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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65일] 공항에서 시간 뽀개기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9.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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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2 3 . 토 | 칠레 푼타 아레나스(뿐따 아레나스) -> 아르헨티나 리오 가예고스
    1 0 . 0 1 . 2 3 . 토 | Chile Punta Arenas -> Argentina Rio Gallegos


    다시 아르헨티나로 간다.
    드디어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간다.
    탱고 뿐만 아니라 뭔가가 자꾸 기대를 하게 만드는 그 곳으로 간다.


    .11시 조금 넘어 호스텔에서 나와 마트에 들러 과일과 빵 등 구입.
    .버스회사 터미널(버스회사별로 터미널이 있었다.)로 걸어서 이동.
    .터미널에서 기다렸다 12시45분 출발 버스 탑승.





    여행경로가 어떻게 그렇게 짜여져서 남미에 와서 칠레는 세번이나 입국을 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출국이다. 싸고 맛있는 과일과 연어, 거기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으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칠레. 언제 또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 국경으로 가는 길 내내 흐렸다.
    짙고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을씨년스러웠다.
    이별에는 이런 날씨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너무 맑고 화창했다면 떠남이 더 아쉬웠을지도 모르니까...







    이 곳 국경은 양국의 사무소가 같은 곳에 있었다.
    칠레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곧장 아르헨티나 입국도장을 받으러 갔다.
    칠레는 실내에서 도장을 받았는데 아르헨티나는 외부에서 줄을 서야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데, 건물 밖에서 기다렸다
    창문 너머의 사무실 안에 있는 관리에게 여권을 드려야하는 구조였다.
    방금 전 칠레의 사무소와 확 비교되면서 아르헨티나는 스스로 점수를 깎아 먹었다.
    우리의 점수가 대수롭겠느냐마는,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은, 그래도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
    입국도장도 새로 좀 파고... 다 뭉게져서 어느 나라 도장인지 못 알아보겠다.



    4시간 조금 넘게 걸려 리오 가예고스에 도착했다.
    현재 오후 5시. 부에노스 아이리스행 비행기는 새벽 2시 55분 출발.
    개의 떡 같은 비행기 출발시각. 그 때까지 어디서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야할까?
    일단 리오 가예고스 시내에 가서 저녁도 먹고 시간을 때울까?

    지도를 보니 시내로 갔다가 공항으로 가는 것 보단
    버스터미널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는 것이 훨씬 가까워 보였다.

    배낭 들고 다니기 귀찮은데 그냥 바로 공항으로 가서 죽치고 있을까?
    아무래도 그게 낫겠다.

    버스터미널의 안내소에서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봤다.
    터미널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없단다.
    바로 가려면 택시를 타야한단다.



    택시를 타기 전에 뭘 좀 먹을까?
    터미널 맞은 편에 우리나라에서는 철수한 까르푸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서 탐색을 하러 갔지만 햄버거집 달랑 하나 있고 기대했던 푸드코트는 없었다.

    에라이, 다 귀찮다. 좀 비싸더라도 공항에서 끼니도 때우고 시간도 때우자.

    터미널 한 켠에 줄지어 서 있는 까만색 택시들.
    제일 앞의 택시에 짐을 실었다.
    미터기로 깔끔하게 계산되는 택시여서 한시름 놓았다.
    바가지, 흥정 등에서 자유로우니까...



    7:16 p.m.



    공항은 무척이나 단촐했다.
    우리의 기대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단층의 건물에 카페테리아 하나, 매점 하나.

    선택의 여지 없이 카페테리아에 입장했다.
    메뉴도 선택의 폭은 좁았다.
    음식은 짰다.
    거기다 문도 일찍 닫았다.
    9시가 되어 가니 나가달라 했다.

    매점도 같이 퇴근했다.
    항공사 카운터도 텅텅 비었다.
    대합실에 우리처럼 빨리 공항에 온 이가 2명 더 있다는 것은 큰 위로였다.
    작은 공항이지만 달랑 네사람만이 있는 공항은 더없이 커보였다.
    다니다 다니다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다.



    8:50 p.m.



    8:53 p.m.



    9:48 p.m.


    9:49 p.m.


    무료함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공항 밖으로 나가 밤 10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노을을 감상하고
    가장 극적인 공항중 한 곳으로 남을 공항의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다.

    이럴 땐 우리의 벗, 1박2일이 최고다.
    하지만 7인치의 작은 노트북, 그래서 작은 밧데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원래도 작은 체구 때문에 약했지만 여행이 8개월을 넘어가면서 밧데리도 많이 지쳤다.

    전원을 찾아다녔다.
    기둥에 하나쯤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한참 재미있을 때, 야외취침이 결정되려는 순간
    밧데리가 방전되어버리면 그것보다 김새는 일은 또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는 것보단 나겠다 싶어
    밧데리로 노트북을 켰다. 역시 밧데리는 1박2일을 끝까지 보여주지 못했다.


    10:22 p.m.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화장실에서 전원을 발견했다.
    남자 화장실 내부에 따로 칸막이가 되어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에 전원이 있었다.
    충전하기 딱 좋다. 변기에 앉아 일기를 쓰며 충전을 했다.

    밖에서 혼자 멍하니 있을 라니를 생각하니 충전이 더 더디게 되는 것 같았다.
    노트북을 끈채로 충전하면 더 빨리 될까?
    노트북을 끄고 변기에 멍하니 앉아 있자니 너무 처량했다.
    노트북을 꽂아 놓은 채로 나와 화장실 앞에서 왔다 갔다 걸었다.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쫓아 들어갈 셈으로...

    라니는 엽서를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터벅터벅 걸으며 사색을 하는 사이
    밧데리는 90% 충전 되었다.
    1박2일을 마저 볼 수 있었다.



    우리 옆에 자리를 편 커플은 샌드위치 만드는 중. 아보가토까지, 아주 단단히 차려왔다.


    10:25 p.m.


    11:46 p.m.

    어느새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도 속속 공항에 도착했다.
    라니는 의자를 붙이고 침낭을 깔고 그 속으로 쏙 들어갔다.
    내 침낭은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가던 작년 10월에...
    바닥에 담요 깔고 누울까 하다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 의자에 앉아 졸다가 깨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느리게 흘렀지만 그래도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갔다.
    이윽고 새벽 2시가 넘었고 체크인 시간이 왔다.
    신기하게도 그 시각에 매점이 다시 문을 열고
    카페테리아도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죽었던 공항이 부활한 듯 했다.

    잠결에 비행기를 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간다는 설레임도 없이
    이륙하자마자 둘 다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 이름에서부터 미묘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래서 그 방문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그 기대에 비해 너무 무미건조하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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