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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86일] 드디어 리오 카니발! ①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10.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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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2 . 1 3 . 토 |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히우 지 자네이루) Brazil Rio de Janeiro


    참 오랜만의 호텔 투숙이다.
    (아니, 남미 와서는 처음인가?)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도 조식이라고 말해야할 것만 같다.

    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호텔은 호텔이라고
    여느 호스텔의 아침식사보다 풍성하다.


    아침을 먹고 인터넷을 쓰려고 리셉션에 갔다.
    그래도 명색이 브라질 최대 도시에 있는 호텔인데 무선인터넷이 유료였다.
    체크인 하면서 물어봤을 때 1시간에 4레알이라고 했었다.

    피씨방이 아무래도 더 저렴할테고
    스타벅스 같은 커피숖을 찾으면 공짜로 인터넷을 쓸 수 있을테지만, 귀찮았다.
    돈 내고 잠깐 쓰려고 했다.

    그런데 처음에 요금을 잘못 알았던 거였다.
    다시 들어보니 1시간에 4레알이 아니고 4분에 1레알이었다.
    그러니까 4분에 630원. 1시간 쓰면 1만원 가까이 나온다는 기절초풍할 요금.
    후덜거려서 감히 쓰겠노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방으로 올라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저녁에 시작하는 리오 카니발만 즐기면 된다.
    밤새 구경해야하므로 체력을 잘 비축해둬야한다.




    눈을 뜨니 시계는 12시를 넘어 1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혼자서 호텔을 나섰다. 그제도 어제도 인터넷을 쓰지 못했다.
    오늘은 기필코 접속을 해야만 마음 한구석의 응어리가 녹아없어질 것 같다.
    좋지 못한 태도임은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호텔 근처에서 피씨방을 찾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조금 더 걸어올라갔다.
    피씨방도 와이파이 마크가 붙은 카페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카니발이 시작되기 때문인지 다른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시내 구경 삼아 더 걸었지만 허사였다.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다른 길로 가 보기로 했다.
    시내 중심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소에는 차가 가득했을 대로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혼자인데다 사람이 너무 많아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축제의 인파 속에 파묻혀 보고 싶은 충동이 살짝 일었다.
    가방으로 앞으로 메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옷차림이지만
    그 무리 속에서는 동양인인 내가 제일 눈에 띄는 것 같았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 때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았다.
    웃통을 벗어 제낀 까만 사람.
    동료들과 함께 낄낄거리며 내 손을 자기 몸쪽으로 끌었다.
    움찔.

    놀라는 모습에 더 즐거워했다.
    축제를 등에 업은 장난인 것 같았지만 당황스러웠다.
    가방에는 노트북도 들어있고 바지 주머니에는 카메라도 들어있고.

    이 길 끝까지 이 인파를 뚫고 나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다시 한산한 길로 빠졌다.



    은행 같은 곳은 입구를 아예 합판 같은 것으로 막아 놓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사람들은 축제를 핑계로 상식의 나사를 많이 풀어놓은 것 같았다.
    길바닥에는 쓰레기가 난무했다.
    남자들은 벽으로 돌아서면 거기가 화장실이었다.
    여자들은 주차된 차들 사이를 선택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그들의 흔적을 몇번 코로 맡아야했다.



    결국 인터넷은 호텔에서 눈물을 머금고 썼다.
    폭풍 같은 마우스질과 키보드질로 16분간 급한 것만 처리했다.

    그리고 해가 많이 기울었을 때, 드디어 리오 카니발을 보러 호텔을 나섰다.



    낮에 혼자서 잠깐 발을 디뎠던 그 시내 중심 대로,
    Rio Blanco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맥주를 마셔대는지
    어느 나무 아래에는 맥주캔이 한 가득 쌓여 있었다.

    길 한쪽에는 임시 화장실이 몇 개 서 있었다.
    화장실 앞에는 맥주를 계속 마시기 위해
    마셨던 맥주를 빼 내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화장실은 용량을 초과한 것인지 바닥이 젖어 있었다.

    길 바닥에는 미처 정리되지 못한 맥주캔이 나뒹굴었다.
    정신 없는 거리에 흥청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그 맥주캔을 줍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왠지 씁쓸함이 감돌았다.





    밤새 열리는 리오 카니발의 메인 행사, 삼바 퍼레이드를 보려면 든든히 먹고 가야한다.
    식당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식당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문을 연 맥도날드는 구세주 같았다.

    맥도날드 안은 밖과 마찬가지로 혼돈의 공간이었다.
    발디딜틈없는 그 곳에서 겨우 주문을 했다.
    앉아서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쉽게 자리를 차지했다.

    허겁지겁 먹으려는데 라니의 햄버거에 토마토가 얹혀 있지 않았다.
    얼마나 붐비는지, 그럴만도 하다 싶은,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제대로된 걸 먹어야지. 햄버거를 보여주고 새로운 햄버거를 받았다.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 같아 급하게 먹고 나왔다.
    삼바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삼보드로모(Sambodromo)까지 타고 갈 버스를 찾아 나섰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정류장에 선 몇 대의 버스는 죄다 그 곳을 지나지 않는 노선이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잡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택시를 잡으면 했던 것처럼 얼마에 가냐고 물었다.
    기사 아저씨는 미터기를 가리켰다.

    예상은 했지만 길이 많이 막혔다.
    요금이 많이 나올까 염려했지만 염려했던 것 보단 적게 나왔다.
    일단 밥도 잘 챙겨 먹었고
    이단 목적지에도 잘 도착했다.

    이제 표를 사야한다.




    여기저기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독특한 복장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암표상을 찾았다.
    정식표를 구입하고 입장하는 것이 당당할테지만 암표를 찾아야했다.
    여행을 시작한지 9개월. 한 푼이 아쉬운 나날들이다.

    삼보드로모 주변을 배회했다.
    처음 한동안은 암표상을 만날 수 없었다.
    조금 당황했다.

    구경 삼아 조금 더 걸었다.
    드디어 누군가 접근해왔다.

    미리 경기장 구조를 익혀 왔고 우리는 섹터5를 선택하기로 했었다.
    100레알을 불렀다.

    일단 첫 대면이므로 다른 분들도 만나뵈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입구쪽으로 가니 순진하게 생긴 청년이 다가왔다.

    "섹터5?"
    그는 핸드폰 화면에 50을 찍어보였다.
    내가 손가락 3개를 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의 4와 0을 눌렀다.

    결국 35레알에 합의 봤다.



    표는 신용카드처럼 플라스틱이었고 크기도 비슷했다.
    입구는 지하철 개찰구처럼 되어 있었다.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시스템이었다.

    그냥 종이로 된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이런 시스템이라면 표값을 치르고 그를 바로 보내기엔 왠지 불안했다.
    더구나 암표상인 그는 입구 가까이로 가는 것을 꺼려했다.

    라니가 먼저 표를 들고 입구로 향했다.
    나와 암표상 청년은 멀찌감치 뒤에 서서 라니의 입구 통과를 지켜봤다.

    입장하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걸렸지만,
    순진하게 생긴 암표상 청년은 여전히 순진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기다려줬다.

    라니가 입장을 확인하고서 표값을 건네줬다.
    드디어 리오 카니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삼보드로모에 들어섰다.




    아... 그 얼마나 기대하고 고대했던 카니발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멀고 먼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축제.
    그것도 언제나 거기에 있는 마추픽추나 이스터섬 같은 명소들과는 달리 때를 맞춰야만 하는 축제.
    그렇기에 세계일주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볼 수 있는 것만도 아닌 축제.
    그 축제의 장에 드디어 입장을 한 것이다.

    플라스틱 의자도 없는 그냥 시멘트로 된 스탠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7시 전.
    너무 일찍 온 것이 아닌가 했지만
    스탠드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이내 퍼레이드도 시작이 되었다.



    깜깜한 상태에서 집중조명을 받아야 더 흥겨울 것 같은데.. 아직은 조금 밍숭맹숭한 시간.


    저 길을 따라 행진.


    잘 몰랐을 때는 그냥 시내 대로를 통제하고 그 길을 따라 
    온갖 장식을 한 사람들이 행진을 하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건 엄연한 경기였다.
    여러 삼바학교가 1년 동안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축제 기간에 1시간 동안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챔피언을 가리는 거였다.

    입장할 때 받은 안내책자에는 학교별 퍼레이드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냥 아무렇게나 행진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별로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이므로 경기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넓고 긴 길이 있고 그 길의 양 옆으로는 관람석이 늘어서 있었다.
    편하고 시야가 좋은 비싼 자리와 편하게 보기는 조금 힘든 싼 자리가 있었다.

    그룹이 나뉘어져 있었다.
    축구로 치자면 1부 리그와 2부 리그 같은 거였다.
    2부 리그에서 우승하면 1부 리그로 올라가는 그런 시스템 같았다.

    오늘은 2부 리그의 퍼레이드다.
    메인 그룹의 퍼레이드를 보지 못하고
    그 아래 수준의 퍼레이드만 보고 가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직접 관람하고 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페레이드 행렬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로 옆에서 관람하는 자리.


    드디어 시작된 퍼레이드.


    어마어마한 규모.




    뜨거운 취재열기.



    이 행렬이 한 팀. 아직 덜 나온 상황. 뒤에서는 계속 사람들과 거대한 장식들이 등장.




    노래 부르는 사람들.


    음향팀도 함께 행진.





    여기까지가 한 팀. 팀당 1시간동안 몇천명씩 행진. 장난 아닌 규모.


    수많은 사람들이 장식을 달고 흥겹게 몸을 흔들며 행진을 하다 보니 흘리고 가는 것도 많았다.
    행진의 끝에는 청소팀이 뒤따랐다. 다음 팀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디선가 듣기로는 마무리 청소도 점수에 반영된다고..




    심장을 두드리는 쿵쾅거리는 삼바 리듬의 음악,
    1시간 동안 쉴새없이 쏟아져 이어지는 화려한 퍼레이드.

    삼보드로모에 입장하면서 경기장의 규모를 보고
    살짝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상상이상이다.
    또 다음 팀은 어떻게 꾸며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체력이 걱정되기도 한다.
    리오 카니발 삼바 퍼레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체력의 뒷받침도 중요할 듯.
    여행처럼.



    2월13일 퍼레이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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