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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09일] 소매치기세계여행/중동 2009 2010. 8. 12. 09:00반응형0 9 . 0 8 . 2 0 . 목 | 터키 이스탄불 Turkey Istanbul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올랐다.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섰더라면,
갈라타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트램을 탔었더라면,
아니면 다리에서 사진 좀 더 찍고 구경 좀 더 했었더라면,
영화 속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를 피했을 수도 있었듯이
나도 카메라를 도둑 맞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홍합밥.
손이 많이 갈 것 같다.
약속장소인 탁심으로 가는 길.
숙소에서 나와 바로 트램을 타지 않고
바닷가까지 걸어가면서 구경을 했다.
갈라타다리 앞에 도착해서 잠깐 고민을 했다.
그냥 여기서 트램 타고 갈까?
이왕 여기까지 걸어온 것, 시간도 아직 남았겠다
다리 구경하고 건너서 트램을 타고 갈까?
다리 위에서는 낚시대회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다리 난간위로 낚시대들이 늘어서 있었고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다리 위로 발걸음을 올렸다.
출근 시간대의 서울 지하철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배들이 다니는 듯한 그 바다 위에서 조그만 물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들.
이스탄불에 사는 사람중에 이 다리에서 낚시질 안 해본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라고
말하면 한명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이 생각될 정도로 평일 낮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리 난간에 붙어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사진에 담으며 다리 넘어 보이는 소피아성당을 찍으며
뜨거운 이스탄불의 한낮을 가로질러 다리를 건넜다.
덥고 배 고프고, 이제 트램 타고 탁심으로 가자.
다리를 건너자마자 있는 카라쿄이(Karaköy)역으로 들어갔다.
탁심 거리.
트램에 타는데 누군가 뒤에서 밀고 들어왔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너무 밀고 들어와서 돌아봤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 몸이 좀 불편해 보였다.
그러려니 하고 빨리 안쪽으로 들어와 먼저 자리 잡은 라니 옆에 섰다.
그런데, 천천히 출발하는 트램 밖으로 조금 전 그 아저씨가 서 있는게 보였다.
아니 저 양반 그렇게 밀쳐놓고 왜 안탔데?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네 하면서 그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탁심에 도착해 지상으로 올라와
어제 야경만 보았던 탁심거리의 낮모습을 찍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카메라가 없었다.
반대쪽에도 없었다.
있을리 없는 뒷주머니에도 역시 없었고
한번도 카메라를 넣어 본 적이 없는 무릎옆 주머니에도 없었다.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손에서부터 시작해 팔을 타고 다리까지 힘이 쏘옥 빠져나갔다.
그렇게 카메라를 도둑 맞았다.
탁심광장.
지난 3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조심해서 다녔다.
사소한 것이고 귀찮은 것이어도 지켜왔었다.
지갑은 뒷주머니에 넣지 않고 가방 안에 넣고 다녔고
등에 메는 그 가방은 허름해도 자물쇠를 채우고 다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선 가방을 앞으로 메고
땀이 차도 복대에 여권 넣어서 허리에 차고 다니고
장거리 버스 타면 머리 위 선반에 가방을 두지 않고
불편해도 다리 사이에 넣고 잠을 잤었다.
그렇게 다녔는데 한순간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와버렸다.
카메라는 헐렁한 바지 앞주머니에 들어있었고
마침 카메라 끈이 밖으로 살짝 나와 있었다.
어찌보면 내가 미끼를 던지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한가지 더 큰 잘못을 했다.
지난 몇일동안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노트북에 옮겨 놓지 않은 것이었다.
늘 하루이틀꼴로 꼭 복사를 해 뒀는데 마침 게으름 피운 사이에 일이 터졌다.
정신을 차리고 확인해보니 어제까지 4일치가 그 도둑님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린 거였다.
돈이 들긴 해도 카메라야 다시 사면 되지만,
세상에 단 한장씩 밖에 없는 우리 사진은.....
그 분과 연락이 닿는다면 부탁하고 싶었다.
카메라는 가져도 좋으니 메모리카드만 넘겨주세요.
제가 용량 더 큰 메모리카드 새 걸로 하나 사다 드릴께요..
정신을 차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지나간 트램이다.
나중에 한국 돌아가서 보험금으로라도 이 아픈 상처를 달래야겠다.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탁심의 경찰서를 찾아갔다.
트램을 타기 전에는 있었고 탁심역에 내려서 없어진 걸 알았다고 얘기하니
여기서는 안 되고 그 트램역 근처에 있는 경찰서로 가야한다 했다.
거기까지 어떻게 또 가냐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좀 도와달라고 도둑은 안 잡아줘도 되고 카메라야 찾으면 좋겠지만
못 찾아도 어쩔 수 없고 분실신고서 한장이면 족했지만
한사코 그 경찰서로 가라고 했다.
하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터키어 잘 하시는 분까지 모시고 갔지만
그 경찰서에서도 도와줄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빈 손으로 돌아섰다.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소중한 사진을 잃어버리고
이제 보상받을 수 있는 길마저도 사라져버렸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아시아대륙쪽의 이스탄불.
여행 출발 직전 카메라 한 대를 더 마련했었다.
같이 돌아다닌다 해도 생각이 다르고 시선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니
각자 사진을 담아보자며 한 대씩 들고 나왔다.
하나는 아프리카에 있을 때부터 먼지가 들어갔는지 어쨌는지
사진을 찍으면 오서방 코 옆에 난 점만큼 큰 얼룩이 사진에 남았다.
전 세계에 전자제품을 파는 글로벌기업이고 아직 보증기간도 남았으니
서비스센터가 있는 도시면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런던에서 한국의 회사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답은 한국에서 산 것은 한국에서만 보증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으로 보내는 것.
일단 포기.
카메라가 한 대 더 있으니 그걸로 찍고 다녔다.
그런데 그 카메라마저 잃어버렸다.
얼룩이 남는 사진을 찍고 다닐수도 없고 서비스센터 찾는 일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사진을 찍지 않고 누군가처럼 눈으로 찍고 마음으로 담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돈을 쓰고만 다니는 처지에 부담스럽지만 바로 카메라를 사러 나섰다.
선착장.
보스포러스 해협.
보스포러스 해협.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가운데 마련한
그저그런 카메라를 산 후 탁심거리를 배회했다.
괜찮다가도 문득문득 카메라를 도둑맞을 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자동재생이 되어 진정된 마음 다시 흐트리기를 반복했다.
파묵칼레에서 정말 열심히 찍었던 아름다운 사진들이 떠오를때면
도둑 원망하기와 자책이 뒤를 따랐다.
해가 질 무렵 배를 타고 아시아대륙쪽의 이스탄불을 다녀왔다.
짠내 나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더불어 그 바람이 오늘 일을 멀리멀리 날려버려 주길 바래보았다.
오늘 밤을 끝으로 괴로움은 끝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스포러스 대교.
배에서 파는 고등어케밥.
술탄아흐멧(Sultanahmet).
블루모스크.
아야소피아.
술탄아흐멧(Sultanahmet).
. 카메라 분실
. 이 경찰서 저 경찰서
. 카메라 구입
. 탁심 구경, 저녁식사
. 배 타고 아시아대륙쪽으로 넘어가서 잠깐 구경
. 다시 유럽대륙쪽으로 돌아와 아야소피아과 블루모스크 야경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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