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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280일] 달리고 달려 드디어 브라질세계여행/남미 2010 2011. 10. 13. 09:00반응형
1 0 . 0 2 . 0 7 . 일 | 아르헨티나 -> 브라질 포즈 두 이과수 Argentina -> Brazil Foz do Iguaçu
브라질을 향해 질주하는 이층버스.
고급버스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만큼 에어컨 세기도 강력하다.
손님들에게 나눠준 담요로 무릎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덮었지만
그냥 덮어서는 에어컨의 찬바람을 막을 수 없었다.
담요로 다리를 감았다.
당연히 답답하고 불편하고 급기야 허리까지 아파왔다.
그나마 긴 팔 후드티를 들고 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큰 배낭에 집어넣을 공간이 없어 들고 탔었다.
얇은 반팔티로 이 추운 야간버스를 타고 간다면...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한다.
9시 조금 넘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버스가 섰다.
우리가 탄 버스 소속 회사의 터미널이라는 것 밖에 모르겠다.
잠깐 쉬었다 가는 줄 알았다.
잠을 너무 많이 설쳐서 몸이 너무 무거웠다.
버스에서 내리기가 너무 귀찮았다.
그런데 손님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우리만 남았다.
차장아저씨가 다가왔다.
"데사유노(Desayuno 아침식사) 어쩌고 저쩌고......."
단어 하나만 알아먹고도 무슨 말인지 바로 눈치챘다.
역시 카마(까마 Cama) 등급은 다르다.
달리는 버스에서가 아닌 식당에서 아침을 제공하다니.
뒤늦게 식당에 들어가니 다들 열심히 빵과 커피를 먹고 있었다.
버스 2층 앞유리에서 밤새 장렬히 죽음을 맞은 수많은 벌레들, 터미널에서 깨끗이 세척.
덕분에 맨 앞자리에 앉은 우리 눈도 한층 맑아졌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층버스 맨 앞자리.
버스 앞 풍경을 와이드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귀한 자리.
그 자리에 앉은게 너무 소중해서 햇빛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커텐을 치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오는 볕의 양이 점점 늘어나자 차장아저씨가 다가왔다.
커텐을 치라고 하신다. 쩝...
12시가 넘어서자 다시 식사가 나왔다.
어제 밤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 벌써 15시간째.
어제 저녁, 오늘 아침에 이어 벌써 3끼째.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 찍고 바로 서울로 돌아온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다시 달려 부산에 도착한다.
그리고 또 서울로 유턴해 달린다고 생각하면 참 어마어마한 거리를 한번에 달리고 있는거다.
언제 이런 경험을 다시 해보겠느냐고 달래도 몸은 여전히 힘들기만하다.
라니는 멀미가 조금 나서 음료수만 마시고 밥상을 물렸다.
나도 입맛이 없어 다 먹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아르헨티나 국경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다리를 건넌 후 브라질, 드디어 브라질에 입국했다.
남미여행의 마지막 나라, 리오 카니발 기다리고 있는 나라, 브라질.
다소 무미건조한 입국도장을 여권에 받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 포즈 두 이과수는 금방 나타났다.
시내를 지나 드디어 19시간만에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쓰러지기엔 이르다.
바로 리오 데 자네이로(히우 지 자네이루 Rio de Janeiro)행 버스를 알아봐야했다.
리오 카니발 시작 이틀 전에 도착하는 버스를 예매해야했다.
걱정과는 달리 좌석에는 여유가 있었다.
한시름 놨다.
포즈 두 이과수 버스 터미널.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포즈 두 이과수 시내로 이동했다.
햇빛은 그야말로 작열하고 거기다 습하기까지 했다.
밤새 버스에서 잠을 많이 설쳐 몸은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배출했다.
이과수폭포급으로 땀을 흘리며 미리 봐 뒀던 호스텔을 찾아갔다.
어서 빨리 에어컨을 최고로 돌리고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싶은데, 방이 없단다.
로비 한 켠에 있는 냉장고에서 환타를 하나 꺼냈다.
슈퍼나 마트에 비해 비쌀 것이 뻔했지만 그냥 사 먹었다.
마시는 게 아니라 거의 흡입이었다.
그 숙소에서 알려준 다른 숙소를 찾아나섰다.
방은 있는데 에어컨이 아닌 천장에 선풍기가 달린 방이란다.
웬만하면 에어컨 달린 방이 있어도 가격이 더 싼 선풍기 달린 방을 선택할테지만
오늘은, 여기는 도저히 선풍기로 감당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숙소 앞 나무 그늘에 배낭을 내렸다.
둘이 같이 배낭 메고 돌아다니단 쓰러질 것 같다.
라니는 짐을 지키고 혼자 가벼운 몸으로 숙소 탐문에 나섰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삐끼가 싸게 해주겠다며 호텔 전단지를 건네줬었다.
봐둔 숙소가 있으므로 그냥 건성으로 받기만했다.
이제 상황이 바꼈다. 주머니에서 구겨진 전단지를 꺼냈다.
그 호텔을 찾아가는데 가는 길에 호스텔을 하나 발견했다.
하얀색의 단층건물에 'Hostel'을 빨간색으로 아주 크게 적어놓아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며 들어갔다.
연세가 많아 보이는 분이 나오셨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셨다.
방도 있었다. 에어컨이 있는 방이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고민할 필요도 여유도 없었다.
와이프를 데려오겠노라고 하고 돌아나왔다.
에어컨은 설치한지 얼마 안된 듯 새 것이었지만 모델은 참 옛날 것이었다.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 오래된 여관에나
겨우 달려 있는 다이얼을 돌려 조정하는 모델.
하지만 그게 뭔 상관인가. 그저 시원한 바람만 나오면 그만이다.
에어컨 바로 앞에다 얼굴을 가져다댔다.
방금까지도 구렛나루를 타고 흐르던 땀이 금방 증발했다.
샤워하고 정신 좀 차린 후 주인 할아버지에게 여쭤 근처 마트를 찾아갔다.
엄청 큰 마트에서 생수와 콜라 등을 사왔다.
저녁으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산 너구리를 먹기로 했다.
한 그릇 먹고 나면 기운이 막 돋아날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부엌에 갔다.
그런데 부엌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가스렌지 앞에 서니 이건 완전 고문이다.
거기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땀이 흘러내렸다.
후다닥 설겆이하고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에어컨에 다시 얼굴을 갖다댔다.
콜라가 아닌 이온음료를 사왔어야했다.
정말 흥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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