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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11일] 체 게바라,혁명,체제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3.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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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1 0 . 수 | 쿠바 산타 클라라(산따 끌라라) Cuba Santa Clara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외출했다.



    마차가 다닌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꽃마차가 아니다.
    대부분 여기 사람들로 보인다.
    버스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간혹 똑같은 모양새에 말 대신 오토바이가 연결된 차가 손님을 실어나른다.

    지금 여긴 어디인가?
    서부개척시대도 아니고.
    마차가 대중교통수단이라니.




    얼마 후 차가 다니지 않는 길로 접어들었다.
    가게가 많고 사람만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옷가게로 보이는 곳에 줄을 잔뜩 서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유리창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얼굴 양 옆에 손바닥을 펴 가리고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오히려 신기하게 쳐다봤다.

    잠깐동안의 관찰에 따르면 가게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가 없는 듯 했다.
    점원이 내부에 들이는 손님 수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명 나가면 다시 몇 명을 들어오라고 하고.

    왜 그렇게 하는걸까?
    가게 밖에서 유리창 너머 금단의 구역을 바라보는 듯한 커플의 모습이 왠지 애처롭게 느껴졌다.






    하찮은 플라스틱 라이터. 단돈 몇백원이면 살 수 있는 라이터.
    그 라이터를 수리해주고 가스를 채워주는 일이 쿠바에서는 어였한 직업이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만,
    하여튼 그런 체제의 쿠바에서 그는 프리랜서일까?
    국가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걸까?
    쿠바는 알쏭달쏭이다.




    따가운 햇볕을 받아내며 한참을 걸어 드디어 체 게바라가 잠들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는 오래 전 이 세상을 뜨고 없지만 그를 쿠바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에 대해서 거의 모르다시피 하지만 그가 쿠바에 있어 어떤 존재인지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가 잠들어 있는 기념관에서 그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그 곳에는 그의 어릴적 사진부터
    그가 썼던 총이며 시계, 그렸던 그림 등 그와 관련된 많은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왜 이토록 쿠바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부터 봐야겠다.









    숙소로 돌아가야할 길.
    올 때는 어떻게 걸어왔는데 돌아가려니 아득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덥다. 라니의 발목도 다시 아프다고 한다.

    오토바이 택시라고 해야하나 버스라고 해야하나 암튼, 그걸 탔다.
    마차와 같은 구조이나 말 대신 오토바이가 연결된 차.
    손님은 여덟명까지 탈 수 있었다.
    마주보고 앉아야하는 어색한 구조였다.
    옆에 앉은 사람과는 허벅지가 닿고 마주 앉은 사람과는 무릎이 맞닿을만큼 좁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니 어쩔 수 없이 앞만 바라본다.

    요금은 1CUP. 55원.
    교통카드처럼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고 자물쇠가 달린 요금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금 수입은 어떻게 계산하는걸까?
    그는 월급을 받는 단순 기사인가? 
    열심히 뛰는 만큼 소득이 늘어나는 자영업자인가?
    자본주의가 아닌 그들의 세상. 궁금하다.






    산타 클라라에도 그 유명한 아이스크림집 'Coppelia'가 있었다.
    아바나에서처럼 여기도 어김없이 줄을 서야한다.
    줄을 설 때는 꼭 거쳐야하는 의식이 있다.

    'Ultimo?' '울띠모?' 'Last?' '마지막?'
    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꼭 물어봐야한다.

    이걸 모르고 그냥 이 사람이 마지막이겠니 대충 눈치보고 섰다간.....
    다른 사람이 와서 나에게 물어본다.
    '울띠모?'
    '???'
    내 앞사람에게 물어본다.
    '울띠모?'
    '씨(Si, 예).'
    그럼 내 앞사람과 나 사이에 선다.
    왜 새치기하느냐고 나무래봐야 소용없다.
    그는 줄의 마지막을 확인하고 줄을 선 것이므로...

    아이스크림 먹기 쉽지 않다.




    아바나에서는 그래도 줄이 금방금방 빠지더니 여기는 좀처럼 줄지를 않는다.
    궁금하다. 쿠바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은 어떤 존재인가?
    쿠바 사람들이 베스킨라빈스의 서른한가지 맛을 맛보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먹은 이 아이스크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줄 선지 50분이 넘어서야 아이스크림을 받아와 자리에 앉았다.
    대단한 맛도 아닌 그깟 아이스크림 먹겠다고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줄을 서야하는 곳.
    기꺼이 그렇게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게되는 곳.
    여기는 쿠바다.





    세 큰숟가락에 2CUP. 108원.
    케이크+한 큰숟가락 2CUP.
    우리도 여기 사람들처럼 여러 접시 시켜봤다.
    불친절도 함께 담아왔다.
    담아주는 아이스크림보다 더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있던 아주머니.
    집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건지.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렇지.
    아이스크림은 당연하게도 아바나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은 맛이었지만
    처음 먹어본 코펠리아의 케이크는 아주머니의 표정만큼이나 맛이 없었다.



    오늘의 일정은 다 소화해버렸다.
    하지만 아직 해는 중천.
    찾아본다면야 둘러볼 곳이 더 있겠지만 포기해버렸다.
    공원에 앉아 그들의 한낮을 잠깐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미리 주문하고 낮잠을 신청했다.




    저녁 식사 후 다시 중앙 광장으로 나왔다.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가이드북에는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아바나의 오비스포(Obispo)거리에서처럼 생음악이 연주되는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잠깐 배회하고 잠깐 벤치에 앉아있다 돌아왔다.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쿠바의 음악이 그립다.






    숙소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다.
    네번째 쿠바의 숙소.
    텔레비전이 있는 곳은 처음이다.

    야구가 중계되고 있었다.
    쿠바하면 야구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사람 얼굴도 잘 인식할 수 없는 불량 화면이지만
    쿠바 야구와 쿠바의 야구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집중했다.

    목동구장처럼 외야 관중석은 없는 야구장.
    펜스에 광고가 하나도 없는 야구장.
    텔레비전 광고도 하나 없는 야구중계.
    이닝이 종료되어도 계속 야구장 화면이 나왔다. 음악과 함께.
    똑같은 야구지만 하나하나 신기한 쿠바는 11시4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아바나에 돌아가면 야구장에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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