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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65일] 비를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세계여행/런던 2009 2010. 5. 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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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비가 와서 취소되었다는 버킹엄궁전 Buckingham Palace에서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좋은 자리에서 잘 볼려면 일찍 가야한다 해서 시작 한시간전에 도착.
    역시나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반짝 햇빛이 나나 했는데
    어느새 하늘은 무거운 구름들로 뒤덮혔다.

    그리고 어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어제처럼 또 취소되는 것 아닌가 조바심을 내야했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교대식은 끝까지 잘 마무리 되었다.



    말馬용 신호등










    교대식을 보고 나서는 하이드파크 Hyde Park로 걸어갔다. 허기와 쌀쌀함을 달래기 위해 공원의 노점에서
    핫도그와 커피를 주문. 허기를 달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핫도그, 빵에 유일하게 자리잡은 소세지에
    소스를 뿌리고 벤치에 앉아 먹으려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벤치는 비에 젖어가고 우산은 없고 가장 큰 나무를 찾아 들어가 쑥쑥하게 핫도그 한입 커피 한 모금을 홀짝였다.
    나뭇잎 사이로 교묘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아가면서...

    7월의 햇빛을 받아 푸르름을 더하는 잔디밭을 걷다 더우면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새소리와
    바람을 느끼며 도대체 일은 언제하나 싶은 죠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부릴려고 했는데
    이 비를 뚫고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다시 비는 그쳤고 비를 듬뿍 머금은 산책길을 간간히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걷다가 다시 쏟아지는
    비를 피해 나무 아래에 숨었다가를 반복했다. 잔디밭에도 벤치에도 그 어디에도 엉덩이 붙일 곳이 없어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진 다리와 발을 이끌면서...




















    하이드파크를 나와서는 옥스포드길 Oxford St로 접어들었다.
    어제 찾지 못한 Primark라는 곳에 가서 두달 사이 너덜해진 티셔츠를 대신할 티셔츠를 하나 구입하고 나오니
    또 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우산없이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한손에 든 신문으로 머리 위를 가리며 급하게 뛰어가는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 사이로 후드티 모자를 덮어 쓴 채 좁은 인도를 뛰듯이 걸어갔다. 간혹 나타나는 물이 고인 부분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숨이 막 차오를 때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지하철 본드길 Bond St.역과 연결되는 그 건물에는
    노란색 엠마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딜가나 만만한 맥도날드에서 딸기맛 밀크쉐이크를 흡입하며
    숙소에서 버킹엄궁전까지 걷고 교대식 기다리고 관람하는 동안 내내 서 있고 다시 하이드파크까지 걷고
    하이드파크 돌아다니고 프라이마크까지 걷고 프라이마크 안에서 구경하고 옷 산다고 걷고
    그리고 여기 맥도날드까지,,,
    거의 앉지도 못한채 혹사당한 다리를 겨우 쉬게 해 주었다.

    이제는 좀 그쳐줬으면 하고 맥도날드를 나섰는데 건물입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비가 좀 잦아들기를 사람들과 함께 기다리다 다시 비 속으로 뛰어들었다. 소더비 Sotheby경매장은
    그냥 건물 사진만
    급하게 한장 찍고 패스. 어제 지나갔던 피카딜리 서커스 Picadilly Circus를 지나
    레스터Leicester광장까지 걸었다.















    뮤지컬 표값을 대충 훑어보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에 들러 소변을 보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었다. 입구는 비를 피해 급히 들어온 사람들로 초만원.
    지나가는 소나기이기를 바라면서 기다렸지만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바람을 타고 날라오는 물보라를 피해
    다시 미술관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작품들은 대충 쭉 둘러봤고 다리가 너무 아프니 앉을 곳이 필요했다. 마침 지하에 컴퓨터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쉬면서 어제 본 그림들 복습을 했다. 자연채광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천장을 뚫을 듯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소리가 멈춰 미술관을 나섰는데 트라팔가Trafalgar광장을 지나자마자 오래 제대로 걸렸다는 듯이 다시
    비가 쏟아졌다. 머리가 촉촉히 젖은 채 이번에는 기념품가게로 몸을 피했다. 우산을 팔고 있었지만 이곳은
    물가 비싼 런던 시내 한복판의 기념품 가게. 가격표를 보고는 들었던 우산을 다시 내려놓았다.
    괜히 살 것도 없는 기념품 가게를 돌아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너무 속 보이나 하는 A형 소심증에
    2파운드짜리 런던 지하철 마크 뱃지 하나를 구입했다.

    얼마 안되는 것이지만 구입을 했으니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다보았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는 주인아저씨가 셔터 내리는 걸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 인도로 나섰다.
    이틀동안 걸어다니며 익숙해진 길이라 숙소까지는 한참을 더 걸어야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걸었다. 버스회사가 파업을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버스비가 비싸다해도
    억만금을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힘든, 비와 숨박꼭질을 하느라 더 힘든 하루가 저물어 갔다.
    그리고, 3개 묶어 저렴하게 파는 조리된 스파게티를 전자렌지로 데워 저녁으로 먹으면서

    너무 아픈 종아리와 발뒤꿈치를 주무르면서, 런던에서의 순수도보관광은 3일째인 오늘로 마감하기로 했다.


    * 근위병 교대식 안내 - 영국 육군 http://www.army.mod.uk/events/ceremonial/1068.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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