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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 2016. 2. 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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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와는 크게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자의로 진지하게 무언가를 적어본 일은 거의 없었다.

    일기나 독후감과 같이 학교 숙제로 주어진 것이나 

    겨우 썼고 성인이 된 후에는 에이포지 한 장 가득 글을 

    적는 건 리포트나 자기소개서가 전부였던 것 같다.  

    대학 전공도 이과요, 직업도 작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삶을 살다 글쓰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서른살을 훌쩍 넘기고 시골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

    오랜 세월 키보드와 마우스만 만지작거리던 손에 

    흙을 묻히고 농기구를 만지게 되는 

    삶을 살게 되면서였다.


    일년동안 농촌과 농삿일을 익히기로 했고

    많은 것이 뒤바뀌어질 삶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렇게 블로그라는 것을 열게 되었고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그 후 세계여행을 떠나 여행의 나날들을 남기면서

    글쓰기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

    다시 오기에는 멀고 힘든 곳도 많았고 

    그래서 기록에 더 매진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산산히 흩어져 사라질 것을 알기에 

    세세하게 적으려 하다보니 글의 양은 자연스레 늘어났다.

    그런 일련의 과정은 힘들게 느껴지기 보다는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했다.


    의욕과 실력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여행기를 책으로 내게 되었다.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당치도 않은 일이라며

    거절을 했지만 귀한 인연의 권유를 

    결국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블로그와 세계여행은 또다른 인연을 맺어주었다.

    세계의 고양이를 주제로 한 고양이의 날 

    기념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행하면서 찍은 여러 나라의 고양이와 

    그들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가 전시회의 도록에도 실렸다.

    비록 공식 서적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이름을 올린 책이 두 권이 되어버렸다.

    전시회와 도록에는 여행작가로 소개가 되었다.

    어쭙잖은 여행책 하나 내고 여행작가로 불리우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전시회의 연으로 이번에는 

    잡지의 원고를 청탁 받았다.

    원고료도 주어졌다.


    글쓰기와는 상관 없이 살다 

    서른 중반에 책을 내고 마흔이 넘어 잡지에 

    글을 싣는 것으로 댓가를 받았다.


    좋아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한 것들의 간극에 어지럼증이 

    느껴지지만 또 쓰게 될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또 키보드를 두들겼으니.



    월간 에세이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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