몰에 세탁소가 있어요."

    빨래가 한가득 든 비닐봉지를 들고
    하늘은 맑고 햇빛은 따뜻한 거리로 나섰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쇼핑몰에 두리번 거리면서 들어갔다.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두고 한껏 치장한 쇼핑몰의 규모와 시설은 상상 이상이었다.
    두 달 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산띠아고 Santiago)에 갔을 때 이미 경험했지만
    '산티아고는 수도니까'라고 생각했다. 

    남미 국가들의 경제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남미에 왔다.
    막현히 낙후된 곳일거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우리보다 못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타고 온 장거리 버스의 시설, 서비스도 그랬고
    오늘 여기 쇼핑몰을 둘러보며 비록 단편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들의 수준을 새로이 가늠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리 선입견을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작은 다짐을 다시 한 번 가져본다.

    (칠레는 2010년 1월, 남미 국가 중에는 처음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쇼핑몰을 넋을 잃고 구경하다
    정신을 차렸다. 도대체 세탁소는 어디에 있는거지?

    하는 수 없이 쇼핑몰을 휘젓고 다니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 만만한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야했다.
    "Jumbo?"
    많은 말은 필요 없다.
    찾아가야할 곳의 이름, 단어 하나면 족하다.
    숙소의 판초 아저씨가 알려준 Jumbo가 적힌 쪽지를 내보이는 것으로 의사소통 끝.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걸어가다 다시 물어 방향을 잡고 또 물어 찾아갔다.
    고개를 가로 젓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럴만 했다. Jumbo는 Mall Plaza라는 큰 쇼핑몰 옆에 있는 대형마트의 이름이었다.




    마트 입구에 세탁소가 있었다.
    역시나 깔끔하고 세련된 곳.
    어디 하나 흠 잡을 것이 없어 보인다.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는 우리가 흠이라면 흠이다.

    아마도 5kg가 기본인 듯 했다.
    커다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데 제법 많다고 생각한 우리 빨래를 다 채우고도 남았다.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넣을 수도 없고, 조금 아깝지만 쿨하게 맡겼다.

    (5kg 3,800페소. 약 8,300원)

    빨래를 맡기고 마트에 입장했다.
    오늘 저녁도 직접 해 먹기로 했다.
    메뉴는 스파게티.
    스파게티 재료는 물론 탱글탱글한 체리도 빠트리지 않고 카트에 담았다.




    숙소로 돌아와 향후 일정에 대한 회의시간을 가졌다.

    일단, 이미 갔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려 했던 산티아고를 다시 가기로 결정했다.
    제대로 된 한식을 먹고 싶다는 라니를 위해서.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그 이틀 뒤는 일요일.
    교통편과 숙소를 잘 고려해야 할 일정이다.
    거기다 리오 카니발 기간에 맞춰 여행기간을 잘 배분해야하는 좀 더 큰 일정도 챙겨야 한다.

    머리를 맞댄 고민 끝에 여기 라 세레나에서 크리스마스 때까지 있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날, 발파라이소(발빠라이소 Valparaiso)로 이동하기로 하고
    좀 더 정확한 버스편을 알아보기 위해 노트북을 덮고 터미널로 향했다.


    라 세레나 버스터미널.


    Tur-Bus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일정대로 크리스마스에는 발파라이소행 버스가 없었다.
    Pullman은 2편 있었지만 출발 시각이 애매했다.
    Tur-Bus보다는 싸고 Pullman보다는 비싼 Expreso Norte에는 26일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Expreso Norte로 결정하고 예매했다.
    이제 당분간의 일정이 정해졌으므로 풍요로운 날씨의 평화로운 라 세레나에서 편안히 즐기기만 하면 되겠다.


    라 세레나 버스터미널.


    .어제 갔던 마트, Unimarc에 들러 내일 아침거리와 두루마리 휴지 구입.
    .마트 가는 길에 다른 유명한 숙소에 들렀지만 크리스마스 때까지 예약 완료.
    .양송이 버섯과 베이컨 넣은 크림스파게티, 채소 샐러드로 저녁 식사.
    .26일까지 머물 수 있는지 확인.








    댓글 2

    • 프로필사진

      저 이런 소소한 일상 너무 좋아요.
      호스텔에서 느지막히 일어나 빈둥대고, 빨래 맡기고, 터미널에 가서 버스표를 예약하고,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부치고, 인터넷 까페에 가서 일정을 계획하고...
      평화롭쟎아요, 이런 날도 좀 있어야 해요^^

      2011.07.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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