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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313일] 수준차세계여행/중미 2010 2012. 3. 19. 09:30반응형
1 0 . 0 3 . 1 2 . 금 | 쿠바 바라데로 Cuba Varadero
어제 두 끼를 먹었던 호텔의 뷔페식 식당으로 향했다.
버스 때문에 오늘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이 호텔은 모든 것 포함, 이른바 All-Inclusive 호텔.
따라서 오늘 3끼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총 4끼를 이 식당에서 먹어야한다.
문제는 어제의 2끼가 거의 복사판이었다는 것.
거기다 음식이 별로라는 것.
오늘도 역시 종류는 제법 많아 보이는데 손이 가는 것은 드물다.
굳이 이런 호텔에서 머물지 않아도 되는데.
호텔보다는 못해도 더 저렴하고 나름 분위기도 괜찮은 카사에서 지내는 게 좋은데.
몇 군데의 카사를 찾긴 했지만 갈 수 없었다.
하루만 더 자고 떠날 것이다.
그래서 탐탁지 않지만 그냥 머물기로 했다.
하루치 방값을 더 계산하기 위해 리셉션에 들렀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지만 10%정도 수수료가 더 붙는 듯 했다.
환전소, 카데카(까데까 Cadeca)를 찾아나섰다.
가지고 온 멕시코돈을 쿠바돈으로 환전할까 했다.
하지만 환율이 아바나에서보다 좋지 않다.
은행에 들러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카데카 가는 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는 곳.
입구에 책상 하나 내어 놓고 어떤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갑자기 불러 세웠다. 손에 든 엽서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엽서에 붙은 우표는 국내용이라고 했다.
자기 책상에 놓인 우표가 국제용이니 이걸 붙여야 한다고 했다.
여기가 아무리 좀 특이한 나라, 쿠바라 해도 그건 이해가 잘 안 되는 얘기였다.
금액이 다르면 다르지 국내용 국외용 우표가 따로 있다니.
당장 급하게 보내야 할 것도 아니어서 그냥 가던 길을 갔다.
호텔방에서 남은 오전 시간을 보내고 다시 그 식당으로 갔다.
차림이 좀 달라진 것 같아 반가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맛은 어제보다 못했다.
순전히 우리 입맛에 안 맞는 것일수도 있지만.
주스는 계속 해서 구아바와 오렌지주스만 나온다.
사다 놓은게 다 떨어지면 바꿀려나.
계속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
이렇게 꿀꿀할 땐 카리브해가 약이다.
구름이 많았지만 그 사이로 햇볕이 강렬하게 내려왔다.
살을 태우려는 라니에게는 좋았지만 한숨 자려는 나에겐 적당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는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했다.
모래가 날려왔다.
발로 밟은 때는 한없이 고운 것 같았는데
바람에 실려와 살갗에 달려드니 날카로움이 있었다.
호텔의 수영장으로 피신했다.
여전히 썰렁한 수영장.
그걸 만회하려는 듯 빙고게임을 하겠다고 했다.
하여튼 질이 떨어져서 그렇지 All-Inclusive호텔로서 할 건 다한다.
빙고 종이를 받고 살짝 놀랬다.
칸쿤의 호텔에서도 수영장에서 빙고게임을 했었다.
그 땐 숫자마다 칼집이 나 있어서 부른 번호를 손으로 표시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종이판에는 그런 것이 없다. 대신 콩을 한움큼 함께 나눠줬다.
부른 숫자 위에 표시하라는건가보다. 그리고 끝나면 다 회수할건가보다.
이걸 정겹게 느껴야하나? 쿠바니까 이해해야하나?
어쨌든 빙고게임은 시작되었다.
헌데 종이판 위에 콩을 놓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앉아 있는 의자는 일광욕할 때 눕는 것으로 바닥이 기울어져 있었다.
거기다 바람까지 불어주시니 콩이 옆의 숫자로 굴러가려고 했다.
그럼에도 당첨의 기쁨을 누려보겠다고 두 손으로 꼭 잡아가며
온갖 정성을 들여 콩을 하나씩 불러주는 숫자위에 올렸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국에는 바람에 종이판이 뒤집어졌다.
젠장. 불러준 숫자, 기억도 안 난다. 욱해서 결국 포기해 버렸다.
해변에 갈 때 가져간 큰 수건을 되돌려주러갔다.
칸쿤의 All-Inclusive호텔에서는 한 곳에 비치해 놓은 것을 그냥 가져갔다.
그리고 회수함에 넣으면 그만이었다.
여기는 빌려갈 때 방호수와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고 영수증을 챙겨야했다.
돌려줄 때 영수증을 함께 주고 돌려주었음을 확인받아야했다.
주러 갔더니 직원이 없다.
문 닫는 시간이 5시라는데, 아직 5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수건 대여소 옆에 탁구대가 있었다.
직원이 자리를 잘 비우니 탁구 치며 기다리라는건가?
꼭 그런게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보는 탁구대라 반가웠다.
한 게임할까 하며 탁구채를 찾았는데...
아.. 이런.. 현정화선수가 열심히 훈련하다 버린 것 같은 걸 갖다놨다.
거기다 탁구공은 살짝 깨져 있고.
그래도 쳐 지긴 쳐 지더라.
이 호텔, 실망의 끝은 어디일까?
방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더니 축구중계가 한창이었다.
유니폼이 낯익다 했더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상대팀은 에이씨밀란.
축구를 즐겨보지 않아 평소 같았으면 그냥 돌려버렸을텐데,
화면 속에 까만 머리가 보여 채널 고정. 박지성 선수였다.
오랜만에 본 탁구대보다 더 반가운 존재.
회심의 슛이 득점으로 연결되어 더욱 반가웠다.
쿠바에서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보게 될 줄이야...
축구가 끝난 후 채널을 돌리다보니 미국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이라 그런가.
축구 중계도 그랬지만 헐리웃무비는 더 신기하다.
메릴 스트립, 케빈 베이컨이 나오는 아주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라 다시 봤다.
다 아는 내용이고 또 뻔한 내용이지만 재미나다.
그렇게 오후 시간이 흘러갔다.
저녁시간이 돌아왔다.
주변에 식당이 있다면 돈을 들여서라도 나가서 먹고 싶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사육당하는 듯한 느낌으로 그 식당으로 갔다.
변화의 노력은 보였지만 여전히 입맛에 맞는 것은 몇 없다.
그나마 이전 4끼까지는 내놓지 않았던 아이스크림이 나와 달콤함으로 입을 달랬다.
오늘도 공연이 있다.
어제처럼 일단 혼자 나갔다.
오늘은 무희들이 나와 춤을 췄다.
첫 등장에서부터 수준을 대충 가늠했다.
그래서 오늘은 라니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
예상했던 수준은 맞았다.
나는 남자고 그들은 여자지만 그리 흥겹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박수는 쳐 줄 수 있었다.
무희들이 물러간 후 마술쇼가 이어졌다.
아저씨의 복장에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변방의 숨은 실력자일지도 모르니 기대를 이어갔다.
옛날 옛적에 많이 보았던 기초적인 마술을 서툴게 펼쳐냈다.
그래도 자리를 지켰다.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 가겠지 하면서...
급기야 링을 들고 나왔다. 아, 설마..
어설픈 동작으로 링을 연결시켰다.
빈 틈이 없어 도저히 연결할 수 없는 링을 걸어냈는다는 표정 연기는 마술을 압도했다.
노출이 심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부담스러운 조수 아가씨가
링을 확인해 보라면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너무 많이 봤었기에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은 마술의 연속이었다.
상자에 아가씨 넣고 칼로 찌르고 상자 절단하고 하는 마술을 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제는 기대 이상의 음악공연이라 즐거웠는데..
모든 것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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