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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슬아슬
    여행/호치민 2014 2016. 6. 1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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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가까이 기다린 휴가가 내일로 다가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여행의 횟수가 늘어서인지

    학창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에 가졌던 설레임만큼의

    감정은 일지 않는다. 그런 느슨한 마음을 조여주려는

    누군가의 뜻이 있었는지 날씨가 험상궂어지기 

    시작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바람도 심상치 않다.

    이번이 네번째 맞는 제주도의 겨울이다.

    지난 경험에 의하면 눈이 쌓이는 일은 흔치 않았었다.

    바다에서 가까운 낮은 지대는 혹여나 눈이 쌓인다 해도

    금방 녹았다. 바다 바로 옆에 있는 제주공항도 

    마찬가지일테니 바람만 거칠게 몰아치지 않는다면

    순조롭게 제주도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떠날 채비를 다하고 그래도 신경이 쓰여 트위터를 

    뒤적거렸다. 혹시 공항이 있는 제주시내의 상황을 

    전해주는 이가 있을까 하며. 화면을 찬찬히 넘기는데 

    사진 하나에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노오란 가로등 불빛을 고이 담아 수북히 쌓인 눈이었다.

    자정을 오가는 시간이었다.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소풍 전날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공항까지는 차로 거의 한시간 거리라 6시5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꼭두새벽에 일어나야했다.

    늦잠을 자지 않아야한다는 긴장감과 쌓인 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자는 둥 마는 둥이었다.

    캄캄한 겨울 새벽을 뚫고 공항으로 향했다.

    라디오의 채널을 계속 돌려댔지만 날씨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망상 같은 것이었을까? 

    이리저리 주파수를 맞추면 누군가 현재 제주공항의 

    날씨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랬을까?


    다행히 날씨는 악화되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이라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눈도 바람도 심각하지 않았다.

    발권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탑승권을 쥔 손에 들어간 힘은 비행기 바퀴가 

    제주도 땅에서 떨어져야 비로소 풀릴 것 같았다.






    인천공항 탑승동의 잠바주스에서 과일주스를 한모금 

    하고서야 마음이 가라 앉았다. 이제 차분히 기다렸다 

    호치민으로 향하는 베트남항공에 탑승만 하면 된다.

    해가 뜨기전 캄캄했던 제주에서의 일들은 그 언젠가 

    깊은 밤에 꾸었던 꿈인 듯 했다.

    제주에서 6시50분 비행기, 인천에서 10시50분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자동차, 비행기, 

    전철 중 어느 하나 어긋나지 않았어야하는 일이었다.


    시간은 많이 아낄 수 있었지만 그것을 대견하다고 

    여기기에는 심적 부담감이 너무 과했다. 제한된 시간과 

    재화 속에 또 다음 여행은 어떻게 꾸려야할지 

    염려스럽지만 당장은 이 호치민 여행을 즐기는 것이 

    급선무이다. 열리지 않는 비행기 창문 밖 구름 위 풍경은 

    늘 경이롭다.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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