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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23일] 선택의 연속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6.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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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1 2 . 토 | 볼리비아 라 파스(라 빠스) Bolivia La Paz


    볼리비아 다음 여정을 칠레로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아르헨티나, 칠레 순으로 갈 것인지도 고민이지만
    당장 닥친 볼리비아 여행 일정에 대한 고민도 많다.

    브라질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아마존을 경험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분홍돌고래를 볼 수 있는 루레나바케(루레나바께 Rurrenabaque)를 다녀 올 것이냐,
    수크레(수끄레 Sucre)와 포토시(뽀또시 Potosi)를 거친 후에 우유니를 갈 것이냐 등등...

    마음은 이미 우유니(Uyuni) 소금사막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그래서 바로 우유니로 쏘자니 너무 뛰엄뛰엄 여행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 둘러보자니 7개월이 넘는 여행으로 몸과 마음은 예전 같지 않고
    그리고 꼭 유명한 곳, 남들 가는 곳은 다 가야하느냐 하는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고민 끝에 마음이 가는데로,
    우리 여행의 모토로 삼은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라는 문구를 떠 올리며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일정을 결정하고 하니 이번엔 버스회사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 심한 불면증에 사로잡혀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라니는 숙소에 두고 혼자 터미널로 향했다.
    우유니로 가는 버스회사는 대충 세군데로 압축되었다.
    Panamericana 90볼리비아노,
    Omar 100볼,
    Panasur 120볼.
    세 회사 모두 등급은 세미 카마(세미 까마 Semi Cama).

    Panasur에 물었다.
    "똑같은 등급인데 왜 더 비싸요?"
    "우리 버스는 좌석수가 적어요."
    "그리고 다른 회사 버스들은 오루루(Oruru)에서 버스를 갈아타야하지만 우린 우유니까지 직행이에요."

    다른 회사 창구에 가서 다시 확인을 했다.
    "혹시 오루루에서 버스를 바꿔타야하나요?"
    "아닙니다."

    페루의 쿠스코(꾸스꼬 Cuzco)에서 당했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처음 표를 샀던 버스회사와는 다른 회사의 버스를 타고
    갈아타는 버스의 좌석번호도 동일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 쳤지만
    결국 좌석번호는 바뀌었던 일들...

    돈을 더 주고 그만큼 더 나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면 돈을 더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속임을 당하면 속은 두 배로 쓰려지니 그게 문제다.

    그들은 여기서 표만 팔면 그만이니 좀 더 확실한 판단 근거가 필요했다.





    그 때 우연히 한국여학생 둘을 만났다.
    멕시코에서 유학중에 여행을 왔고 오늘 밤에 우유니로 떠난단다.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그녀들을 뒤따라 다시 버스창구를 찾아다녔다.
    조금 더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같이 고민했다.

    표를 먼저 산 서양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Omar에서 산 사람, "Panasur보다 싸서 여기 표를 샀어요."
    Panasur에서 산 사람, "다른 회사보다 덜 정차해 빨리 가는데 가격은 3달러정도 밖에 나지 않아서 선택했어요."

    아... 지금 둘이 합쳐 6달러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나?
    하지만 60볼리비아노면 여기서는 큰 돈이다.
    시내에 있는 한인슈퍼에서 그 귀한 신라면을 8개 사고도 잔돈을 받을 수 있는 돈이다.

    Panasur 버스의 좌석 수가 3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결정을 했다.
    다른 회사는 50여석.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세미카마에는 체취가 강한
    현지인들이 많이 탄다는 내용을 보았기도 했었다.
    여학생들과 함께 창구의 여직원에게 아양 떨며 부탁해 겨우 10볼을 깎았다.





    한 성당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바닥엔 온통 꽃가루. 그리고 축가 연주를 위해 대기중인 옷 맞춰 입은 악단.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보고선 나름 포즈를 취해줬다. 근데 이런 스타일은 멕시코꺼 아니었나?


    성당 앞에서 피로연을 하는 것인지 음악에 맞춰 댄스~


    결혼식이라고 대단히 차려입고 나오셨다.


    페루에서부터 이런 형식의 전통의상을 봐 왔지만 이렇게 화려한 옷은 처음.
    모자에 장신구 달린 것도 처음.







    샐러드 조금, 빵 하나, 닭고기+밥+감자튀김, 화채 비슷한 과일주스. 10볼리비아노(약 1,700원).


    괜찮은 인터넷카페를 발견해 입장했지만
    우리 노트북에 꽂은 랜선으로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쉬워하며 다시 나와 결국 어제 갔던 카페로 향했다.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외국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바나이스(Banais)라는 이름의 카페로.

    그 곳에서 우유니행 버스표를 함께 샀던 여학생들을 만났다.
    우리가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여행을 하고 있다는 걸 듣고선 라면을 꺼내놓았다.
    자기들은 곧 멕시코로 돌아가니 괜찮다며 받으라고 했다.
    멕시코에 있는 오뚜기공장에서 만든 라면이라서 한국라면과 똑같은 맛이라며...
    고맙게 받았다.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어제 오늘 라니의 상태가 영 메롱이다.
    어제 저녁에 라면 먹고 속이 좋지 않아 소화제까지 먹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어젯밤 내내 '브릿지 존스의 일기'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생각 나지 않아 미쳐하며 밤을 샜단다.
    숙소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검색을 해 볼 수도 없고 갑갑해 미쳤더랜다.
    그리고 오늘 저녁, 입맛이 없다길래 혼자 라면 끓여 먹을래다
    그래도 좀 먹어야 하지 않을까해서 조금 먹였는데 또 속이 좋지 않다네.
    고산병인가...



    가스렌지.
    우리나라에서는 가스렌지에 점화장치가 달려 있지만,
    여행하다 보니 그게 없는 가스렌지도 많더라.

    친절하게 주방에 라이터를 놔두는 숙소도 있었지만
    잦은 분실 때문인지 없는 곳도 많았다.
    그래서 콜롬비아에서 하나 마련했었다.
    그런데 페루에서 잃어버렸다.
    버스 안에 놓고 내린 음식봉지에 라이터도 함께 있었다.

    어제는 주방에 성냥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 없다.
    숙소의 스탭에게 얘기하니 마당의 낡디 낡은 쇼파에 앉아 카드놀이 삼매경인 서양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미고(amigo 친구), 아미고"
    해석하자면 "저기 저 친구들이 라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빌려서 쓰세요."

    히피적 분위기 물씬 풍기는 녀석들, 그것도 여럿.
    말 잘 못 붙이는 성격에 말 잘 못 붙일 분위기.
    결국 나가서 라이터를 하나 사왔다.
    여행할 날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어짜피 하나 있어야한다는 근사한 이유 때문에 절대 번거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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