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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타 키나발루 마사지 야시장
    여행/코타키나발루 2016 2019. 1.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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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이다.

    '어느새'라는 단어는 아마 죽기전까지 애용할 것 같다.


    15-16년 겨울 휴가, 코타 키나발루의 여행기는 

    기필코 2018년이 가기전에 마치겠다 다짐했다.

    탄력 붙으면 16-17년 겨울 휴가, 방콕 여행기도

    끝내고 싶었지만 어림도 없이 19년을 맞고 말았다.


    19년에는 끝낼 수 있을까?




    2016년 2월 하순에 다녀온 코타 키나발루,

    세번째 날 오후의 기록.





    마누칸 섬에 다녀온 후 숙소로 가는 길에 

    '수리아 사바'를 다시 방문했다.

    푸드코트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창 밖으로 섬들을 오가는 보트들을 보는데

    방금 전 겪었던 보트에서의 곤혹스러웠던 일이

    남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숙소에서 씻고 잠깐 쉬었다 나왔다.

    쉬었지만 제대로 된 쉼을 위해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세계여행 때 남겨두었던 동남아,

    최근 겨울 때마다 동남아 여행을 하며 

    마사지에 맛을 제대로 들였다.


    저녁을 야시장에서 먹을거라 야시장 근처 

    마사지 가게가 몇 있는 건물로 들어갔고

    거기서 대충 보고 선택했다.

    방콕, 세부, 호치민에서는 조금이라도 찾아보고 

    갔는데 여기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갔다.



    이번에는 여행 자체를 큰 준비 없이 왔다.

    미리 인터넷으로 너무 많이 찾아보고 오는 것이

    오히려 여행의 감흥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마사지를 받은 후 그래도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보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리셉션 같은 곳은 괜찮아 보여 들어갔는데

    마사지를 받는 곳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칸막이로만 구분이 되어 있고 각 출입구의 입구는

    가림막 역할의 커텐 같은 얇은 천이 걸려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스러운 시설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계산을 했던 그 곳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잠깐 당황했다.


    거기다 우리는 같은 공간이 아닌 

    서로 다른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천장이 다 뚫려 있어 의사소통 가능하고 어짜피 

    마사지 받을 때는 그저 누워 있기만 

    할 뿐이므로 순순히 응했다.


    문제는 우리 뿐 아니라 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든 사람의 대화 내용이 공유된다는 것.

    이미 다른 한국 사람들이 마사지를 받고 

    있음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심기가 약간 불편해졌지만 마사지만 시원하게 

    잘 해주면 되지, 스스로 위안하며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마사지를 해 주겠다며 들어온 사람이 남자였다.

    방콕, 세부, 호치민에서는 모두 여자분이 

    마사지를 해 주었기에 무척 어색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라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소식이 훤히 뚫려있는 천장을 통해 전달되었다.


    마사지에 성별이 무슨 상관이겠냐 싶다가도 

    그래도 여자는 여자가 해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사를 전했다.

    다행히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때밀이 수건이 걸쳐 있지 않은 남자의 맨손이 

    내 몸 구석구석을 스치는 인생의 첫 경험.

    예상외로 괜찮을 수도 있었을 그 경험은 

    거칠은 그의 손바닥 피부로 인해 까칠까칠해졌다.

    밭일을 오래해 손가락 끝이 갈라진 손 같은 느낌이었다.

    뜸뿍 바른 오일로도 숨겨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는 것도 

    그만하겠다고 일어나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더딘 시간의 흐름 속에 옆칸에 있던 

    사람의 마사지가 끝난 듯 했다.

    조용히 옷 입고 나가면 될 것을 요란히도 알렸다.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가 

    내 머리 앞으로 지나갔다는 것.

    도대체 이 곳의 칸막이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가?

    조명은 어둡고 나는 업드려 있으니 알 길 없는 채로 

    묵묵히 그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바람을 

    오일 아래의 살갗으로 느껴야했다.


    1인당 50링깃. 1만5천원도 되지 않은 돈.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것으로는 부족해 얼른 야시장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싸고 좋은 것은 없다'라는 공식을 

    깨어 줄 것이 있으므로.





    어제 야시장에서의 나시고랭은 환상적이었다.

    가격, 맛, 양 모두 만족스러웠다.

    또 다른 가성비 최강 음식을 찾아 야시장을 거닐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뷔페식.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잠시 주춤거리며 음식들을 훑어보고

    또 그 짧은 시간 동안 내적 갈등을 겪은 후

    도전을 선택했다.


    고민하며 선택했던 음식들은 대체로 입에 맞았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식사였지만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다시 좁은 시장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낡고 지저분하기 이를 때 없는 천막,

    온갖 때라는 때는 다 묻어서 돌아가는 것이

    신기한 선풍기, 씻은 것이 의미가 있나 싶은 컵,

    덜 씻긴 그릇에 담는 것보단 그래도 나을까 싶은

    비닐 위 뜨거운 음식.


    이 혼돈의 시장에서 다시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오늘은 미고랭으로 주문했다.


    이 중독적인 맛과 양과 가격을 어떻게 해야할까?

    앞으로 한국에서 그 돈 주고 나시고랭과 

    미고랭을 어떻게 먹어야할까?

    돈은 둘째치고 이 맛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 때문에 한시적일지라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의 삶까지도 꿈꿔보게 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트에 들러 선물용으로 건넬 것들과

    간식거리를 샀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큰 길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밤거리는 차분했다.

    동남아국가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이민 가기에 

    괜찮은 나라라는 얘기를 예전에 

    언뜻 들었던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어떤 나라일까?

    여느 때처럼 여행중의 궁금증은 여행 후로 미룬다.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는 못해도 그 나라의 분위기를

    느껴보는데에는 방송도 참 좋은 도구이다.

    의자에 푹 꺼져 앉아 말린 망고를 잘근잘근 씹으며

    채널을 돌려보았다.


    말레이시아의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 채널에서

    멈췄는데 우연히도 Kimchi가 나오고 Korea가 나왔다.


    'Cinta Teruna Kimchi'가 드라마의 제목일까?

    번역기 돌려보니 말레이어로 '김치의 사랑'이란다.

    신기한 시선으로 보다가 정작 김치가 나오는 장면은 

    보지 못한채 잠자리에 들었다.


    3박5일 여행의 3박이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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