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따라 세계여행::180일] 맥이 여러번 빠진 하루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3. 17. 10:00
    반응형

    0 9 . 1 0 . 3 0 . 금 | 콜롬비아 보고타(보고따) Colombia Bogota


    1

    몇 일 있으면 결혼기념일이다.
    이 곳 보고타, 숙소도 좋고 많은 것이 마음에 들지만 
    결혼기념일을 스산한 날씨 속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꼭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따뜻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더운 곳으로 가고 싶다.

    콜롬비아 북쪽, 카리브해에 접해 있는 카르타헤나(까르따헤나 Cartagena)로 가기로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카리브란 단어에서는 뜨거운 낭만이 흘러 나오는 것 같다.

    버스를 타면 20시간이 넘게 걸린단다.
    허걱하는데, 다행히 버스 가격과 비슷한 돈을 주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단다.

    아이레스(Aires)라는 이름의 항공사가 싸다고 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온통 스페인어고 영문페이지는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
    아비앙카(Avianca)라는 콜롬비아에서 제일 큰 항공사에 혹시나 하고 들어갔더니
    영문 페이지도 있고 가격도 아이레스와 같았다.

    조곤조곤 예약에 필요한 칸들을 채워갔다.
    그리고 결제페이지. 희한하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한 나라를 선택해야했다.
    콜롬비아를 선택하니 신분증번호를 적는 칸에 숫자만 입력이 되었다.
    우리나라 여권번호는 영어단어로 시작하니 입력불가.
    중남미의 다른 국가 혹은 미국을 선택하니 가장 저렴했던 프로모션 가격이 사라졌다.

    하는 수 없이 아이레스로 돌아왔다.
    구글 번역 창을 같이 띄워놓고 번역을 해 가며 한칸 한칸 채워나갔다.
    드디어 결제란 도착. 아비앙카에서 요구했던 신용카드 발급국가는 필요없었다.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을 조심스럽게 입력했다.
    그런데 결제가 되지 않았다.

    몇번이나 반복하고서야 원인을 알아냈다.
    보안을 위해 제시된 단어를 입력해야 칸이 있었는데 그걸 계속 빼 먹고 결제를 시도했던 것.

    정말 어렵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겨우 비행기표를 손에 넣었다.
    사흘 뒤 카리브해로 간다.

    (1년을 훌쩍 넘긴 2011년 3월에 다시 들어가 보니 아이레스항공 홈페이지에서는 영문페이지도 제공하고 있다.--;)



    2.

    아이레스 홈페이지에서 여러번 결제 시도를 한 것이 괜히 신경이 쓰였다.
    마지막 결제를 제외하면 모두 실패한 것이 맞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승인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비행기 티켓 결제는 정상적으로 한번만 승인이 났는데
    뜻밖의 승인내역을 하나 발견했다.

    열흘 전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스와콥문드(Swakopmund)에서 
    오십몇달러가 결제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열흘 전이면 이스터섬에서 모아이와 사진 찍고 있을 때다.

    스와콥문드의 한 식당에서 카드로 결제한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벌써 다섯달 전의 일이다.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신용카드 부정사용이란 말인가?
    우리 신용카드가 복제 당한 것인가?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조금 이상했다. 
    카드를 복제했으면 왜 고작 오십달러만 결제를 했을까? 그것도 달랑 한번.

    인터넷전화로 카드사에 전화를 했다.
    한국은 새벽인 시간이라 혹시나 했는데 연결이 되었다.
    국제승인센터라는 곳으로 전화가 넘어갔다.

    조회 결과,
    5월에 식당에서 결제한 것이 그 당시에 승인 취소 되었고
    다섯달이 지난 열흘전에 다시 새로 결제가 되었다는 거였다.
    우리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시츄에이션이지만 
    다행히 부정사용은 아니어서 맥박수는 정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 가지 일로 낮이 거의 다 지나갔다. 



    3

    가이드북을 보니 다섯시 반에 대통령궁에서 경비 교대식이 있다고 해서
    맞춰서 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교대식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맥이 빠진 채 저녁을 해결할 식당을 하이에나처럼 찾아 돌아다녔다.
    결국엔 마트에 들어가 닭고기를 물어왔다. 다시 백숙.



    4

    숙소의 알바생이 말해주길
    원래 금요일에는 볼리바르광장이 시끌벅적한데 
    거기다 오늘은 할로윈이어서 더 요란할 것이라 했다.
    아홉시반쯤에 같이 광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다들 집으로 흩어지는 파장 분위기였다.

    아직 열시도 안 되었는데 끝났나?
    다들 새나라의 어린이들인가?
    맥 빠지는 일의 연속이다.
    숙소로 향하는 경사진 길이 더 힙겹게 느껴졌다. 



    푹 쉰 것도 아니고
    비행기표 산 것을 제하면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즐긴 것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