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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것도 안 할 자유
    여행/세부 2014 2016. 4. 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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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에 왠만큼 알려진 곳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기 마련일텐데 여기 세부도 만만치 않다.

    세부의 많고 많은 숙소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곳 중 하나인 크림슨 리조트.

    그래서 조식시간의 레스토랑은 마치 한국에 있는 

    호텔에 동남아분들이 와서 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침식사를 마치면 호핑투어를 떠나는 듯 했다.

    여행 전 정보습득을 위해 찾은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호핑투어는 세부여행의 필수코스와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방에서 잠시 쉬었다 수영장에 나오니 

    조식시간과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조용히 잘 즐겼다.


    스노클링도 하고 수영장을 누비기도 하고

    가지고 간 책을 간간히 읽기도 했다.

    커다란 수건을 길다란 선베드에 

    깔고 누워 해를 쬐는 시간도 가졌다.

    한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을 제주도를 생각하면서.


    단 며칠간만이지만 내복과 두터운 외투를

    벗어버린 채 늘어져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다.







    아침식사를 늦게 푸짐하게 먹어

    점심은 건너 띄고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은 이마저도 리조트 내부에서 해결했다.

    해변 앞 야외 레스토랑 겸 바.

    바닷바람 맞으며 파스타와 생선튀김.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리조트에서만 보냈다.







    한 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호텔 수영장에서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외국 사람들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왔는데 왜 숙소에서 

    시간을 보낼까? 왜 나다니지 않을까?

    책은 집에서, 집 근처 공원에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이제는 우리도 그렇게 할 만큼 납득이 되는 일이다.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배낭이든 캐리어든 가방 들고 집 떠나는 순간부터 

    여행이며 그 이후는 어떻게 지내든 무슨 상관일까?


    문득 '무엇이든 할 자유, 아무것도 안할 자유', 

    클럽메드의 홍보 문구가 떠오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시간,

    한겨울에 반바지를 꺼내 입을 수 있는 시간,

    금쪽같이 귀한 하루가 그렇게 평화롭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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