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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28일] 카메라 자가수리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9.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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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9 . 0 8 . 화 | 이탈리아 로마 Italy Rome


    여기 로마의 한인민박은 지난 4개월의 여행동안 묵어본 숙소 중 가장 분주한 곳이다.
    전형적인 숙소의 형태가 아닌 일반 가정집을 숙소로 사용하는 민박이라서
    모두의 움직임이 쉽게 파악되는 특이점도 있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이른 아침부터 투숙객 모두가 바쁜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마치 하숙하는 고등학생들 같았다.
    로마시내투어나 바티칸투어, 또는 폼페이와 소렌토 등을 둘러보는 남부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
    혹은 피렌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좀 급하신 분은 7시 전에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오늘도 다 빠져나가고 우리만 덩그라니 남았다.





    같이 다니지만 서로의 시각이 다르고 각자 찍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담아보자며
    카메라를 2대 가지고 나왔었다.

    그런데, 한대는 여행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에 먼지가 들어갔는지
    사진에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다. 밝은 부분 특히 하늘에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위의 사진처럼.

    그리고 다른 한대는 터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잃어버려 급하게 새 것을 구입했는데
    선택의 폭이 좁고 한국에서보다 가격이 높아 이전 것보다 사양이 못한 것을 선택해 버렸다.

    먼지가 들어간 카메라가 조금 더 좋은 것이라
    어떻게든 고쳐서 썼으면 좋겠는데 그게 해외에 있다보니 여의치가 않았다.



    국제적인 일본회사의 제품이고 보증기간도 남아 있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그 회사의 서비스센터만 있으면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한국에서 구입한 제품이라 한국에서만 보증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메일로 받았다.
    보증수리를 받으려면 한국으로 보내는 수 밖에 없다는 안내와 함께.

    심각한 문제가 아니니 해외에서 수리를 받아도 수리비가 많이는 나오지 않겠지 싶어
    가는 도시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없는 곳도 있고 있어도 숙소에서 먼 곳에 있거나 해서
    계속 미루다 마침내 로마에서는 숙소에서 지하철로 7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어
    오늘 다녀오기로 했다.


    라니는 어제 낮에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밤에도 야간투어에 참여를 해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라니는 주인부부 밖에 없는 숙소에서 쉬고 혼자 나섰다.
    구글 지도를 카메라로 찍어가 작은 서비스센터는 어렵지 않게 찾았다.

    기사분 중 영어가 조금 되시는 분이 계셔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얼룩이 진 사진을 보여주니 일단 카메라를 열어봐야 하고 수리비는
    기본 50유로라는 충격적인 말을 서스럼없이 아주 태연하게 내뱉으셨다.

    50유로. 2009년9월8일 현재 1유로를 사는데는 대략 1,800원이 필요하니
    9만원에 상당하는 돈이다.

    정확한 원인파악은 개봉을 해 봐야 알겠지만
    기사분도 먼지가 원인인 것으로 추측했다.
    나사 몇개를 전동드릴로 풀어내고 내부 기계 조금 분해해
    먼지 털어내고 다시 조립하는데 9만원을 낼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보증기간이 지나도 말만 잘하면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것을.

    조금 망설이다 카메라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도 눈을 좀 붙였다.

    숙박비에 포함된 한식 아침을 놓치지 않겠다고 피곤함에도
    7시전에 일어났더니 졸음이 밀려왔다.
    11시에 누웠는데 오후2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점심을 해결하고 비장한 각오로 카메라에 드라이버를 가져다 댔다.





    한국에서 여벌 안경을 마련할 때 안경점에서 챙겨준 안경 나사용
    십자+일자 드라이버를 이렇게 요긴하게 쓸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음 수술대에서 메스를 잡은 외과의사의 마음이 이럴까?
    잔뜩 긴장한 채로 카메라의 나사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카메라 내부는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나사 몇개를 더 푼 후 드디어 렌즈부분에 도달했다.
    침을 몇번 삼키고 마른 입으로 바람을 불어 아주 작은 먼지를 날려보냈다.
    그리고 안경닦이용 천을 몇번이나 탈탈 털어 아주 조심스럽게 닦아내었다.

    부위별로 잘 나눠 놓은 눈꼽만한 나사를 제자리에 모두 맞춰 넣었다.
    전원을 다시 켜기 전, 분해할 때 느꼈던 것 보다 더 강한 떨림이 밀려왔다.
    렌즈는 천천히 지극히 정상적으로 돌출해 나왔는데,
    아뿔사, 초첨이 맞지를 않았다.

    그래, 완전 초보의 9만원짜리 수리인데
    첫 방에 성공하면 너무 극적이다.



    다시, 이제는 조금 더 능숙한 솜씨로 카메라를 분해했다.
    이가 완전히 맞지 않은 채로 나사를 채워버린게 문제였다.
    좀 더 세심하게 맞춰 조립을 하고 다시 전원을 켰다.

    내 눈으로 보기에도 렌즈를 통해 엘시디 화면에 뿌려지는 영상은 선명했고,
    초점이 맞음을 뜻하는 녹색 점도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숙소에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9만원을 아낌과 동시에 이제 조금 더 나은 사진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역시 궁하면 통하나 보다.




    저녁식사 후 무료 야간투어.
    나보나광장에서 만난 전자기타 연주에 폭 빠져 투어는 접고 끝까지 감상.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역 자동발매기에서 베네치아행 기차표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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