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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41일] 엑상?프로방스?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0. 28. 09:30반응형
마르세유 생샤를역 맥도날드.
0 9 . 0 9 . 2 1 . 월 |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France Aix-en-Provence
맥도날드의 식은 감자튀김을 익숙한 케챱이 아닌 바베큐소스에 찍어 먹고 있을 때는 이미 11시였다.
서두를 일도 없지만 안에서 부리던 게으름은 외국에 나와서도 쉬 고쳐지지 않는다.
텁텁한 햄버거를 의무감으로 씹어 넘기고 엑상프로방스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엑상프로방스.
프로방스는 한국에서도 많이 들어봤던 프로방스풍이라는 말을 비롯해 외래어나
마찬가지이다시피 하게 익숙했지만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에 들어와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처음 만난 곳이다.
그렇게 낯선 곳으로 간다.
원래는 고흐의 도시, 아를(Arles)만이 계획에 있었다.
유레일패스가 없어 버스를 타는게 조금 더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 마르세유에 도착한 후 아를로 가는 버스를 알아봤었다.
여행안내소의 직원은 마르세유에서 버스를 타고 아를로 가려면 일단 엑상프로방스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하니 마르세유에서 바로 가는 기차가 나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 분의 입에서는 번거로움과 함께 흘러나왔지만 우리 귀에는 호기심과 함께 들어온 엑상프로방스.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 간다.
마르세유에서 엑상프로방스까지 타고 온 버스.
직접 짐칸에 배낭을 고이 집어넣고 버스에 올라 기사아저씨에게서 표를 샀다.
50여분을 달려 버스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반겨주는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려 배낭을 추스리고 사방팔방 두리번 거리며 실제 길과 지도를
동기화시키며 현재 위치를 잡아갔다.
45+23리터, 40+20리터의 배낭이 어깨에 매달려 있을 때 가장 갑갑한 경우 중
하나는 목적지가 걷기에도 버스를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에 있을 때이다.
잠깐 버스를 타기 위해 알아보자니 귀찮았다. 영어도 잘 안 쓰는 사람들
붙잡고 지도 들이밀며 묻느니 조금 힘들어도 걷기로 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양쪽에 늘어선 플라타너스 나무가 큰 터널을
만들고 있는 중심거리에 들어섰다. 흐늘거리는 플라타너스 잎사귀들이 햇빛을
반짝거리게 하고 이끼 낀 분수에서 흘러내리는 물도 함께 반짝이는 그 길을
걸으며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반짝이며 퍼져 나갔다.
엑상프로방스에는 유독 초밥집이 많았다.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는 더 이상 못 가겠다는 한계에 다다를 때 쯤 호텔에 도착했다.
싼 가격에 나와 있었지만 그 때문인지 방이 하루 밖에 비지 않아 하루만 예약하고 왔었다.
그래서, 체크인 하자마자 맞은 편 호텔에 방을 알아보러 갔다.
이틀만 자면 되는데 각각의 밤을 서로 다른 호텔에서 묵어야 하니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바로 맞은 편에 싸고 좋은 숙소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예약을 했다.
당일치기가 아니고서야 여행에는 늘 숙박이 따라 나닌다.
마치 여행이라는 글자 뒤에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것 같은 숙박.
여행에서 떼어낼 수 없는 숙박은 때론 참 성가시게 군다.
이제 엑상에서의 이틀밤과 아를에서의 이틀밤은 마련이 되었으니
잠시 숙박은 여행 속에 콕 쳐박아 놓고 잊고 다녀도 되겠다.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버스에 내린 후 호텔을 찾아 걸어온 길을 되돌아 걸었다.
그 자체가 골동품 같은 건물들을 담으며 차는 한대밖에 지나가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두 방향으로 걸을 수 있는 인간지향적인 아담한 길을 지나 중심거리로 접어 들었다.
하늘로 치솟아 파란 하늘을 쪼개어 담고 있지만 이제 곧 거리를 수 놓을
플라타너스 잎들이 다시금 반겨주는 길을 걸어 여행안내소로 향했다.
중심거리, 미라보거리(Cours Mirabeau).
구멍가게 같은 작은 부스에 라디오로 허전함을 채우고 친구와의 핸드폰 통화로
지루함을 달래는 아가씨가 덩그러니 앉아 있는 그런 안내소가 아닌
지하1층 지상2층의 현대식 건물 한채가 통째로 여행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음이 인상적인 엑상프로방스의 관광안내소로 들어갔다.
아를로 가는 버스도 알아보고 피카소-세잔 전시회와 세잔의 아뜰리에 입장권을 구입하고
내일 오후5시 아뜰리에에서의 가이드를 예약 했다.
관광도시의 생존법을 아주 잘 보여주는 관광안내소를 나와
라니는 일주일 후면 끝나는 피카소-세잔 전시회를 보러 가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나무로 짜여진
가운데 움푹 패인 의자에 앉아 아를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보며 휴식을 취했다.
전시회에서 돌아온 라니와 함께 마드리드의 숙소를 알아보고 쉬었다가
7시가 넘은 후에야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지는 해는 보이지 않는 옅은 하늘색의 하늘 아래
노란 조명으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거리를 걸었다.
사진은 그 어떤 음식 보다도 먹음직스럽지만
실제는 우리 입맛과는 너무 많이 빗나간 음식을 저녁으로 먹고
햇빛이 아닌 하얀색 가로등 불빛을 받아내는 플라타너스 길을
반팔 차림이 적당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속에 세번째로 걸었다.
도시라는 단어보다는 마을이 더 잘 어울리는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담한 엑상프로방스.
생 폴 드 방스와 함께 사랑스럽고 이어서 갈 아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 곳을 지나쳐 가지 않고
올 수 있게 해 준 우연이 참 고맙고 또 고마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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