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가는 길

터미널21에서 윈도우쇼핑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속(Asok)역으로 갔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혹은 또다른 곳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표지판에 전혀 알 수 없는 태국어가 적혀있고 

간간히 태국말이 들려오고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생김새는 우리네와 조금씩 달랐다.

분명 태국의 방콕에 있었지만 느낌은

마치 테크노마트에서 저녁 먹고 영화 보다 집으로 가기 위해 간 2호선 강변역에 있는 것 같았다.

통로(Thong Lo)역에서 내렸다.

역에서의 느낌도 그랬지만 역에서 내려와 

숙소로 걸어가는 것도 꼭 서울의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것 같은 듯 했다.

낮에 체크인을 위해 갔을 때 한 번 걷고 이제 막 두번째로 걷는 길임에도.

지난 며칠간 방콕이란 도시에 제법 익숙해졌나보다.

얼마 걸은 후 스타벅스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전등으로 빛만 날 뿐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세이렌이 어서 오라고 꼭 부르는 것 같았다.

신화에서 아름다운 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했듯이.

아직 많이 늦지 않은 시각이었다.

숙소에 들어가서도 딱히 할 것도 없었다.

물론 스타벅스에 간다고 해서 대단히 할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들르기로 했다.

오늘 하루,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거운 여행을 했다.

아무리 며칠간 익숙해졌다 해도 생소한 것들이 여전히 많은, 여기는 타국의 도시.

작지만 그래도 가지고 다녔던 긴장을 낯설지 않은 곳에서 정리했다.

같은 로고, 같은 녹색 앞치마를 두른 직원, 같은 메뉴, 비슷한 분위기와 함께.

2 0 1 2 .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