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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38일] 야속한 비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0.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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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9 . 1 8 . 금 | 프랑스 니스, 생 폴 드 방스, 마르세유 France Nice, Saint Paul de Vence, Marseille


    어제, 오랜만에 본 파란 하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는데
    그 반가움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인지 아침부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짝 마른 땅을 촉촉히 적셔주는 비는 고맙기만 하지만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멀리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그저께 비 때문에 하루 쉬어서 오늘의 비는 더더욱 밉기만 하다.

    마르세이유로 가는 기차는 오후 4시 넘어서 출발.
    체크아웃을 해야 하니 비를 이유로 멍 때릴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고
    오늘 니스를 떠나니 마음 편하게 멍 때릴 상황도 아니어서
    원래 계획대로 생 폴 드 방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에 배낭을 맡기고 나서는데 비가 그쳐 있었다.
    파란 하늘 쨍쨍한 햇빛은 기대도 하지 않고
    시커먼 먹구름 내려앉은 하늘도 고마우니
    그저 비만 내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버스터미널로 향해 바쁜 걸음을 내딛었다.



    프랑스 니스, 버스터미널 가는 길.


    니스역 바로 앞에 자리한 숙소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였지만 기꺼이 걸어서 갔다.
    몇 일 다녔다고 처음 갈 때 만큼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조심해서 걷는다고 해도 이내 슬리퍼에 물이 튀어 들어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10시15분에 니스를 출발한 버스의 엔진이 채 달궈지기도 전에
    유리창에 빗방울이 내려와 앉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생 폴에 도착할 때 쯤 미리 가방에서 비옷을 꺼내 펼쳐야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양산 겸 우산은 살이 부러져 터키에서 폐기처분 되었고
    니스의 마트에서 팔던 우산은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싼 것 같아 몇 번 들춰보기만 하고 사지 않았다.
    아마 비옷이 있었기에 배짱을 부렸을테다.

    그리스 아테네의 민박에서 만난 희정씨가 선물로 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하얀색 비닐 비옷 두개를 배낭 깊숙한 곳에서 꺼내 들고 왔었다.
    착용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역할도 하는 비옷을 입으며
    비옷 외에도 여러가지를 챙겨준 살뜰한 그녀를 다시 떠 올렸다.



    생 폴 드 방스.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속에 하얀색 비옷을 입어
    단연 돋보이는 우리처럼 생 폴 드 방스도 높은 곳에 우뚝 솟아있었다.
    짙은 구름과 비로 인해 연출되는 음산한 분위기 때문인지 버스에서 내려 멀리서 바라본
    생 폴은 샌프란시스코만 가운데 떠 있는 섬이자 교도소였던 알카트라즈(Alcatraz)를 떠 올리게 했다.

    하지만,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그 이미지는 순식간에 확 바껴 버렸다.
    예술의 마을임을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을 곳곳에서 아기자기함이 흘러 넘쳤다.

    아마도 쨍한 햇빛이 내리쬐는 날에 왔다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을을 떠 받치는 듯 자리 잡고 있는 나무들의 녹색과
    황토색 기와들의 선명한 대비를 보면서 이 마을의 매력을 짐작하고 들어섰을 것이다.

    첫 인상부터 오해하게 만들고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고
    지금도 화랑들이 가득한 이 마을을 여유롭게 둘러보지
    못하고 종종걸음치게 하는 비가 그저 야속할 뿐이다.

    마을이 워낙 작기도 했지만 비가 중간에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온통 젖어 있는 곳들 뿐이니 엉덩이 살짝 걸치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마을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한가롭게 바라보기도 할 수 없고
    젖은 발과 다리는 약한 바람에도 쌀쌀함을 느껴
    한시간 남짓 둘러보고는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안고 과거 속에 현재가 안겨 있는 듯한
    생 폴 드 방스를 떠났다.







































    니스역 앞 길.


    니스역.


    니스로 돌아와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배낭을 맡겨둔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을 쓰고 사과를 깎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4시에 역으로 가서 잠깐 기다렸다 기차를 탔다.

    우리가 산 표는 좌석이 없다.
    자리가 있으면 앉고 없으면 서서 가는 복불복을 감수하는 대신 조금 싼 표.

    출발하고 나서 빈 자리가 있으면 앉으려고 객차와 객차 사이에 서서 있는데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표와 좌석번호를 번갈아 보면서 확인하는
    동작을 하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그제서야 좌석제가 아니라 선착순이라는 감을 잡고
    큰 짐 보관하는 선반에
    배낭을 잘 포개 넣고 선반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꾸 베르사이유와 헛갈리는 마르세이유까지 앉아서 갔다.



    프랑스 기차.


    마르세이유역에서도 가깝고 취사시설도 있고 시설도 괜찮은 Vertigo라는
    이름의 호텔을 찾아가는데 지도의 길과 실제의 길 맞추기가 쉽지 않은 길이 있어 헤매다 겨우 찾았다.
    하지만, 자리가 없었다. 다시 배낭을 메니 어깨가 더 아파왔다.

    가엾은 우리에게 근처의 다른 숙소를 추천해줘서 찾아갔다.
    하지만, 그 호텔에는 취사시설도 없고 화장실 없는 싼 방은 자리가 없고
    65유로의 비싼 더블룸만 있었다. 좀 더 고생을 해야겠다.

    숙소가 좀 더 많이 있는 부두쪽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어깨도 점점 아파 오고 배도 점점 고파져갔다.
    다시 헤매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라니는 짐을 지키고 혼자 맨몸으로
    처음의 그 호텔로 가서 주변에 취사 가능한 숙소가 있는지 물었다.

    반갑게 명함 하나를 건네받았다.
    지하철로 다시 내려가 라니와 함께 다시 배낭을 메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멀지 않다고 했고 처음이라 지도상의 거리가 감이 잡히질 않아 일단 걸었다.
    그런데 이미 지친 몸으로 배낭을 메고 가기에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거기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마르세유역 앞 계단.


    어둠속에서 내리는 비를 가르며 헉헉거리며 명함속의 숙소를 찾아갔다.
    드디어 그 숙소가 있는 길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다 만난 분에게 여쭤보고 다시 흐릿한 가로등에 기대 번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걷다 겨우 찾았다.

    작은 간판도 없어 쉽게 찾지를 못했던 것이었다.
    아파트 초인종 옆에 조그만한 그 숙소의 이름이 붙어져 있었다.
    여러 초인종 중 그 숙소 호수의 종을 누르기 위해 들어올리는 팔이 후덜거렸다.
    옷은 조금씩 젖어오고 어깨는 내려앉을 것 같고 다리는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다.
    어서 따뜻한 곳에 들어가 이 천근만근 같은 배낭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절망이란 단어가 이렇게 어울릴 때가 없었다.
    지직거리는 스피커로 자리가 없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주저 앉고 싶었지만 짧은 처마 때문에 아파트 현관 턱마저도
    비에 젖어 있어 그러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더 이상 새로운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은 무리였다.
    다시 마르세이유역 앞으로 돌아왔다.
    두번째로 갔었던 비싼 더블룸 밖에 없다던 그 숙소가 유일한 대안이다 싶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건너편 다른 호텔에 가서 가격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 두번째 호텔에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일부터는 화장실이 없는 싼 방이 빈다는 것.
    65유로짜리 방에 들어서자마자 배낭을 내팽개쳤다.
    침대에 벌러덩 누우니 뜨거운 콩나물국밥과 깍두기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우리나라 오만원짜리 모텔방보다 못하지만 가격은 두배인 방을 나와
    저녁을 먹기 위해 내려왔더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숙소와 마찬가지로 선택의 폭은 아예 사라졌고 할 수 없이
    숙소 건물 1층에 자리한 식당에 들어갔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메뉴판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주문을 했는데

    두가지 중 한가지는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이 나왔다.
    참, 가지가지로 첫날부터 인상이 깊어져가는 마르세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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