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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13일] 터키에서 배 타고 산토리니로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8. 20. 09:00반응형
보드룸 마을.
0 9 . 0 8 . 2 4 . 월 | 터키 보드룸, 그리스 코스 Turkey Bodrum, Greece Kos
밤새 이동, 11시간반만에 보드룸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원래는 보드룸에서 하루 자려고 했었다.
버스표 살 때 직원이 얘기해 준 시간에 도착하면
9시반에 출발하는 그리스행 배를 타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는 그가 알려준 것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내려오면서 본 마을은 이뻤다.
그리스에 가까워졌다고 그러는지 마을 건물들이 온통 하얀색.
여기 좀 있다 갈까 잠시 갈등하다 그냥 바로 떠나기로 했다.
계획에도 없었고 배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려고 했던 것이었고,
그리고 터키부터 점점 높아지는 물가에 여유가 생기질 않았다.
얼른 산토리니에 가고 싶기도 했다.
보드룸항.
밤새 버스를 타고 와 무거운 몸에 빈 속에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배를 타는 곳으로 걸어갔다. 배표를 파는 사무실이 몇 있었다.
우리나라 남해처럼 섬이 많은 에게해여서 그런지
처음 들어간 사무실에서는 우리의 목적지 코스(Kos)섬에 가는 배편이 없었다.
다른 사무실을 기웃거리는데 연세가 조금 있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터키에서 태어나고 프랑스에서 자랐다는 무표정의 아저씨가
기다려 가면서 표를 사는 것과 출국수속 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어떻게 좀 친하게 지내며 가볼까 했는데 모든 처리가 끝나자
마치 자신의 임무를 다 했다는 듯 먼저 배에 오르셨다.
보드룸항.
한가지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이스탄불에서 카메라를 도둑맞고 급하게 새 것을 하나 장만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면세로 구입을 했는데, 출국 전에 세관에서
세급환급서류에 도장을 받고 제출을 해야했다.
그런데, 세관 사무실 문이 닫혀 있었다.
제출을 하지 못하면 면세받을 때 등록한 신용카드로 면세금액의 2배가 결제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직원이 오지를 않았다. 바로 옆 출국심사 하는 경찰에게 물어보니
조금 있으면 올 것이라고 아주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세관 사무실 문 앞에 주저 앉아 연신 손목시계속의 시각을 확인했다.
배는 9시반에 출발하는데 어느새 9시를 알리는 알람소리가 짧게 울렸다.
휴양도시라 그런지 직원도 여유있게 잠시 후 나타났다.
일처리도 느긋하다. 하지만 우리는 불안하다.
잘 접수되었기를 바라며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보드룸(Bodrum).
보드룸.
터키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드디어 그리스.
보드룸에서 코스섬까지 타고 온 배.
시그마와 오메가가 반겨주는 그리스.
1시간반에 다행히도 멀미 없이 그리스 코스섬에 도착했다.런던을 떠난지 한달 열흘만에 다시 유럽에 들어왔다.
거리상으로는 그리스 본토보다 터키에 훨씬 가까운,
잘 모르는 사람은 지도를 펼쳐놓고 터키땅이라 해도 기꺼이 믿을,
역사를 잘 모르는 우리는 왜 여기가 터키땅이 아니고 그리스땅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터키에서 가깝지만 이미 분위기는 터키와 많이 달라졌다.
모스크 대신 하늘색 동그란 지붕의 교회가 보이고
모스크의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기도소리 대신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글자는 큰 차이는 없지만 오메가, 시그마 등이 들어가 있으니 왠지 조금 더 난해하게 보인다.
일단 산토리니로 가는 배표를 구했다.
밤 8시 출발. 현재 시각 낮 12시.
배낭 맡길 곳은 못 찾겠고,
그럼 이동반경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그럼 기다림은 표준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간단하지만 그래도 배에 뭐가 들어가니 졸음이 온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은 밤샘버스를 탄 후에는 숙소를 구하자마자 잠깐 눈을 붙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리자마자 배를 타고 와 또 다른 곳으로 가는 배표를 구하는 이동의 연속이었다.
고급스런 요트들이 자리를 잡은 부둣가 긴의자에 앉았는데 잠이 쏟아져 도저히 안 되겠다.
의자 뒤 잔디밭에 침낭을 펼쳤다.
지퍼를 모두 열어 넓게 펼치고 드러누웠다.
그리고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평소에 집에서 잘 때도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잠드는 스타일인데 말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그렇게 완전히 누워 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터키의 케밥과 거의 똑같은 것 같은데 이름은 기로스. 칼이 아닌 전기기계로 잘라내는 것이 낯설어보였다.
한 숨 잘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말랐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다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시원한 쉐이크로 목을 축이고 샐러드로 입가심을 하고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썼다.
다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어깨가 견디는 한도내에서 마을 구경을 간략히 하고 저녁을 먹었다.
터키의 케밥과 아주 비슷하지만 다른 이름의 기로스(Gyros)를 포장해 한산한 곳에서 대충 걸터앉아 먹었다.
늦은 시각까지 한참을 배를 타고 갈테니 든든하게 먹야하는데 너무 짜서 결국은 조금 남기고 말았다.
기로스.
사진에서 봐 왔던 그리스 냄새 물씬~.
우리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코스섬이지만, 이 쪽 지역에서는 꽤 놀러 오는 섬인가보다.
말로만 듣던 벤츠택시. 하지만, 그냥 이 곳에서는 소나타 택시 같은 느낌?
바로 왼편의 저 잔디밭에서 낮잠을 즐겼다. 부랑자처럼...ㅋ
배 위에서 내려다 본 코스섬. 카메라 화면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초점이 외출을 하셨다.
노을을 보며 배 타는 곳으로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이 컸다. 배 안에 트럭이며 승용차를 한가득 실을 정도이니
오전에 터키에서 타고 왔던 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컸다.
승무원에게 표를 보여주니 제일 위로 올라가란다.
아, 그런데 이 곳은 금연구역이 아닌가 보다.
담배연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밖으로 나가도 담배를 낭만적으로 피워대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좀 나았다.
그리고 낮과 밤이 교차하는 코스섬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조금 더 나았다.
난간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떠나가는게 아쉽다는 듯 셔터를 눌러대고 후레쉬를 터뜨렸다.
우리는 그들과 달리 잠깐 머물고 가서 아쉽지만,
그래도 산토리니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처음에는 배 끝에서 그리스 국기를 펄럭이게 하는 바람이
그 기대감을 풍성하게 했지만 코스섬이 점점 작아질수록 부담스러운 바람이 되었다.
강한 바람과 그 바람에 실려와 코와 눈과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담배연기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혹시나 하고 아래 선실로 내려갔다.
걱정과는 달리 표를 검사하거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분위기는 훨씬 아늑하다. 게다가 전원도 있고 테이블도 있다.
담배연기는 물론 없다. 괜히 순진하게 그 곳에 오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편한 자리
넓은 자리
테이블이 있는 자리
전원이 있는 자리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차지하고 있었다.
겨우 한구석에 자리를 마련했다.
간이의자라 편하지가 않다.
자세를 이리해 보고 저리해 봐도 각이 나오질 않는다.
7인치 작은 노트북은 배터리도 작아 한시간을 조금 넘기기 힘들다.
아직 몇시간이나 남은 항해시간을 생각하면 전원이 간절하다.
전원만 연결하면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낄낄대며 시간을 쉽게 죽일 수 있을텐데...
건너편에 13인치쯤 되어 보이는 노트북을 전원에 연결하고 영화를 보는 분이 아주 부러워 죽겠다.
무료하게 있으니 또 잠이 솔솔 온다.
얼른 깜깜하고 조용한 방안 편한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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