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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83일] 남미에서의 마지막 장거리야간버스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10.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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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2 . 1 0 . 수 | 브라질 포즈 두 이과수 Brazil Foz do Iguaçu


    숙소 근처에 시내버스터미널이 있다.
    '시내버스'터미널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고, 환승센터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조금 일찍 숙소를 나와 터미널로 향했다.
    아직 아침이지만 금방 등에 땀이 배였다.

    터미널 근처에는 큰 마트가 있다.
    라니는 터미널에서 배낭을 지키고 있고 나는 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왔다.
    복숭아 2개, 사과 2개, 오렌지 2개, 그리고 빵.
    조금 있다 탈 리오 데 자네이로(히우 지 자네이루 Rio de Janeiro)행 장거리버스에서 먹을 것들이다.
    가이드북에는 22시간 걸린다고 나와있다. 22시간...



    아무래도 과일과 빵만으로는 부족할 듯해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식당에 들어갔다.

    스페인어도 잘 모르지만 포르투갈어는 더 난감했다.
    스페인어는 그래도 콜롬비아부터 아르헨티나까지
    몇 달 다니면서 생존단어는 꽤 익숙해진 상태.
    음식에 관련된 단어는 말할 것도 없고.

    헌데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에 오니 당황스럽다.
    메뉴판을 봐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 식당은 입구에서 주문과 계산을 먼저하는 방식이라 더 난감했다.

    고민하다 진열대로 가서 그나마 낯익은 음식의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계산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계산대로 가는 와중에 누군가 딱 하나 남은 그것을 집어들었다.

    이런 젠장.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음식 구입에 도전하면 될 것이었지만
    그냥 그 한 번의 실패로 의지를 상실해버렸다.
    어떤 음식들인지 알 수 없으니 더 그랬다.





    짐칸에 넣는 배낭에도 택을 붙이고 들고 타는 작은 배낭에도 택을 붙였다.


    시간이 다 되어 승강장으로 가니 큰 배낭을 멘 서양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다.
    리오 카니발로 가고 있다는 실감이 살짝 났다.


    가이드북의 설명에 따르면 브라질의 고속버스에는 3가지 등급이 있다.
    우리가 탈 버스는 그 중 가장 낮은 등급인 Convencional.
    그래서 많이 불편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버스가 좀 많이 낡았고 차장도 없고 비디오도 틀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단 나쁘지 않다.



    휴게소.

    한참 달리다 휴게소에 멈춰섰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이제는 뭐라도 든든한 것을 먹어둬야할텐데.
    다른 사람들이 집어드는 것을 살피며 둘러봤다.
    마땅한 것이 없어 참치샌드위치를 선택했다.
    라니는 혹시 멀미를 할지도 모르고 입맛도 없고 해서
    버스 타기 전에 사온 과일로 연명하기로 했다.

    얼큰한 라면을 파는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그리워하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제일 낮은 등급이라 당연히 담요 같은 것은 없을거라 예상했고 그래서 담요를 가지고 탔다.
    예상대로 담요는 없었고 예상대로 에어컨은 강하게 틀어댔다.
    다른 서양사람들도 추운지 몇은 버스기사에게 짐칸을 열어달라고 해 옷가지와 침낭을 꺼냈다.
    담요도 있고 후드티도 있지만 밤이 되면 더 추울지도 몰라 우리도 그 틈에 침낭을 꺼냈다.

    그리고 버스는 다시 달렸다.
    여전히 낯설기만한 브라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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