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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04일] 쿠바 돈 음식 음악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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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0 3 . 수 | 쿠바 아바나 Cuba Habana


    어짜피 숙소를 옮겨야 했고 숙소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일찍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어제 긴 하루를 보냈던 탓에 둘 다 피곤했던지
    손목시계의 알람소리는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어제 갔으나 자리가 없어 나와야했던 숙소로 다시 갔다.
    오늘부터는 묵을 수 있다고 해서 예약을 해 놓았었다.


    어제 접질렀던 라니의 발목은 다행스럽게도 많이 호전되었다.
    하지만 몇 일간은 조심스럽게 살펴야 할 것 같다.
    일단 오전은 숙소에서 쉬면서 보내기로 했다.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오가는 숙소.
    우리말로 된 책이 있었다.
    라니는 책을 보고 나는 노트북으로 사진을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이 숙소에 온 한국분과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처럼 세계여행을 하시는 분. 아프리카의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쿠바에는 두 종류의 화폐가 있단다.
    외국인용 CUC, 내국인용 CUP(cuban peso).
    하지만 외국인도 CUC를 환전소에서 CUP로 교환할 수 있단다.
    그들의 화폐 역사라고 해야할까? 배경을 잘 몰라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음성적인 것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환전이 가능한데 왜 따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환전소를 찾았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잘 차려진 레스토랑이 아닌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려면 내국인용 화폐 CUP가 필요했다.


    가이드북이 있긴 했지만 아직 생소하기만 한 길,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리 저리 헤매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찾을 수 있었다.

    줄을 서 있었다.
    번호표에 진동 호출기 등등으로 줄서기가 많이 사라진 우리나라.
    그래서 어색했고 줄이 빨리 줄어들지 않았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환전소 맞은 편, 카페에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좁아 보이는 가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텔레비전, 옆에는 냉장고. 참 단촐한데다 분위기라고는 찾을 수 없는 무대.
    그리고 너무나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복장.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공연은 너무나 멋졌다.
    이제 막 쿠바를 둘러보기 시작한 우리의 이목을 홀딱 가져가 버렸다.








    환전소가 있는 길 이름은 Obispo. 우리네 명동 같은 곳이었다.
    차는 다니지 않는 긴 길 양쪽으로 각종 가게와 식당, 카페가 늘어서 있었다.
    이제 내국인용 화폐 CUP를 손에 쥐었으니 그것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섰다.

    얼마 걷지 않아 볶음밥 노점을 발견했다.


    도시락 크기만한 종이상자 하나에 10CUP.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대강 540원.
    부담 없는 가격이긴 하지만 맛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일단 하나만.

    그런데 밥을 담은 종이상자만 준다.
    숟가락 혹은 포크는 없다.
    물자가 부족하다더니만 정말 그래서 그런걸까?
    인도처럼 손으로 먹는 스타일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길가에 앉아 먹는 사람이 있다.
    그는 어떻게 밥을 먹고 있는걸까?
    살펴보니 종이상자 뚜껑을 찢어 대충 접어 숟가락으로 쓰고 있었다.

    손으로 먹는거보담 낫겠다.
    따라했다. 퍼먹는다기보단 퍼서 입에 털어넣는 편이 맞는 듯 하다.

    그렇게 입에 들어온 볶음밥의 맛은... 500원짜리가 맞다.
    밥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 거기다 숙주는 전혀 익혀져 있지 않았다.
    잘 익인 숙주만 먹어봤다. 처음 먹어보는 생숙주의 향과 맛은 무척 강했다.
    그렇지 않아도 맛 없는 밥의 맛을 더욱 떨어뜨렸다.
    숙주를 발라내며 겨우 종이도시락을 비워냈다.

    맛없고 불편했고 먹고 나도 배 고팠지만 재밌다.



    다음 도전 음식은 빵. 
    볶음밥 노점 바로 옆에 빵 노점이 있었다.
    밥을 먹었으니 챙겨먹는 후식이 아니라 
    밥으로는 허기를 전혀 해결하지 못해 뭐라도 먹어야했다.

    생크림까지 얹어 나름 모양새를 갖추었다. 
    하긴 볶음밥도 보기엔 맛있었다.
    맛은 어떨까?

    음.. 빵은 그런대로 괜찮다.

    그럼 아이스크림은..?
    1CUP란다. 54원.
    빵으로 만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기대치는 많이 떨어졌다.
    예상에서 그리 많이 빗나가지도 않았다.
    혀 끝에서 전해져오는 이 가볍고도 싼 맛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줬다.
    아주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소풍 가서 사 먹던 그 아이스크림 맛.













    라니의 발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심스럽게 조금 더 걸어다녔다.

    새련된 곳도 있긴 했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느낌으로 걸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진작에 철거하고 뉴타운이 들어섰을 것 같은 건물들을 지나 걸었다.
    박물관에나 있을 것 같은 영화에서나 봤던 시동도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차들이 의연하게 굴러다녔다.



    차이나타운에 다시 갔다.
    어젯밤, 쿠바에 도착한 첫 날 밤.
    낯설고도 낯선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어 찾아갔던 곳.
    쿠바에서의 첫 음식을 득하자마자 숙소로 돌아갔던 곳.
    그래서 빨간색 등만 기억에 남는 곳.
    라니는 발목 때문에 숙소에 머물러 가보지 못한 곳.

    낮에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세계 곳곳에 있는 차이나타운이지만 쿠바에서의 차이나타운은 남달라 보인다.
    아마도 약간은 다를테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 차이나타운을 스윽 둘러보고 숙소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햄버거를 샀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 허기가 졌다.

    정말 간결하고도 투박한 햄버거.
    듣던대로 햄버거 안에 소스는 없다.

    바로 먹지 않고 숙소에 가지고 갔다.
    빵을 벌려 멕시코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챙겨온 케챱과 머스타드 소스를 뿌렸다.
    한결 나은 것 같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현금을 인출해야한다.
    어제 공항에 내려 시도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현금인출기는 현금을 토해내지 않았다.

    쿠바에 오기 전에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로는 현금을 인출할 수 없다 했다.
    그 외의 쿠바 돈 획득 방법 중에 가장 경제적인 것은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기.
    그리고 멕시코로 돌아가자마자 선결제를 하기.

    멕시코에서 미리 컴퓨터에 담아온 쿠바 관련 정보를 다시 들여다봤다.
    현금서비스에 성공한 인출기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나섰다.
    인출기는 그리 많이 헤매지 않고 찾았지만 여전히 돈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혹시나 싶어 다른 신용카드를 삽입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여벌로 하나 더 가져온 신용카드였다.
    역시나였다.

    역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준비해온 멕시코 돈을 환전해서 써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아차'.
    신용카드 비밀번호는 그게 아니지...


    현금카드와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는 달랐다.
    여행하는 동안 신용카드는 드물게 사용했고 현금카드를 자주 사용했다.
    어느새 현금카드의 비밀번호 4자리만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고
    현금인출기 앞에서는 습관적으로 그 비밀번호만 눌러댄 것이었다.

    바보 멍청구리.
    다시 제대로 된 비밀번호를 또박또박 입력했다.
    빳빳한 쿠바 돈이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쿠바 돈을 내보이며 라니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라니도 무릎을 친다.
    서로 다른 비밀번호는 생각도 못하고 왜 안될까? 왜 안될까? 괜한 의문만 자아냈었던 둘이 우스웠다.


    .캡쳐해 온 쿠바 정보 읽고 숙소의 한글 책 읽으며 시간 보내고 저녁식사.



    별 것 아닌 일로 기분 좋게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농심 라면만 먹었었다.
    어쩌다 삼양의 라면. 오뚜기 라면은 거의 먹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쿠바에서는 귀하디 귀한 음식이다.
    멕시코에서 한 보따리 공수해 온 보물 같은 존재다.

    진한 라면 국물을 들이키니 몸도 마음도 한결 푸근해진다.
    시내 구경도 하고 쿠바의 맛도 맛보고 현금도 인출하고 거기다 라면도 먹고.
    어제의 불편하고 불안정했던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다.

    늘 그렇게 적응했던 것을 어제는 왜 그렇게 낯섬이 더 크게 다가왔을까?
    이제 조금 더 여유롭게 쿠바를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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