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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주택에 사니 신경 쓸 일이 많다.
아파트 살 때는 관리사무소에서
알아하던 일을 직접 해야 하니 그렇다.
올해는 다시 차독나방 애벌레가 기승을 부려
일거리를 하나 더 던져주었다.
2년전이었던가?...
찾아보니 벌써 3년전이구나.
2014년 8월18일에 농약을 샀네.
여름 어느 날, 전주인이 마당에 심어 놓은
오래된 동백나무 잎에 애벌레가 잔뜩
달라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마리가 나란히 줄을 지어 뒤로 물러나며
잎을 갉아 먹고 있었다.
iiiiiiiiiii
이런 느낌인데 징그럽고도 신기했다.
아주 작은 힘에도 으스러져 버릴 미물 같은 생명체가
꾸물거리며 모여들어 빈틈없이 몸을 맞대고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제껏 봐왔던 각자도생하는 애벌래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동심의 눈빛으로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방관하는 사이에 동백나무의 잎들이
하나 둘 사라져갔다.
처음에는 에프킬라로 대강 막아보려 했지만
그건 그네들을 무시한 처사였다.
동백나무 하나의 일정 부분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였다.
추운 겨울 희고 빨간 꽃을 틔우는 동백나무가
새로 구한 집에 있다는 것에 환호했다.
반면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 농사 지으며
살고 있는 이웃 형님은 동박낭에는 동박충이
있다며 마뜩잖아 했었다.
그 때는 너무 감성 없이 사시는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겪고 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동백나무를 말그대로 초토화 시켜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차독나방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이 있다는 것.
알에도 애벌레에도 독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아주 심한 통증을 일으킨단다.
뿌리는 모기약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샀다.
농약, 제초제 이런 것들은 집에 두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은데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15, 16년에는 소소하게 지나갔다.
나타나기는 했지만 농약 분무기를
들쳐메야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신경 안쓰고 사시사철 푸른 동백나무를
감상하면 되려나 했는데
그렇게는 못해주나 보다.
올해도 주차장 옆에 있는 동백나무들은
시시때때로 살펴보며 홈키파로 그때 그때 막아냈고
어느정도 관리가 되길래 안심했다.
그런데 조금 외떨어져 있는 나무는 어느 날보니
동백나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잎이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잎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뻔 했다.
다시 그 풍성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며
창고 후미진 곳에 넣어두었던 농약통을 찾아냈다.
다시 쓸 일이 없길 바랬는데...
농약이 뿌려지는 것도 싫고 살생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 다른 방법을 찾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 버리는 일에
마음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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