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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마사지여행/세부 2014 2016. 4. 27. 02:15반응형
3박5일의 여행 중 3박을 다 보냈다.
오늘 밤 자정을 넘겨 1시3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5일 중 4일째이지만 내일은 국내 이동뿐이므로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나 마찬가지다.
그제,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특별한 일정은 없다.
체크아웃 후에도 리조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해가 질 때까지 리조트에서 보내기로 했다.
뛰어들어서 보면바다의 수면과 맞닿은 듯 놓여진
수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느린 듯 빠르게 흘러갔다.
지는 해와 함께 리조트의 해변 앞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리조트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지었다.
맞겨둔 짐을 찾고 택시를 요청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리조트,
택시가 도착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외국에서 택시를 타는 일은 늘 긴장감을 일으킨다.
치안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필리핀,
한번씩 뇌리에 각인을 남기는 사건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들 때문이다.
택시가 가르는 바람 소리와 엔진음만이 가득하며
정적이 흐르는 택시 내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무심한 척
표정 관리하며 밖을 응시하는 눈길,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채
이끌려 가듯 우리는 도심속으로 진입했다.
다행히 아무런 일 없이 택시는
워터프론트 에어포트 호텔에 도착했다.
이제 막 리조트를 나섰는데 다시 호텔이다.
비행기 탈 일만 남았는데 리조트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한 것은 호텔의 카지노 때문이었다.
호텔은 이름대로 공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고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어 비행기를 탈 때까지의
밤시간을 게임을 하며 보내고 걸어서 공항으로 갈 요량이었다.
어느 연예인이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곳이
바로 세부였다지.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어떤 기준으로 오락과 도박의 경계를 넘나드는지 모르겠다.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느낌 가득 담긴
단어로 대표되는 카지노.
물론 여러가지 좋지 않은 일이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하지만 정말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긴다면 나쁘지 않은 오락이라 생각한다.
돈 앞에서 마음과 정신을 잘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지만 카지노의 게임은 잠시 잠깐 즐기는
오락으로 확고하게 마음과 머리에 자리잡고 있기에
이번에도 별 망설임 없이 가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 중 가장 좋아하는 룰렛을 했으면 했는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른 테이블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규모도 적었고 한산하기도 했고 무언가
어수선한 분위기도 주춤하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구경 삼아 슬롯머신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관심 밖의 게임이라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동안 빙빙 돌기만 했다.
하지만 아직 비행기 탈 시간은
한참 남았고 할 일은 마땅치 않았다.
빈자리에 앉아 기계 앞에서 기계처럼 버튼을
누르고 있는 사람을 구경하다 결국 돈을 바꿨다.
바보처럼 버튼을 툭툭 눌러댔다.
중간중간 뭔가가 걸려서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금방 다 소진이 되었고 원래 하기로 했던
금액도 다 빼앗겨버렸다.
다른 테이블게임도 카지노측이 유리한 확율로
맞춰져있고 그래서 돈을 잃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생각을 하며 배팅을 하고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슬롯머신은 그런 것이 없으니 흥미가 없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알아보았던 마사지를 떠올렸다.
동남아에 왔는데 마사지 한 번 안받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는데 잘 되었다 싶기도 했다.
호텔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카카오톡을 켰다.
알아뒀던 아이디를 입력하고 관리자를 호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답이 왔다. 차를 보내주기로 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마음 먹은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동로밍이 되니 전화를 해도 되고 이렇게
메신저로도 바로 예약이 되는 세상이 참 신기하다.
불과 몇년 전 세계여행할 때는 전화기 없이 다녔었다.
여행중에 아이폰3GS가 출시되었었다.
뭔가 싶었던 그 기계가 이제는 필수품이
되다시피했고 이런 안락함을 쥐어주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차가 도착을
했어야하는데 오지를 않았다.
호텔 로비 앞에서 캐리어와 함께 너무 오랜 시간을
서 있으니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재촉하는 것은
또 성격에 맞지 않아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내 한계에 달했고 다시 연락을 했다.
알고보니 같은 이름의 호텔이 시내에도 있는데
기사가 그 호텔로 간 모양이었다.
분명히 에어포트 호텔 앞이라고 했는데...
많은 한국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이용했던터라 별 부담없이 연락하긴 했지만
막상 밴을 타고 보니 다시 긴장감이 찾아들었다.
어둠이 찾아든 낯선 도시의 알 길 없는 길을
헤집고 다니는 시간은 초조하게 흘러갔다.
어느 허름한 상가건물 앞에 도착했다.
가게 간판과 조명들로 어둡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참으로 스산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길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해도 거짓말 같지 않을 분위기였다.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던지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걷어내며 어느 가게에 도착했다.
고급스러운 곳이 아님은 알고 왔지만
샵은 생각보다 너절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선택이었고
시설에 맞는 요금을 받았고 그 요금에는
모셔가고 또 공항까지 모셔다주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음에 만족했다.
무엇보다 진짜 마사지샵이 맞다는 것에 안도했다.
지불하는 돈의 -우리나라 기준- 가치를 생각하자면
마사지의 질도 충분했다.
카지노의 선택은 실망스러웠지만 덕분에 빠트릴 뻔
했던 마사지를 받고 개운해진 몸으로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내내 평온하게 보내다 마지막 날 밤에
기대, 실망, 낙담, 난처, 반전, 긴장, 만족 등
다양한 감정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여행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는 걸 되새기며
또 하나의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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