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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12일] 쿠바의 칸쿤, 바라데로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3.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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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1 1 . 목 | 쿠바 산타 클라라(산따 끌라라) -> 바라데로 Cuba Santa Clara -> Varadero


    7시55분 버스를 타야했다.
    그래서 자그마치 6시에 일어났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약속대로 6시 반에 아침을 차려주었다.
    지난 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는데 아침을 좀 일찍 줄 수 있겠냐고 물었었다.

    감사히 요기를 하고 택시를 불렀다.
    7시. 한산한 거리를 지나왔을 낡은 택시가 도착했다.
    기사 할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많을 것 같은 자동차에 커다란 배낭 2개를 실었다.
    거기에 우리 둘이 더 탔다. 워낭소리에 나오는 나이 많은 소가 이끄는 달구지에 탄 듯한 느낌.




    금방 터미널에 도착해버렸다.
    예약해 놓을 것을 확인하고 돈을 내고 표를 받았다.
    그래도 시간이 제법 남았다.
    혼자 터미널 밖으로 나갔다.

    아침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아주 조금씩 분주해져가는 것 같다.
    아스팔트에 말발굽 부딪히는 소리가 또각또각 들려온다.
    어제 이미 많이 봤던 마차이지만 여전히 신기한 눈길로 바라본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지만 그래도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 사는 것.
    이 곳 산타 클라라에 사는 그들이 살아왔던 이야기,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살아갈 미래가 궁금하다.
    알고 싶지만 알지 못한 채 또 떠난다.






    평소와 달리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계속 꾸벅였다.
    3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또 숙소를 잡아야한다.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좋겠다.
    거기다 태우러 나오기까지 해 준다면...

    허황된 꿈 대신 여행의 또 다른 동반자 가이드북을 펼쳤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바라데로 편에는 저렴하게 머무를 수 있는 카사(까사 Casa)가 하나도 없었다.
    멕시코의 칸쿤처럼 휴양지라 그런가. 온통 호텔 이름들 뿐이다.

    그래서인지 터미널에는 단 한명의 호객꾼도 보이지 않았다.
    트리니다드와 산타 클라라에서는 너무 많아 성가셨던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하나도 없으니 또 아쉽다.



    일단 나와 있는 호텔 중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별 2개짜리다. 아침 포함 56CUC.
    트리니다드에서는 아침 포함 15, 산타 클라라에서는 아침 포함 20짜리 집에서 머물렀다.
    물론 호텔이니만큼 단순히 금액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둘러보기로 했다.

    2개의 호텔을 더 둘러보고 세번째 찾아간 곳에서 체크인을 했다.
    마음에 딱 들어서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칸쿤에서처럼 모든 것 포함 호텔, All-Inclusive Hotel.

    칸쿤에서 카리브해를 앞에 두고 이런 형식의 호텔에 머물러 보았고
    쿠바에서 이런 호텔에 머무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여기 바라데로가 그렇게 매력적인 곳인지도 잘 모르겠고
    몇 일 머물렀다고 아바나가 편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하루만 자고 뜨기로 하고 머무르기로 한 결정.



    해변에 갈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뷔페식. 쿠바인 것을 그리고 저렴한 것을 감안한다해도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차림이었다.
    대충 끼니를 떼우고 버스표를 알아보러 나섰다.

    Cubatur 사무실에 들렀다.

    내일 아바나에 가려는데요.
    비아술버스는 10CUC, 투어리스트 버스는 25CUC입니다.
    내일 11시35분에 출발하는 비아술 버스표 살께요.

    아주머니 전화 수화기를 들더니 터미널에 전화를 걸었다.
    전산으로 처리가 안되는가보구나..

    내일은 표가 하나도 없답니다.


    터미널에 전화해서 확인한 것이니 부질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터미널로 향했다.
    당연히 표는 없었다. 내일 일찍 와서 대기 타고 혹시 누가 취소하거나 오지 않으면 탈 수 있단다.
    하는 수 없다. 모레는 자리가 있다니 그거라도 일단 잡아 놓을 수 밖에.



    숙소며 교통편이며 시작부터 맘에 안 든다. 바라데로.
    그렇게 불평 가득 섞인 마음은 바다에 이르러 많이 누그러졌다.
    역시 카리브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의 해변 바를 찾았다.
    썰렁하다. 그 앞의 해변도 마찬가지다.
    옆에 다른 호텔의 바는 제법 크고 그 앞에 파라솔도 있고 사람도 많은데...

    비교되고 괜히 흥도 안난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즐기는 수 밖에 없다.

     




    파라솔이 없는 탓에 온 몸으로 햇빛을 받아내며 누웠다.
    그리고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누우면 바로 잠드는, 아무데서나 잘 자는 사람이 아닌데.
    많이 피곤했나 보다. 아님 저질 체력 때문일지도.
    모든 것이 딱 맞게 편안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찬 기운이 돌아 잠에서 깼다.
    구름이 많이 몰려들어 해를 가려버렸다.
    모래들을 털어내고 일어났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버스표 알아보러 다닐 때 발견한 카사를 찾아갔다.
    세 집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카사의 마크가 파란 색이 아니고 빨간 색이었다.
    그 차이를 모른 채 주인을 찾았다.
    두 집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한 집에서는 사람이 나왔지만 No라는 말 밖에 알아들 수 없었다.
    라니를 먼저 호텔로 돌려보내고 혹시 다른 카사가 더 있나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바라데로에서는 2박을 해야할 운명인가 보다.



    해변만큼이나 썰렁한 이 호텔의 수영장에서 잠깐 노닥거렸다.
    방에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몇 개 되지 않는 채널을 이리돌리고 저리돌려대다 노트북을 켰다.


    쿠바에 온 이후 인터넷을 통 못 쓰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 카사는 없었다.
    피씨방은 완전 비싸다.

    어느새 쿠바 여행도 열흘째.
    멕시코에서 부지런히 받아왔던 동영상도 다 봐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오프라인 상태로 인해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카드게임에 재미를 들이게 됐다.
    지뢰찾기를 더 좋아하지만 마우스를 꼽지 않으면 지뢰를 빨리 찾을 수 없어 접었다.


    욕실에서 작은 빨래를 해결한 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칸쿤에서 머물렀던 All-Inclusive 호텔은 식당이 몇 개 되었지만 여긴 딱 하나다.
    그럼 끼니 때마다 음식이라도 좀 바꿔주지.
    점심 때와 거의 동일했다.
    그래 싼 곳에 머무니 감수해야지.

    희한하게도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호기심과 기대에 차 카푸치노를 선택했는데
    커피가 다 떨어졌는지 이건 뭐 보리차 수준이다.
    다시 한 번 가슴에 '감수'를 새겼다.

    로비에 가니 바가 있었다.
    에스프레소머쉰이 보였다.
    여긴 제대로 된 커피를 받을 수 있을까?
    오기로 카푸치노를 부탁했다.
    카푸치노의 생명은 윗입술에 묻는 거품일진데 이건 그냥 밀크커피다.
    커피원액보다 더 씁쓸하다.



    방에 돌아와서 다시 카드게임에 잠시 열중했다.
    이것도 자꾸 하니까 금방 맞춰버린다.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티비를 켰다.
    야구 중계가 반갑다.
    오늘 나오는 야구장에는 외야석이 있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고 라니는 엽서를 썼다.
    시간 참 더디게 간다.
    아홉시가 겨우 넘었다.


    아홉시 반부터 공연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All-Inclusive호텔이라고 있을 건 다 있고 할 건 다 한다.
    이미 호텔에 실망을 많이 한 라니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단다.
    그래 괜히 갔다가 오히려 실망만 더 하고 올 것 같다.
    그래도 그 놈의 본전 생각에 혼자 나섰다.
    어짜피 딱히 할 것이 없기도 했다.

    어떤 공연을 할까 궁금해 하며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15분 뒤에 한단다.
    역시 기대에 어긋남이 없다. 혼자서 기다리는 15분은 길게 느껴졌다.
    라니를 데리러 갔다. 변함이 없다.

    다시 공연장으로 오니 악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제법 갖추고 하는 것 같았다.
    오.. 의왼데.. 흠치 놀라며 급하게 방으로 뛰어갔다.
    삼고초려.



    50분 정도 이어진 공연은 꽤 흡족했다.
    놓쳤으면 아까울 뻔 했다.

    마지막에는 관객중에서 3명을 무대로 초대했다.
    우리보고도 올라오라고 손짓했지만 손사레를 쳤다.
    러시아에서 온 청년 중의 한 명이 노홍철을 연상시키며 무척 촐랑대는 바람에 많이 웃었다.

    실망스러웠던 호텔의 면면들도 웃어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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