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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11일] 나스카 지상화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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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3 0 . 월 | 페루 나스카(나스까) Peru Nazca


    드디어 왔다.
    나스카의 지상화.

    그 유명하고도 대단한 수수께끼를 직접 보게 된다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너무나 많이 접해 언젠가 한번 와 본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드디어 두 눈으로 보게 된다는 설레임이 더 컸다.

    피라미드를 보러 갈 때도 그랬다.
    그것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보다 사진과 영상으로 수없이 본 대상을
    직접 내 두 눈에 담는다는데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되었다.

    본말이 전도되었든 어떻든간에
    우리는 나스카의 지상화를 눈 앞에 두고 있고 그래서 감격스럽고 벅차다.




    나스카의 지상화를 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보는 것이
    더 많은 지상화를 더 잘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나스카에 오기 전에 경비행기를 타보지 않았다면
    경비행기에서의 멀미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도 경비행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여섯달 전 보츠와나에서 경비행기를 탔었다.
    오카방고델타(Okavango Delta)를 하늘에서 보기 위해
    조종사 포함 6인승인 아주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조종사는 나름 승객들에게 골고루 좋은 화면을 보여주겠다고
    비행기를 이쪽으로 기울였다 저쪽으로 기울이기를 반복했고
    비행이 30분쯤 되어갈 무렵부터 우리는 극심한 멀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 보츠와나 비행

    그 후로는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한가로이 초원을 거니는 동물들 찾기도 포기해 버렸다.
    낙하산이 있으면 당장 휘둘러 메고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반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괴로움은 위장과 뇌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그래서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보려면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전망대에 가면 기껏해야 두 개 정도 밖에 못 보는데...

    하지만 멀미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행기를 타야겠다는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합리화를 시켰다.
    지상화를 멀고 먼 하늘에서 보는 것이 아닌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서
    바로 발 아래에서 보는 것도 의미있겠다면서...




    전망대(미라도르 Mirador)로 가는 방법도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고 리마(Lima)쪽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전망대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었다.
    당연히 비용이 적게 드는 버스를 선택했다.

    8시30분 출발, 버스를 타고 전망대로 향했다. > 버스표
    광활한 평야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던 버스가 
    마른 먼지를 일으키며 전망대 건너편에 멈춰섰다.
    전망대는 외롭고 가녀리게 지평선을 뚫고 서 있었다.

    조금 강한 돌풍이라도 불면 홱하고 쓰러질 것 같은 전망대. > 전망대 입장권
    거기다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바로 그 높이 같았다.
    조심스럽게 한계단 한계단씩 올라갔다.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지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지상화가 점점 높이 올라가자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수십개의 지상화 중에 단 두 개 밖에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몇 발걸음만 옮기면 지상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만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보상되었다.

    신기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큰 그림을 그 옛날에 그렸을까,
    아무리 건조하고 비가 오지 않는 날씨라 해도 그 오랜 시간동안 어떻게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까?










    망망벌판에 전망대만 홀로 서 있고 그 아래 매표소 겸 기념품 가게만 있으니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고 가는데 시간이 더 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근처에 다른 지상화를 볼 수 있는 언덕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사지도 않을 기념품을 만지작거리며 나스카 시내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렸다.
    마침내 저 멀리서 버스가 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버스는 만석. 태울 수 없다는 사실만 알려주고 냉큼 떠나버렸다.

    잠시 후 승용차 한 대가 등장했다.
    이 뜨거운 햇살 아래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히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차를 세우려 했다.
    그런데 점점 가까워지는 차에는 택시 표시등이 얹혀 있었다.
    택시는 당연히 비싸리라 생각하고 그냥 보내려고 뒷걸음을 치는데
    전망대 관리인과 물건 파는 사람들이 우리 마음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택시비가 2솔이라고 알려줬다.

    택시가 멈춰섰고 다가가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물으니 타라는 손짓을 했다.
    이게 왠 떡? 버스비와 택시비가 똑같다니...
    그 기쁨도 잠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망대의 사람들이 얘기한 2솔은 1인당 2솔이 아니라 그냥 택시비가 2솔이 말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어쨌든 버스비와 같은 가격으로 편하게 잘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나스카 시내 -> 전망대, 버스 2솔(약 860원).
    .전망대 입장, 1솔.
    .전망대 -> 나스카 시내, 택시 2솔.
    .5솔x2명=10솔(약 4,300원).

    .숙소로 돌아와 나는 자고 라니는 숙소의 수영장에서 물놀이 후 빨래.
    .체크아웃하고 배낭 숙소에 맡기고 점심 먹으러 외출.
    .세트메뉴인데 주스나 음료수는 불포함. 샐러드or스프+스테이크 비슷한 것+야채볶음+밥.
    .노점에서 과일주스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마추픽추 가는 법 공부.






    .다시 저녁 먹으러 외출.
    .여러 식당 앞을 전전하다 그냥 만만한 중식당 선택.
    .어제 갔던 중식당 맞은 편의 다른 중식당(치파 Chifa).
    .숙소로 돌아와 쿠스코(꾸스꼬 Cuzco) 숙소 검색.
    .10시 반, 맡겨놓은 배낭 찾아 정리하고 터미널로 이동.

    .더 싼 버스가 있었지만 하나는 다른 도시를 거쳐 둘러서 가고 다른 하나는 어떤 등급을 확인할 수 없어 포기.
    .비싸지만 만족스러웠던, 페루에서 처음 탄 장거리버스, 크루스 델 수르(Cruz del Sur) 선택.
    .밤 8시에 출발하는 것은 Cruzero Suite, 180솔.
    .밤 11시 반에 출발하는 것은 Cruzero, 145솔.
    .할 것도 없이 더 기다려야 하지만 11시 반 출발 버스 선택.
    > 버스표





    의자 몇 개만 단촐하게 놓여져 있는 작은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야심한 시각, 어둠과 정적이 내려 앉은 마을에 대합실의 티비 소리만 살아 있었다.

    쿠스코로 가는 버스는 이 곳 나스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5시 반에 리마에서 출발한 버스가 11시 반에 나스카에 잠시 정차해 손님을 더 태우고 가는 것.
    이미 리마에서 이카를 거쳐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와 봐서 알지만
    6시간만에 리마에서 나스카까지 오는 것은 무리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직원이 다가와서는 50분 정도 늦을거라고 얘기해 준다.
    그나마 그가 얘기한만큼만 늦으면 다행이다.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작은 의자에 꺼져 앉아 알아들을 수 없는 티비를 바라보다
    밖에 나와 서성거리다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렇게 시간이 더디고 더디게 흘러갔다.

    12시 반.
    드디어 버스가 어둠을 가르고 정적을 깨트리며 나타났다.
    자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 우리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가이드북 기준, 15시간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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