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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45일] 케냐의 홍학,프랑스의 홍학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1. 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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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9 . 2 5 . 금 | 프랑스 아를, 카마르그 France Arles, Camargue


    두 밤 자고 떠나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아를(Arles).
    결국 하루를 더 지내고 떠나기로 했다.

    어제 고흐의 길을 따라 걸으며 아를 구시가지는 거의 다 둘러보았고
    그럼 내일은 어디를 갈까? 론리플래닛을 뒤적이며 잠들었었다.

    아를 남쪽, 론강 하구에 형성된 삼각주,
    그 쪽에 카마르그(Camargue)라는 동네가 있었다.
    영어로 된 설명에 사진은 없고 글자 외에 있는 것이라고는
    지도 밖에 없는 론리플래닛만 봐서는 딱히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가 보자 했다.

    라니가 시청광장 근처의 샌드위치집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버스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관광안내소에 갔다.
    친절한 직원은 버스시간 외에 지도를 펼쳐놓고 카마르그의 갈만한 곳을 알려주었다.

    하루에 6번 밖에 없는 버스 중 12시25분에 떠나는 버스를
    시청 앞 광장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다렸다.






    조류공원 앞 도로.


    50여분만에 관광안내소의 직원이 추천해준 곳에 내렸다.
    횡하기 짝이 없는 곳에 우리만 내렸다.
    입장료가 1만원이 넘는 조류공원만 달랑 있었다.

    마땅히 즐길거리도 둘러볼만한 다른 것도 없고
    버스도 자주 없으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은 PDF파일로 구입한 가이드북이 들어 있는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는 것을 수고로 만들었다.



    조류공원.


    1번부터 시작해 쭉 돌아 16번을 거쳐 다시 1번으로 돌아왔다.
















    7유로짜리 입장권과 함께 건네받은 안내장 표지에는 홍학이 그러져 있었다.
    좀 걸어들어가니 크고 작은 무리를 짓고 있는 홍학들이 나타났다.

    아프리카, 케냐로 기억이 더듬어 들어갔다. 감히 그 숫자를 헤아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여겨질 만큼 많은 홍학들이 있었던 나쿠루호수가 머리 속에 펼쳐졌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밉살스럽고 건방진 소심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쳇, 아담하네.





    알고보니 여기 홍학들은 아프리카의 홍학들과 다른 종류의 홍학들이었다.
    환경도 물론 다르다. 강과 바다가 맞나는 하구 삼각주.
    바람에 하늘거리는 갈대 비슷한 것들이 둘러싸고 있는, 민물인지 바닷물인지 둘이 섞인 것인지 알 수 없는 물에
    발 담그고 있는 홍학들은 수만 적을 뿐 우리 마음대로 무시할 그런 홍학들이 아니었다.

    건방을 닦아 넣고 걷기가 계속 되었다.
    오랜만에 한적한 자연 속에서 흙길을 걸으니 기분이 상큼해졌다.

    사과를 깎아먹고 벤치 하나씩 차지하고 누웠다.
    적당한 바람과 햇볕이 솔솔 낮잠을 불러왔다.





























    아주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구름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관찰소에 들어가 망원경만 안 들었지 마치 조류학자라도 된 것 처럼 눈만 내밀고
    조용히 새들을 살피기도 했다. 쪼리를 신고 온 탓에 다리도 아프고 흙먼지가
    발가락을 덮어갔지만 오히려 마음은 고요한 그 곳을 따라 차분해져갔다.

    그리고 거의 막바지에 들어갈 때 쯤 습지 너머 들판에 백마 무리가 보였다.
    하늘에서 이제 막 내려온 것 같은 천사들이나 탈 수 있을 것 같은
    순백색의 말들이 고삐도 안장도 없이 갈기를 휘날리며 거닐고 있었다.

    똥 대신 행운을 뿌리고 다닐 것 같은 백마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멀리 있었다. 신기루처럼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았지만
    어느덧 5개월을 채워가고 있는 우리 여행에도 행운을 실어주길 바라면서
    다시 아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The Trinquetaille Bridge.







    아를로 돌아와서는 어제 미처 찾지 못해던 고흐의 그림 속 배경을 찾아갔다.
    Trinquetaille 다리. 그림 속에는 매우 작은 나무가 이제는 하늘 끝에 닿을 듯
    아주 크게 자라 있었다. 가르등도 바뀌었고 다리 모양도 달라졌다. 사람들이
    주로 건너다녔을 다리는 이제 사람보다 차들이 더 많이 다닌다.
    또 다른 121년이 지나면 이 자리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밤의 카페 테라스' 속 카페를 다시 찾았다. 그림에서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이 되었으면 했지만 시간은 더디게 갔다. 여기서 밥 먹고 해가 완전히
    지기를 기다릴까 했다. 하지만 싼 편에 속하는 스파게티가 하나에 이만원을
    넘어갔다. 고흐 카페를 보면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주변의
    인기 있는 식당들도 자리값이 밥값에 얹혀져 있기는 마찬가지.

    머무는 호텔 근처의 저렴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찾아가니 밤의 카페가
    고흐의 그림에서 나와 있었다. 이 장면이 너무 신기해 붓이 아닌 카메라로
    그의 그림을 흉내내
    보려고 무던하게 애를 썼다.

    밝은 전기 가로등이 별들을 가렸지만 그렇게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점점 더 고흐의 그림에 빠져 들어갔고 라니가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그래서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했던 아를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 다른 고흐의 그림 장소 -> 9월24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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