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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266일] 피곤한 도착세계여행/남미 2010 2011. 9. 16. 09:00반응형
리오 가예고스(Rio Gallegos) 공항.
1 0 . 0 1 . 2 4 . 일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Argentina Buenos Aires
뜨거운 태양이 빌딩 사이로 솟아오르며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를 이제 막 비추기 시작한
이른 아침, 드디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남미 대륙의 남쪽 끝단에서 비행기로 3시간 넘게 날아왔다.
그만큼 남극에서 멀어졌고 날씨도 3시간만에 급변했다.
바람 많이 불고 쌀쌀했었기에 긴바지에 있는 옷 겹겹이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이제 막 해가 떴는데도 그 옷들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더운 공기가 가득했다.
더위는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몸을 더 빨리 지치게 했다.
어서 빨리 씻고 침대에 쓰러지고 싶은 마음도 카트에 함께 싣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기 전 숙소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아 인터넷을 여유롭게 쓸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법을 예습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알아내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덥고 피곤할 뿐. 택시를 선택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한산한 시내를 신나게 달려
택시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남미사랑'이라는 이름의 숙소 앞에 멈춰섰다.
트렁크에서 꺼내는 배낭이 더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미사랑에는 자리가 없었다.
짧은 순간에 희망은 절망으로 뒤집어졌고
우리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시 속을 헤집고 다녀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주인분의 호의로 배낭을 맡겨놓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아마도 밤새 술을 퍼마신 것 같은 거친 사람들이
술집 앞에서 병을 깨트리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 몇몇 숙소를 전전하며 방을 구했다.
예약이 차 있어 오늘 하루만 잘 수 있다고 했지만 묵기로 했다.
시설도 괜찮은 것 같고 무엇보다 더 이상 돌아다니기도 너무 힘들었다.
남미사랑에서 배낭을 찾은 후
서울로 치면 종로거리 같은 곳을 어색한 모습으로 걸었다.
체크인 시간은 2시. 그 때까지 무얼하나 고민했었는데 마침 숙소의 아침식사 시간이었다.
오늘 체크인하니까 우리는 내일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고맙게도 아침을 먹게 해 주었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넓게 마련되어 있는 공용공간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내가 인터넷을 쓰는 동안 라니는 쪽잠을 잤고 내가 쪽잠을 자는 사이 라니는 인터넷에 접속했다.
초췌함은 더욱 짙어지는데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흘렀다.
.가이드북 참조하며 인터넷에서 숙소 검색.
.혼자서 남미 호스텔 체인, 체 라가르토(체 라가르또 Che Lagarto) 찾아 가서 3박 예약.
.맥도날드에서 점심, 버거킹 이후 거의 한 달만의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식사.
.체크인하고 샤워하고 취침.
여섯시에서 일곱시 사이였을까?
둘 다 잠에서 깼다. 저녁을 어떻게 할까?
나가기는 귀찮고... 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지만 분명 고파질텐데...
침대에 나란히 누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8시 반에 완전히 깼다.
숙소에서 파는 탄산음료 한 병을 사고
어제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뿐따 아레나스 Punta Arenas)에서 산 빵을 뜯었다.
그리고 여기 숙소의 아침식사 때 챙겨놓은 사과를 꺼냈다.
그걸로 저녁을 떼우기로 했다.
빵을 씹으며 1박2일을 틀었다. 괜히 틀었다.
김에 밥 얹고 거기에 갓김치를 넣고 말아 먹는 장면이 나왔다.
침이 졸졸 고이고 너무 먹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막 조여왔다.
기분이 많이 뒤숭숭하다.
갑자기 많이 바뀐 날씨탓일까?
공항에서 노숙하며 새벽 비행기를 타고 와 컨디션이 엉망이어서 그럴까?
계속 한적한 도시들만 지나오다 갑자기 완전 큰 대도시에 왔기 때문일까?
조용하고 작은 규모의 숙소에서만 쭉 지내다 크고 사람 많은 숙소에 왔기 때문일까?
둘 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푹 자고 일어난 후엔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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