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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14일] 산.토.리.니.다!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8. 22. 10:00반응형
산토리니에 도착해 배 문이 열리고 있는 순간.
0 9 . 0 8 . 2 5 . 화 | 그리스 산토리니 Greece Santorini (Σαντορίνη, Thira)
코스섬을 떠난 지 5시간이 다 되어가는 새벽1시를 향해
시계가 한참 달리고 있을 때 나온 안내방송에 잠에서 깼다.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배표 끊을 때 들었던
산토리니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얼추 맞다.
내릴 준비를 하며 승무원에게 확인해 보니 맞단다.
그 이름만으로 상큼상큼한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그 이름만 되뇌어도 파란 지붕을 가진 하얀 집들 사이에서
손예진이 새하얀 옷을 입고 포카리스웨트를 한손에 들고 자전거를 타고 마중을 나올 것 같다.
나나나나나나 널 좋아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어둡다. 캄캄한 새벽 1시.
어서 숙소부터 구해야 하는 마음 급한 상황이다.
배가 도착하면 선착장에 늘어서서 난리라는 호객아저씨아줌마들은 보이지 않는다.
인포메이션이라 써 붙여 놓은 곳 2군데와 호객아주머니 딱 한명과 접선한 후 겨우 숙소를 잡았다.
급하게 온 곳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틀만에 편안하게 누우니 너무 좋다. >> 올림피아호텔
코스섬에서 산토리니까지 타고 왔던 큰 배, 블루스타1호는 사람들을 내리고 또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왼쪽 배)
피곤해서 제대로 늦잠도 자고 쉬기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숙소도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쎈 유럽, 그 중에서도 산토리니다.
모든 것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섬이라는 환경에 잘 나가는 휴양지,
오래 머물 여유가 없다. 짧고 굵게 즐기고 가야 한다.
비록 장기배낭여행이지만 이 곳에서는 조금 분위기 있게 지내고 가기로 했었다.
돈을 조금 쓰더라도 이 푸른 지중해와 하얀 집들이 층층이 들어선 절벽을
담아낼 수 있는 숙소에 머물기로 했었다. 짧고 굵게...
그래서, 새벽에 떨어져 급하게 구한 호텔을 떠나
산토리니의 중심마을이라 할 수 있는 피라의 절벽에 자리한 호텔을 잡았다.
우리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긴 했지만, 고급 호텔을 따지자면 끝도 한도 없는
산토리니에서 그 쯤이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에 위치와 풍경은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호텔 발코니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
호텔 발코니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
호텔 발코니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
호텔 발코니에서 오른쪽을 바라다보면... ↓↓
호텔에 참 어울리지 않는 크고 작은 배낭 네개를 방에 들어서자마자 내팽치고
작은 발코니로 나가 파란색 난간에 두 손을 짚고 가슴을 내밀어 둘러본 경치는
사진에서 본 모습 그대로 너무 아름다웠다.
이 호텔을 찾아오면서 겪은 고생은 정말 한순간에 한점도 없이
산토리니의 새하얀 집보다도 더 깨끗하게 지워졌다.
정말 우리가 산토리니에 왔구나.
밥을 먹지 않아도 배 부르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싶다.
하얀색의 집들이 올망졸망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는 집들과
짙푸른 바다,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유람선.
엽서속으로 들어왔다.
의자 두개와 테이블 하나면 꽉 차는 이 작은 발코니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마냥 기분이 두둥실일 것 같았다.
> 파노라마호텔 글
피라마을.
금강산도 식후경.
감격은 잠시 후에 이어가기로 하고 밖으로 나와
점심으로 먹을 기로스와 과일과 음료수를 샀다.
그리고 사자마자 바로 호텔로 돌아와 작은 발코니에 앉아
지중해를 내려다 보며 점심을 즐겼다.
배가 불러오니 감격에 잊고 있었던 피곤이 밀려왔다.
하얀색 무늬 없는 커텐으로 햇살을 가리고 낮잠에 빠져들었다.
피라마을.
피라마을.
기념품 가게.
호텔 발코니에서의 조촐한 저녁식사.
5시쯤에 일어나 다시 나갔다.
작은 서점에 들렀다.
론리플래닛은 규모에 비해 꽤 갖춰놓고 있었지만 찾고 있는 지중해편은 없었다.
아테네로 가는 배표를 알아봤다.
인터넷으로 좀 더 살펴보고 내일 사기로 하고 일단 알아보기만 했다.
피자와 사과맛 환타를 샀다.
이번에도 호텔로 돌아가 발코니에서 저녁을 먹었다.
궁상맞아 보이기도 했지만, 명당인 우리방을 두고
굳이 비싼 절벽 끝 레스토랑에 갈 필요가 없었다.
저무는 해가 쏟아내는 빛이 지중해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무리하긴 했지만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싸구려 피자였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피자와도 비교할 수 없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져갔다.
호텔 발코니에서 즐기는 우리만의 석양.
노을을 담은 산토리니.
작은 카메라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밤에도 아름다운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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