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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요리교실여행/방콕&코사무이 2012 2015. 7. 11. 01:44반응형
여행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일상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 스스로를 두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온 여행인데
그 여행 속에서도 무언가 반복되는 것들이 있었다.
유적지, 박물관, 미술관, 시장, 맛집 등 어디를 가나 가게 되고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것들이므로 분명 다른 느낌이었지만
동일한 공간의 겹침에 대한 인식이 강해졌다.
더불어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을 찾고 싶었다.
다행히 검색에 지치기 전에 발견했다. 쿠킹클래스. 요리 교실이 그것이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태국에서 태국 요리를 직접 배우고 맛보기.
시장에서 장보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태국을 잘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요리교실은 두 개의 조로 나눠졌다.
우리 조의 강사는 제이(JAY).
반팔, 반바지에 쪼리를 신어도 시원찮을 날씨에 그는 청바지와 긴 팔 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셔츠의 맨 위 단추까지 가득 잠근 채. 조금 덥게 답답하게 보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본인의 패션철학을 지켜내기 위해 땀띠를 감내하는 것인지 더위를 잘 안타는 체질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행인 것은 그가 그의 옷차림과는 달리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외모에서는 선 굵은 남성이 느껴진 몸짓과 말투에서는 여성이 느껴졌다.
유쾌했고 곧잘 농담도 잘 건넸다.
다른 조의 강사분을 힐끔힐끔 보니 순박한 외모에 차분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소 부담스럽긴 해도 우리 제이의 수업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았다.
어짜피 이 수업은 태국 요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진지한 수업이 아니니까 말이다.
재미나게 흥겹게 태국 요리와 음식을 전해줄 사람이 필요한 시간이니까.
시장에서 태국의 식재료를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듣고 간단하게 장을 봤다.
물론 강사분이 다 집어준 걸 각자의 바구니에 나눠 담은 것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방콕의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장보기를 마치고 요리 강습이 진행될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좁은 복도, 작게 나눠진 방, 거기다 방바닥에 앉아 재료를 손질해야 하는 건
조금 불편했지만 -특히 덩치 크고 방바닥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들에게는-
크게 불평의 대상이 되지 않을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아기자기한 식기며 이쁘게 진열된 식재료와 도구들, 앞치마까지
태국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좁은 방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처음 만들기 시작한 음식은
태국식 볶음면 팟타이. 다음으로 기름에 튀긴 스프링롤, 그린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 순으로 이어졌다.
방에서 재료를 다듬고 복도에 마련된 가스렌지에서 볶거나 튀기거나 끓이는 작업을 했다.
제이의 재치있는 말솜씨와 함께.
그리고 매 요리가 끝나면 바로 시식.
각 재료를 알맞은 양으로 준비해 주고 요리 방법도 어렵지 않아서인지
처음 만든 태국음식임에도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만드는 재미와 맛보는 즐거움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요리교실에서 제공하는 후식으로 마무리했다.
짧지도 그렇다고 지루하게 긴 시간도 아니었고 음식의 종류와 양도 적당했다.
진행도 매끄러웠고 모두 친절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은 비록 잠시이긴 하지만 여행의 기분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직장 때문에 중국에 살며 여행 온 미국인 가족,
중동의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일하며 오랜만에 고향의 어머니와 여행을 온 독일인,
보다 나은 벌이와 삶을 위해 요리교실에서 보조로 일하는 이주노동자 방글라데시인 등.
여행의 단면을 한층 더 다채롭게 해 준 요리교실,
다음의 다른 나라 여행에서도 다시 찾을 것 같다.
그것이 또 하나의 패턴이 될지라도...
http://www.bangkokthaicoo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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