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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34일] 베네치아를 떠나 식겁하며 니스행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0. 8. 09:00반응형
베네치아의 민박 베란다에서.
0 9 . 0 9 . 1 4 . 화 | 이탈리아 베네치아 -> 프랑스 니스 , Italy Venice -> France Nice
폭 빠졌던 베네치아를 떠나는 날,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비까지 내려보내고 있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관광객이 드나 드니
베네치아가 우리의 떠남을 아쉬워 해 비를 내릴리는 없고
흐린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우리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다는 말은 또 너무 상투적이다.
쨍한 날씨보다는 그냥 이렇게 흐린 것이 아쉬움을 지워내기에는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민박 사모님께서 직접 내려주신 이탈리안 커피를 마시며 했다.
프랑스로 간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떠나 밀라노(Milan)와 제노바(Genoa)를 거쳐
프랑스의 니스(Nice)로 기차를 타고 간다.
예정시각에 따르면 밀라노에 도착 후 제노바로 가는 기차를 타기까지
35분의 여유가 있었다. 5분, 10분 정도 늦어도 갈아타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차가 25분이나 늦게 도착해 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5분, 10분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 둘을 합한 15분 보다 더 늦은 25분이라니...
이탈리아 북부 최대 도시답게 밀라노에는 내리는 사람도 엄청 많았다.
승강장은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로 거의 줄을 이루다시피 하고 있었다.
염치 불구하고 민폐를 끼칠 수 밖에 없었다.
두툼한 배낭을 메고 두 손은 앞으로 멘 작은 가방을 보듬고, 미안해 하면서 사람들을 비집고 나섰다.
급하게 이리저리 걷다 보니 본의 아니게 등에 붙어 있는 큰 배낭이 사람들을 툭툭 치기도 했다.
마음은 칼 루이스인데 사람이 많아 뛸 수가 없었다.
내린 승장강과 탈 승강장 사이가 꽤 멀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밀려 지체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선로로 내려가 가로지르기까지 했다.
그나마 승장강이 낮아 선로로 뛰어들 수 있었고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육교나 지하를 지나지 않고 갈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후덜거려 선반에 배낭을 겨우 올렸다. 좌석에 앉음과 동시에 힘이 쪼옥 빠졌다.
그제서야 밀라노를 보지 못하고 이렇게 기차역에서 뜀박질만 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제노바에서는 그런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았다.
대기시간이 워낙 여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잠시 역 밖으로 나가 제자리에 서서
거기서 보이는 만큼의 제노바만 훑어보았다.
국경을 지난다는 느낌은 전혀 없이 기차는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한동안 기차는 바다를 끼고 달렸다.
바다만 바라보며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프랑스에 왔음을 느낄만한 것이 없었다.
니스역에 내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해는 이미 졌다. 아무리 선진국이라 해도 모든 것이 낯선 여행자,
특히 첫 발을 내딛는 도시의 밤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숙소는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 마음이 조급해 질 수 밖에 없다.
프랑스말로 나오는 역의 안내방송도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프랑스말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운 좋게 첫번째 방문한 숙소에서 머물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방문한 미국 식당 맥도날드에 가서야
비로소 프랑스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읽을 수는 없지만 이탈리아어와는 분명 다른 프랑스어들이 잔뜩 적힌 메뉴판을 보면서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감싸는 비음 강한, 내 코가 다 간질거리는 프랑스말들을 들으면서
드디어 프랑스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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