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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56일] 카스바,똥싼바지,인샬라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2. 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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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0 . 0 6 . 화 | 모로코 라밧 Morroco Rabat


    8시반에 일어나 라밧의 부부가 만들어준 딸기+바나나 쥬스로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식혜까지 얻어 먹는 호사를 누렸다. 라밧에서 둘러볼만한 곳들을 알려주고 지도까지 건네주니
    끝없는 그들의 호의에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먼저 왕궁으로 향했다.
    나들이 하기 딱 좋은 10월이지만 그건 한국의 얘기다.
    뜨거운 햇살이 한국의 가을을 그립게 한다.
    한편으론 한겨울의 모로코가 궁금해기도 한다.

    성벽이 만드는 짧은 그림자에 몸을 숨기며 걷다 한 입구에 닿았다.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야 했다.
    이미 땀으로 젖기 시작한 허리춤의 복대에서 여권을 힘들게 꺼내 주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성문 앞에서 군졸들이 호패를 검사하고 입장시키는 사극이 떠올랐다.
    성 내부에는 큰 도로도 있고 집도 있고 광장도 있고,, 바깥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차이라면 국왕이 살고 있는 왕궁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가 있는 곳인데 그다지 삼엄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긴장감이 없어 여권을 건네주고 온 것이 불안할 정도였다.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듯한 궁전 앞의 병사들도 위엄 따위는
    그들 발 밑에서 올라오는 아지랭이와 함께 증발시켜 버린 것 같았다.





    우리나라 광화문도 경복궁도 아름답지만 이 궁전도 못지 않다.
    화려한 문양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치 복숭아를 엎어놓은 듯한
    아치가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오묘함도 시선을 뺐었다.

    단색인 우리나라 기와와는 달리 조금씩 색이 다른 녹색 계열의 기와는
    조명이 들어간 듯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파란 하늘과도 잘 어울렸고
    보는 이에게는 더운 날씨에 청량감을 안겨줬다.

    많은 공부를 하지 않고 와서인지 보이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늘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금새 여권을 찾아 나왔다.












    생선샌드위치 5디람(약 780원).








    다진고기샌드위치 5디람(약780원).




    왕궁을 둘러본 후에는 시장에 갔다.
    그 나라, 그 도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인 시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튀긴 생선 샌드위치와 계란과 함께 볶은 다진 고기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고 우다이아(Oudaya)라는 이름을 가진
    카스바(Kasbah, 성채, 성곽도시)로 향했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제목만 아는 '카스바의 여인'이란 노래의 카스바는
    지금 우리가 들어선 이 카스바를 얘기하는 것일까 궁금해 하며 천천히 돌아다녀봤다.

    역시나 지식부족이 문제인 것 같다.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시선을 끌거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없으면
    감흥은 아무래도 줄기 마련이다. 하얀색 건물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한 카스바의 마을은
    산토리니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 하면서도 모로코만의 다른 느낌을
    선사하긴 했지만 그다지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했다.
























    카스바 우다이아 입구.




    카스바를 나와 다시 시장에 접어 들었다.
    간혹 지갑을 부르는 물건들이 눈을 잡아 끌었지만 입맛만 다실 수 밖에 없다.
    계속 싸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물건값보다 더 비싼 배송료를 물어가며 한국으로 보낼 수도 없고...
    겨우 유혹을 뿌리치고 지나 옷가게 거리를 만났다.

    라니가 잘 때 입는 편한 바지를 마르세유의 호텔에 놔두고 오는 바람에
    바지를 하나 마련하기 위해 한 옷가게 들어갔다.
    나름 구색을 갖춰 놓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나마 유행을 쫓아가겠다며 일명 똥싼바지를 집어들었다.

    시장의 맛을 살려 흥정을 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늘 가지고 다니는 계산기를 동원했다.
    서로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합의를 보고 검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과일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는 석류와 포도를 좀 샀다.
    무하마드 5세의 묘에 가는 길에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겨우 빈 벤치를 차지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발을 좀 쉬게 했다.
    검은 비닐봉지에서 50디람(약 7,800원)을 주고 산 하늘색 똥산바지를 다시 꺼내들었다.
    중국산일까? 어쨌든 싸게 잘 샀다며 흡족해 하는데 한쪽에 때가 좀 묻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구멍도 하나 발견했다.

    아무리 싼 맛에 산 것이고 싼 것이 비지떡이라 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시장을 다녀오고
    다시 공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번거롭고 조금 힘들긴 했지만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알라의 뜻이리라 생각하면 편하다.
    '인샬라'를 되뇌며 왕의 무덤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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